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PDF 파일 지면 4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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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덕 경남대 석좌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장

언론에는 종종 억대 농부들이 조명되고있지만, 대부분의 농민들은 아주 힘든 가운데 농사를 짓고 있다. 농가의 연평균 농업소득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고 농가부채는 늘어나고 있다. 귀농과 귀촌이 늘어나고 있지만 특히 귀농인들의 영농정착이 만만치 않다. 농가자녀의 영농계승도 잘 안되고 있다. 이전에 비해 농업기반은 크게 약화되었다.

농민들이 처한 현실은 이러한데 현재의 농정은 어떠한가? 농정이 농민들의 안정적 영농과 농업소득의 증대를 가져와야 하는데, 농정은 여전히 규모의 경제와 경쟁력 향상만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농업부문에 정부의 재정이 많이 지출이 되고 있음에도 농가의 농업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또 농산물 수입 장벽을 점점 더 없애 값싼 수입농산물의 범람으로 인해 농민들이 농사짓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

농업은 국가의 근간이다. 농업은 국민에게 필수적인 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공급을 하기 때문이다. 농업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지금 농업기반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농업은 백년지대계를 넘어 천년지대 계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은 10년 앞의 농업을 내다보기도 어렵다.

국가의 장래를 생각할 때 참으로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농업이 무너지면, 농민들만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문제가 된다. 농업없이 먹을거리가 없고, 먹을거리 없이 우리의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업이 공급하는 먹을거리가 줄어들수록 외국에서 더 많은 먹을거리를 수입해야 하는데, 지금의 상황은 먹을거리 생산과 관련된 환경이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입먹을거리의 경우 식품안전성도 문제가 된다.
 
때문에 농업기반이 약화되어 수입농산물 의존도가 커질수록 국민들이 나쁜 먹을거리를 먹게 된다. 농업이 축소되면 홍수예방, 지역균형발전 등 농업이 갖는 비교역적 기능도 많이 사라지게 되고, 우리 문화의 뿌리와 바탕이 사라지게 된다. 농민들이 도시로 이농하기 때문에 도시의 일자리나 삶의 질이더 열악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몇몇 선진국들은 농업을 지키기 위해 농업정책을 경제정책의 범주가 아니라 사회정책의 범주로 여기고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농업정책을 사회정책의 범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리 농업을 지키는 방안의 하나로 농민과 도시민의 연결을 제안한다. 농민과 도시민이 연결되면, 농민은 도시민의 수요를 알아 생산하므로 과잉생산 등으로 인한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농민은 또 시장유통이 어려운 규격외 제품도 판매할 수 있다.
 
농민은 자기가 생산한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도시민과 인간적인 교류를 할 수 있고, 그리하여 농민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도시민들은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운송비용, 포장비용, 유통마진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도시민은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지역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도시민이 농산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농민에게 전달할 수 있고, 나아가 먹을거리 생산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그리하여 도시민은 먹을거리의 단순한 구매자에서 벗어나 공동생산자가 될 수 있다. 농민과 도시민의 연결을 통한 농업지키는 농민과 도시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이 높다.

농민과 도시민의 연결을 통해 농업을 지키고, 활성화하는데 농정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제 농정은 농민과 도시민을 연결하고, 그 연결을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농민과 도시민의 연결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