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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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총선이 끝났다. 무엇을 남겼을까. 4년 전 치러진 4·11총선에서 농민들은 한미FTA국회비준을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새누리당)을 다수당으로 만드는데 1등 공신 역할을 담당했다.

그 후 정부의 반농업정책을 앞장서 비판해 오던 통합진보당은 종북정당으로 낙인이 찍혀 해체되고, 정부의 반농업정책에 대한 제동장치도 해체됐다. 제동장치가 풀린 정부의 반농업정책은 제멋대로 막무가내였다. 전면적인 쌀개방을 선언하고, 밥쌀용 쌀만은 수입하지 않겠다던 정부는 국민과의 약속도 헌신짝 버리듯 무시했다.

이에 항의하던 백남기 농민은 의식을 잃고 5개월 째 병상에 누워있다. 이번 4·13총선은 국민들에게 실낫같은 희망을 남겼다. 국민들은 이번 4·13총선을 통해 막장 드라마 같은 정치권을 심판했다. 지난 4·11총선과는 사뭇다른 결과다.

이번 4·13총선의 이슈는 정치권의 분열이 노골적으로 진행되면서 정책이 실종된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당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양분되고, 새누리당은 친박, 진박, 비박, 옥쇄파동 등의 공천파동을 겪으면서 친박과 비박간의 정쟁이 노골화됐다.

이러한 정치권의 권력투쟁을 종편들이 중계방송 하면서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로 인해 여야의 권력투쟁이 이슈가 되면서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말았다. 이러한 정치권의 권력투쟁 이슈는 야당의 필리버스터 뿐만 아니라 선거 때만 되면 등장하는 북풍 이슈까지도 삼켜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막장드라마 현상은 선거 현장에서도 속출했다. 어떤 대구지역 유권자는 “나라를 팔아 먹어도 1번을 찍는다”며 보란 듯이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유세 과정에서 “운동권 정당, 동성애 찬성론자가 당선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등 각종 흑색선전과 막말을 쏟아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빨간 옷을 입고 투표를 하는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나섰다. 이러한 선거 과정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절망했다. 4년 전 한미FTA 국회비준을 날치기 처리한 한나라당이 제1당으로 우뚝 선 것을 생각하며 지역감정에 기반한 정치적 현실을 어떻게 할 수 없는 절대적인 벽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개표 결과 여당인 새누리당이 참패하고, 더불어민주당은 호남에서 완패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선거 다음날인 4월 14일 대표직을 사퇴하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인과응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와중에서도 농업 먹거리 정책에 대한 희망의 싹이 돋아났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김현권 수석부위원장(비례6번)과 위성곤 부위원장(제주 서귀포시)이 당선되면서 향후 건강한 농업 먹거리정책에 대한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출신 국회의원의 당선은 지난 1년 여 기간동안 전국의 농민들이 노력해 얻은 결과라는 점과 새누리당에서 비례대표 후보에 농어민대표를 배정하지 않으면서 국회에서 전문적으로 농업정책을 담당할 유일한 정당조직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국회에서 농업을 대변할 국회의원은 지난 민주노동당 출신의 강기갑 의원 이후 맥이 끊겼다. 그 후 통합진보당의 해체와 진보정당이 분열되면서 농민을 대변할 국회의원의 출현은 거의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진영을 대표한 정의당이 6명의 당선자를 냈지만 농민을 대표할 의원은 없는 현실이다. 비례대표 기호 2번에 농민을 배정한 민중연합당은 정당 득표율 0.6%를 기록하면서 1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년여 기간 동안 농민들과 함께 전국농어민위원회를 만들어 정당 사상 처음으로 상설위원회를 설치한 뒤 경선을 통해 농어민비례후보를 선출해 20대 국회에 첫 의원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과 전국농어민위원회 신정훈 위원장의 활약은 역사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신정훈 위원장은 호남지역에서 완패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아쉽게 낙선했지만, 그의 노력으로 2명의 국회의원이 탄생됐다. 비록 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은 낙선했지만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는 2명의 국회의원으로 보다 더 발전적인 2기 시대를 맞게됐다.

당선을 축하드리고, 우리나라 농업과 먹거리정책의 든든한 거점이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