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호 PDF 파일 지면 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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逢草 이권수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기린(麒)초도 모가지가 길다. 그러나 기린초는 키가 너무 작아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어 언제나 목을 빼내고 저 하늘만을 쳐다보려 한다. 기린초 집안도 종류는 꽤 많다. 돌나물과의 여러해살이 식물로 기린초, 꿩의비름, 돌꽃등이 있고 그 외에 바위솔과 돌나물, 땅 채송 등도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같은집안의 식물들이다.

기린초는 햇볕과 매우 깊은 연관성을 맺고 있어서 기린초를 표현한 다른 이름에는 경천(景天)이라는 한방명이 붙어있다. 직역하면 ‘볕과 하늘’이다. 즉 ‘하늘을 향하는 풀’ 이라는 뜻이다. 섬 기린초를 ‘탑극 서 경천’이라 한다.
 
주로 섬의 절벽에 붙어서 살아가는 생태를 그대로 표현한 이름으로 척박한 절벽에 붙어서 아슬아슬하게 살며, 마치 계단을 이룬 탑(塔)을 연상시키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볕이 약한 서향 쪽 붉은 노을 빛을 받을 때라야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섬 기린초는 섬사람들에게 외양간의 소 먹이로 뜯어다 줄 그럴만한 가치도 못 되는 하찮은 풀이었다. 그런데 섬 기린초야 말로 뛰어난 품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는 상록성이고, 둘째로는 성장력이 강하고, 또 셋째는 반 덩굴성식물이라는 점이다. 조경과 화훼의 가치는 물론, 덩굴성이란 특성은 계속 새로운 가지를 만들어 항상 부드럽고 새로운 식재료가 생산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기린초의 담금 주는 마치 프랑스의 ‘코냑’과도 같은 색감을 주며 술 맛 또한 비슷하다. 또한 발효액은 건강음료로 식용하는 것이 첫 번째 방법이지만 발효액을 음식조리에 소스나 향신료로 조제하여 써보면 솔향이 나는 것과 흡사한 느낌을 확인할 수 있다.

경천(바위돌꽃)은 러시아에서는 가시오가피를 능가하는 ‘황금작물’로 확인하고 중국도 산삼에 버금가는 약리작용을 가지면서도 오히려 인삼이 가진 부작용이 없는 약물임을 밝히고 있다. 머지않아 섬 기린초가 범국가적인 중요자원으로 각광받고, 우리 농가소득에도 크게 이바지할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믿는다.

"경천아! 쬐금만 비켜줘 봐! 나 ‘탑극서경천’도 오랜만에 햇볕 좀 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