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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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은 11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가 모두 참석한 3+3 회동을 열고 19대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법안을 가능한 처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날 논의된 법안 중에 학교급식법도 포함돼 있길 바란다.

이날 회동은 총선 이후 구성된 원내 지도부의 첫 상견례로, 참석자들은 20대 국회에서 여야의 협치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 시점에서 3당 대표들에게 지금 경남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경남선관위는 9일 지난 4·13 총선으로 인해 미뤄졌던 홍준표도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절차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초 5월 2일부터 도민들이 제출한 서명부에 대한 검수작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총선 여파로 늦어졌다고 한다.

갈수록 각박해져만 가는 삶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자식들의 교육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국가적으로도 교육은 미래세대에 대한 가장 중요한 투자이다. 또한 갈수록 건강과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먹거리를 갖고 장난치는 사람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사회적 통념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 미래세대인 아이들 먹거리를 갖고 장난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간이 큰 사람들이다. 지난 2011년 서울에서는 오세훈 전 시장이 무상급식을 걸고 스스로 주민소환투표를 요구했다가 투표율 1/3을 넘기지 못해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3년 후인 2014년 6·4지방선거에서는 서울지역 학교들의 친환경급식 비율을 낮춘 문용린 당시 교육감이 선거에서 낙선했다. 당시 서울시 학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친환경급식을 고집하면 교육청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면서 대부분의 학교들이 친환경급식을 포기해야 했다.

이후 “친환경 무상급식을 거부하면 벌을 받는다”는 인식의 확산과 함께 “무상급식의 저주”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경남지역에서는 그동안 수도권지역 주민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져 왔다. 마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이 경남지역에서 부활해 그동안 무상급식으로 인해 받았던 수모에 대한 앙갚음을 하는 듯 보였다.

도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진주의료원을 강제로 폐업시킨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재선됐다. 재선에 성공한 홍 지사는 다음해인 2015년 경남도 전체 학교에 대한 무상급식 지원을 전면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경남도 교육청과 학부모들은 큰 혼란을 겪어야 했다. 매일 같이 홍지사를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어떤 학부모들은 학교에 솥단지까지 걸어놓고 급식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의 저항이 확산되면서 몇 몇 시군에서 무상급식을 의무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학교급식 조례 개정안이 발의 되었지만 결국은 꼬리를 내리면서 조례개정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바야흐로 경남은 홍준표 왕국과 다름없었다. 홍지사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곤혹을 치르면서도 무상급식 중단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진보적인 학부모 조직 등이 홍지사에 대한 주민소환운동을 벌이자 보수단체들도 이에 질세라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소환 서명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보수단체들은 허위 서명으로 홍준표 도지사 측근이 구속되면서 4개월만인 지난 1월 교육감 소환서명작업을 중단했다. 진보단체 측은 이미 지난해 11월 유효 서명부보다 10만명이나 많은 36만여 명의 서명부를 작성해 경남선관위에 제출한 상태다.

이러한 혼란의 원인은 물론 돈이다. 중앙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가운데 무상급식이 지방정부와 교육청의 예산으로 실시되면서 재정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가지원 50%를 골자로 한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2012년 발의됐지만 19대 국회 내내 잠만 자고 있다.

경남지역 무상급식 혼란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국회의원들의 인식부재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급식은 허기를 달래는 한 끼의 식사를 넘어선 교육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대 국회가 시작되기 전에 3당 대표들은 4년여 기간동안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학교급식법부터 개정한 뒤 새로운 국회를 시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