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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의 가치를 크기로 결정하는 사회[지면66호/정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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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06  16: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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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호 PDF 파일 지면 7면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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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무안지역의 농협들이 양파수매와 관련하여 직경 7.5cm 이상을 상품으로 결정하여 양파생산농민들과 마찰이 많았다. 7.5cm 이상의 경우는 상품이 되고 이하는 하품이 되는 것이다. 상품과 하품의 가격차는 배도 넘는다. 과연 이것은 정당한 것일까?

양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농산물의 가치는 크기로 결정된다. 클수록 높은 가격이 결정되는 것인데 과연 크기가 크면 품질이 좋은 것일까? 농산물의 품질결정의 핵심적 기준 요인은 ‘사람에게 얼마나 이로운가?’ 일 것이다. 품질이 좋은 농산물은 사람의 몸에 이로운 농산물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렇다면 큰 농산물이 사람의 몸에 이로운것일까?

장인어른신이 필리핀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필리핀에서는 작은 양파가 큰양파 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다고 한다. 왜? 그러할까? 필리핀은 우리보다 후진국이어서 그러한 것일까?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몸에 좋은 유기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써서 농사지은 농산물보다 작다. 또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는 작은 유기농산물이 상대적으로 품질이 높이 평가되어 가격이 높다.

한국의 농산물 유통은 왜 크기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이 생산자 소비자에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먼저 생산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농산물의 품질을 크기로 결정함으로 인해 농약과 화학비료의 사용량이 늘고 의존성이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농산물의 크기는 어찌보면 농약과 화학비료 투입량에 비례한다고 보아야 맞을 것이다.

무안지역 양파농사에서 농약살포 횟수가 갈수록 증가하여 지금은 평균 10회 이상이며 농민들 사이에서는 ‘20번 하면 200망을 30번 하면 300망을 먹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농민들의 농약살포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 이것을 조장하는 것이 크기로 결정하는 농산물값이다.

또한 양파는 화학비료 사용량이 많은 대표적인 다비작물에 속하는데 농민들의 화학비료사용량 또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로인해 노균병 잎마름병 등 연작병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또한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국내산 종자보다 수입종자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

결국 크기가 생산비의 폭증을 불러오는 셈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농산물값을 크기로 결정하는 문제는 크기가 크면 과연 몸에 이로운가?의 문제인데 농산물의 크기가 클수록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이 증가하여 몸에는 해로운 농작물이라는 사실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 몸에 안좋은 농산물을 구입하게 되며 또한 유기농산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된다.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 유기농산물의 경우는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관행농산물보다 상대적 크기가 작다. 또한 균일도가 떨어진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큰 농산물을 값비싼 농산물로 정하면서 소비자들은 유기농산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유기농산물이 당연히 도태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 크기로 값을 결정하는 유통구조는 본질적으로 농협이 중간상인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재 유통구조의 한계적 문제이기도 하다. 농협은 대량생산 대량유통체계 하에서 대형마트의 중간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품질과 값에 관한 결정 권한을 농협이 갖고 있지 못한 유통구조이다. 그러다 보니 농협은 최종 판매자인 대형마트의 입맛에 맞게 유통사업을 꾸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완주의 로컬푸드매장에 가면 무안에서 제일 작은 양파들이 무안양파의 상품가격으로 진열되어 있다. 이것을 보면 현재 무안지역의 농협과 전국의 농협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으며 향후 유통사업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알 수 있다. 완주로컬푸드는 크기로 가치를 결정하지 않고 농사에 담긴 이력 즉 생산과정에서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유기농으로 생산한 농산물에 가치를 결정하여 농민들에게 생산비 부담을 줄이고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런 논리앞에 농협들은 대량생산을 통해서만이 국민의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화학비료와 농약중심의 농사체계를 정당화해 내려 할 것이 분명하다. 어느순간 한국농업에서 소농이 사라져가고 있으며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배려는 말살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통계적으로 90%의 농민들은 소농인데도 이들에게 농협은 대량생산만을 강요하고 있다.

지금쯤 생산자 농민도 소비자 국민도 농산물의 크기로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 의문을 던질 때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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