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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경남대 석좌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장

지금 전세계는 바다에서 식량을 구하는청색혁명(blue revolution)에 기대감이 크다. 양식업이 잡는 어업에 비해 여러면에서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 바다와 갯벌 접근은 식량자급률 제고는커녕 오히려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슬로푸드운동이 주장하는 슬로피쉬는 중요한 정책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슬로푸드운동의 슬로피쉬는 여러 측면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매 홀수년도에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개최되는 슬로피쉬 국제행사다. 이 행사는 공장식 어업인 대규모 양식이나 불법어획에 반대하고, 지속가능한 어업과 책임있는 수산물소비를 지향한다. 이 행사에는 슬로푸드지부, 생산자 단체, 어업 공동체 등이 참가한다.

또 전 세계 어업 관계자들이 모인다. 점점 더 고갈되는 해양식량자원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 해양음식과 관련된 품질, 윤리적 측면, 기타 바다 및 바닷물과 관련된 활동에 관심을 기울인다.

국제슬로피쉬 행사는 해양자원관련 회의, 토론, 워크샵, 미각체험, 요리대회 등 해양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국제슬로피쉬 행사는 국제적인 캠페인이 되었고, 소비자들에게 바다자원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알려줄 뿐 만 아니라, 영세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의 교감을 고무시켜,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바다자원을 보존하고 촉진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슬로피쉬 행사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소비자들에게 지속가능한 생선 선택법, 음식교육 프로젝트, 지속가능한 생선요리법 등을 교육하고, 소비자들이 수산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남획되는 인기 어종 외에 비인기 어종에도 관심을 갖도록 인도하고 있다.

슬로푸드 생물다양성재단의 슬로피쉬활동도 주목된다. 이 재단은 최근에 23개 어업 공동체와 함께 23개 프레시디아(생산자 활동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재단의 노력으로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생선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좋은 생선이란 우리의 감각을 만족시키는 신선하고, 맛있는 제철 생선으로 지역의 문화와 정체성과 연관된 것을 말한다. 깨끗한 생선은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존중하는 방식을 이용해 생산한 것을 말한다.
 
공정한 생선은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이고, 소규모 생산자나 작업자들에게 온전한 작업 및 생활조건을 제공해주는 공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는 생선을 말한다.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도 그간 두 차례의 행사를 통해 슬로피쉬를 알려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2014년 10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2014 동북아 슬로피시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또 2015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슬로푸드 국제페스티벌에서도 슬로피쉬 컨퍼런스를 개최해 슬로피쉬 정책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죽방염과 죽방멸치가 보여주듯이 슬로피쉬의 전통을 갖고 있다. 지속가능성 위기의 시대에 슬로피쉬는 미래어업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생선도 그냥 생선이 아니라 좋고, 깨끗하고, 공정한 생선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슬로피쉬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소비자는 슬로피쉬 실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