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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칼럼]농사 안 짓는 농부들...젊은 유통인[지면68호 2면/공공급식] 농부의 친구들④
김원일 논설위원장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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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8.15  22: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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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한민성(둘러앉은밥상), 박종범(농사펀드), 공석진(공씨아저씨네), 천재박(쌉지농부)

“파는 행위는 농업 행위이다.”
웬델 베리가 한 “Eating is an agricultural act”라는 말을 빌려 말하면 그렇다.

어느 나라 농산물을 파는가에 따라 그 나라 농업의 흥망성쇠가 달려 있다.
어느 지역, 어느 농가, 어느 품종을 파는가에 따라 그 지역, 그 농가, 그 품종의 흥망이 달려 있다.
유통인의 판매 행위는 농부의 생산 행위와 떨어질 수 없는 공동생산관계인 것이다.

그러므로 “농업 행위 없이 판매 행위는 없다.” 농업을 지원하고 농부의 노동에 공정하게 대가를 지불하는 유통이어야 지속가능하다. 나 혼자 이윤을 독점하는 유통은 농업의 싹을 죽이고 결국 자신의 설 자리도 없애게 될 것이다.

지난 30년간 한국 농산물 유통업은 어떠했나? 우선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배추 유통인은 해마다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도매시장은 일부 경매회사만 배불렸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형마트는 먹을거리 유통의 지배자로 부상하였다. 대형마트의 소매가(小賣價) 대비 생산자 수취율, 즉 농민 몫은 13%에 불과하다. 이들 먹을거리 유통 지배자의 요구에 부응해서 농촌에서는 규모화, 전문화, 단작화가 촉진되었다. 이제 중소농은 팔 곳을 잃었고 지역유통업은 실종되었다.

농부의 친구가 아니라 갑이 된 농산물 유통업. 이곳에 “농사 안 짓는 농부들”이 나타났다.

공석진, 박종범, 천재박, 한민성. 이들은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젊은 유통인들이다. 모두 우연한 기회에 농산물 유통업에 뛰어들었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만나던 사이였다. 그러던 이들이 2014년 12월, 슬로푸드가 개최한 <슬로푸드 위크>라는 3일짜리 행사를 계기로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행사장에 나왔다. 이름하여 “농사 안 짓는 농부들!” 작은 농부지만 농사는 안 짓고 있다? 어떻게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자신을 농부라 부를 수 있지?

사람들의 농부에 대한 생각은 극단적이다. 하나는 ‘은퇴하면 농사나 짓지’라는 생각. 농부는 쉬운 직업이 아니다. 다른 하나는 농부 알기를 성직자로 생각한다. 농부는 성직자가 아니다. ‘농사 안 짓는 농부들’이라는 이름에서는 ‘농부되기’를 아주 허투루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주 고고하게 생각하지도 않으면서 그들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공석진은 아주 작은 구멍가게를 오래도록 하고 싶은 농부다. 가늘고 길게 가기. 이 말이 쉬워 보이지만 건성건성 하면 불가능한 길이다. 그 분야의 전문지식과 소비자 신뢰 없이 길게 갈 수는 없다. 공석진이 운영하는 쇼핑몰, ‘공씨아저씨네’에서는 소비자를 공동생산자라 부른다. 농부가 마음 놓고 농사만 잘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일가게이다.

박종범은 꾀가 많은 농부다. ‘농사 안 짓는 농부들’ 이름도 그가 제안했다. 어느 날 ‘도시도 농촌도 함께 좋아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농촌 기획자’가 되기를 마음먹고 여러 가지 일 끝에 지금은 농사펀드를 만들었다. 농부에게 영농자금을 먼저 전하고 나중에 물건을 받는 방식의 온라인 쇼핑몰이다. 얼마나 멋진 발상인가? 영농자금 걱정을 던 데다 이미 살 사람이 정해져 있다니!

천재박은 멋진 농부다. 지금 일하고 있는 쌈지농부가 멋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개인으로 봐도 멋있는 사람이다. ‘농사가 예술이다’라는 슬로건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뭐를 걸쳐도 태가 나는 사람. 농사를, 농부를 멋있게 만드는 일에 쌈지농부와 천재박이 있다. ‘서울 농부의 시장’을 열고 ‘농부로부터’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한민성은 땀 흘리는 농부다. 제대로 된 농산물을 찾기 위해 그가 쏟는 노력은 대단하다. 인증서를 보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방문하고 교류하면서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어떻게 농사짓는지를 듣고 진정성을 판단한다. 그래서 ‘둘러앉은 밥상’의 한번 파트너는 영원한 파트너가 된다. 덕분에 농부와 우리는 안심하고 생산하고 안심하고 소비한다.

우리 사회에 ‘농사 안 짓는 농부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농부는 본연의 생산에만 집중하고 소비자는 그 진정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농사 안 짓는 농부들’이 중간에서 발품을 팔아서 추천해주면 좋겠다. 이런 작은 유통이 작은 농부와 연결되어 특정 지역과 특정 농부, 특정 품목이 자신의 이름을 달고 판매되는 일. 작은 것이 아름답다거나 작은 것이 강하다는 구호가 아니라 작은 것들끼리 ‘농사 안 짓는 농부들’로 연결되어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원한다.

‘농사 안 짓는 농부들’의 파는 행위가 지속가능하려면 이제 ‘사는 행위’가 답을 할 때이다.

농사 안 짓는 농부들을 찾아 보시려면
공씨아저씨네 http://www.uncleggong.com/
농사펀드 https://farmingfund.co.kr/
둘러앉은 밥상 http://www.doolbob.co.kr/
쌈지농부 http://www.fromfarme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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