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호 PDF 파일 지면 3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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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닷컴 급식정보센터장 김규태

지금부터 10여년 전, 전국적으로 학교급식을 위한 조례제정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농민과 학부모 등이 주축이 되어 진행된 급식조례제정운동은 성공적이었다. 전국의 지방정부들이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제정하면서 학교급식운동이 제도권 안에서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 차원에서 조례를 만든 것은 우르과이 라운드라 불리는 1986년 우르과이에서 시작된 가트(GATT)의 여덟 번째 다자간 무역 협상이 1993년에 타결되면서 세계경제의 무역 시스템이 WTO 체제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절대 강자였던 미국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가트는 1980년대로 들어서면서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에 직면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시 미국의 비교 우위 산업이었던 농업과 서비스산업을 무기로 하여 세계 경제에 대한 패권 회복을 위한 방편으로 세계 각국으로 하여금 농산물과 서비스 시장을 완전 개방토록 했다.

농업과 서비스산업에 대해 완전 개방토록 한 우르과이라운드협상이 타결되면서 등장한 WTO는 자유무역에 위배된다며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그동안 농민들로 부터 수매한 쌀을 국민들에게 싸게 공급해 왔던 추곡수매제가 폐지된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급식을 위한 조례제정운동은 WTO로 인해 손발이 묶인 국가를 대신해 지방정부로 하여금 우리나라 농업을 지키도록 한 범 국민적인 농민운동이었다.

그러나 WTO는 추곡수매제에 이어 우리 학교에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한 학교급식조례의 내용까지 문제삼았다. 이로 인해 전국의 지방정부들이 학교급식 조례를 개정, 우리농축산물을 우수농축산물로 바꿔야 했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 친환경급식이다. 로컬푸드를 친환경적으로 하면 WTO도 어쩔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전국적으로 학교급식조례가 제정되면서 WTO체제 하에서도 최소한이나마 우리 농업을 지켜낼 수 있는 교두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급식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기구(학교급식센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학교급식센터는 처음엔 농촌지역 지자체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센터 운영은 대부분 지역농협들에게 위탁됐다. 그동안 진행돼 왔던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의 성격과 내용이 학교급식센터를 통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그동안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에 참여해 왔던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학교급식에 대한 상식은 대부분 여기까지다. 그 후에도 학교급식은 상당한 변화를 겪어 오고 있지만 정치적 이슈로 다루어진 내용 외에는 잘 모른다.

지금까지의 변화 과정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학교급식센터는 학교급식지원센터로, 운영 주최는 농협 위탁에서 지방정부 직영으로 전환되고 있다. 농산물 유통 등 물류 중심의 센터 운영도 식생활교육과 모니터링 등 교육적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또 2011년 12월 WTO 정부조달협정 타결로 국내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사용할 수 있게되면서 지방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던 학교급식이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이와 관련 현재 학교급식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면 학교급식 안으로 들어가 보면 어떨까. 학교급식조례에 담은 내용들은 얼마나 실천되고 있을까. 식량닷컴이 급식정보센터를 만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급식정보센터 활동을 통해 학교급식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