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호 PDF 파일 지면 6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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逢草 이권수

신기한 일이다! 원래 울릉도라는 이곳이 그런 신비감을 주는 곳이라지만 그리 먼 옛 얘기도 아니다. 울릉도에서 우연히 민들레를 만나면 그 대부분은 하얀 민들레였다. 그러나 요즘엔 좀 달라졌다. 도동(島洞)이나 저동(苧洞)에는 이미 우리나라 여느 곳이나 다름없이 그 외래(外來)종 노랑 민들레가 장악해버린 현장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외지사람들의 왕래가 많이 잦아진 탓일 것이다.

민들레는 세계적으로 약 200-400종이나 된다. 그래서일까?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먹거리 자원으로 가장 많이 애용해 왔던 식물중의 하나이다. 우리 민가에서는 씀바귀의 대명사로 주로 나물로 무쳐먹거나 된장에 뿌리를 박아뒀다가 장아찌로 먹거나 김치로 담궈서 오랫동안 보관하며 먹기도 했는데 그 효과가 매우 좋았다고 한다.

반면에 유럽이나 서양에서는 주로샐러드로 애용하거나 커피로 만들어 먹었는데 지금도 그 연장선에서 민들레를 개량한 치커리를 커피대용의 차(茶)로 선호(選好)한다고 한다. 그 까닭은 역시 민들레가 일반 커피보다는 훨씬 인체 자극이 적고 카페인도 없으며 중독성도 없는 반면에 맛또한 커피만큼은 되면서도 여러 가지 좋은 영양소를 듬뿍 담고 있어서 인체에 유익한 점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예부터 우리나라 민들레는 원래 하얀 민들레였다. 약효로 입증하는 약명 포공영(蒲公英)도 이 하얀 민들레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일까? 하얀 민들레는 이미 그 공식적인 이름인 학명에서부터도 우리토종 꽃임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는데 학명[Taraxacum Coreanum Nakai]에서 보듯 Coreanum은 Koreanum의 표현이기 에 이것이 곧 한국의 고유 원종임을 확인시키는 증거인 셈이다. 울릉도는 섬 이라는 입지적 조건, 그것도 육지와의 거리가 먼 동해의 깊숙한 곳이라는 것이 결국 인간들의 잦은 왕래를 절제시키는 여건이 되었기에 하얀 민들레가 이처럼 토종으로 온전히 지켜질 수 있게 된 것이라 여겨진다. 마치 진도(珍島)의 그 ‘진돗개’처럼 말이다.

20여년 전에 독섬의 서도에 갔을 때의 일이 문득 생각난다. 당시에 가파른 서도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서 얼핏 하얗게 꽃을 피운 하얀 민들레를 보았던 기억이다. 독섬의 서도에만 하얀 민들레가 있다. 그것은 곧 바람에 실려갔을 우리 땅의 씨앗일 것이다. 이렇게 들꽃의 씨앗마저도 우리것을 주장하는 독섬이다.

일본은 그들의 욕망과 야욕으로 우리민족의 미래와 우리의 청춘들을 아니 우리조국을 통째로 짓밟았다. 그런데 분(憤)한 것은 그런 죄를 지은 지 반세기나 훌쩍 넘긴 이 시점에 와서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1965년 한일 협정으로 그 죄를 이미 돈으로 갚았다고 지껄이고 있다. 감히 누가! 누가 감히 그 죄 값을 돈으로 갚을 수 있다고 말했는가? 

이제 일본대사관앞에 소녀상을 치우는 대가로 100억원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는 위안부 이야기를 국제 무대에서 꺼내지도 말 것이며 지난 12ㆍ28 한일 합의는 되돌릴 수 없는 불가역적 합의라고 못 박고 있다.

그런데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잘한일이라며 박근혜대통령을 칭찬하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눈물을 흘리고, 대학생들은 소녀상을 지킨다며 종로 일본 대사관 앞에서 밤을 밝히고 있다. 일본은 자국 교과서를 왜곡해서 위안부 할머니를 돈을 받은 매춘부로 만들고 독도는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가운데 올해 우리나라 초등 교과서에서도 일본군 위안부에 관한 내용이 사라졌다고 한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통탄할 일이다. 정치가 이 모양인데도 우리 귓전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똑똑한 그 하얀 민들레가 무디고 무딘우리들에게 그 진실의 소리로 외치고 있다.

“아직도 우리는 이곳(독섬)에 살고 있어요!”가녀린 씨앗을 화살처럼 흩뿌려 조국의 산천을 지키는 하얀 민들레보다 우리가 나을 것이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