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한민국의 평균 땅값은 1964년에 비해 3,000배가 뛰었다. 같은 기간 쌀값은 50배 올랐다.

1988년 시내버스 요금이 140원, 자장면이 750원 , 소주가 250원일 때 밥 한공기는 120원이었다.

2013년 시내버스 요금은 1200원, 자장면은 4,000원으로 9배가 올랐고 소주도 1,020원으로 4배가 올랐다. 밥 한공기 값은 360원.

그런데 대한민국 최고의 쌀로 최고값을 달리던 여주쌀이 얼마전 20kg 4만원에 판매됐다. 밥 한공기가 200원꼴이다. 전국 쌀값이 30년 전인 1988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농사를 지으려면 종자도 있어야 하고 비료나 농약, 농기계도 있어야 되고 인건비도 들어간다.

공장에서 마음만 먹으면 찍어낼 수 있는 공산품도 4배 이상 올랐는데 쌀값은 4년 연속 폭락이다. 농민들은 정부말대로 평수를 늘리거나 쌀의 질을 높이는 방법에 안간힘을 써왔다.
 

그렇게 해마다 땡볕아래서 노력한 댓가가 80kg 한가마에 10만원선도 깨질것이라는 소문이다.

정부는 창고마다 재고미가 쌓였다면서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면 쌀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쌀이 모자랄 때는 공장을 부수고 벼 재배면적을 다시 늘릴 것인가?
 

언제 한번 쌀값이 올라가게 내버려둬서 농민이 저축할 수 있게 해 준적이 있는가? 풍년이면 과잉 운운하며 농민책임으로 몰아 쌀값을 떨어뜨리고 흉년이면 수급 안정 운운하며 수입해서 쌀값 못 오르게 막는 것이 정부가 아니었든가 그들은 묻고 있다.
 

대한민국의 먹거리산업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공장처럼 문을 닫았다가 필요하면 다시 돌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김현권-최재관의 농업먹거리 6차 현장간담회가 여주,이천,철원,김포의 농민 30여명과 함께 ‘쌀값 폭락 대책마련과 양곡수급조절위원회 설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간담회는 지난 8월 18일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진행됐다.

<한기자 기자>
 
“차라리 정부가 식량주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해라”

“지난 3년사이 80키로 한가마에 3만 4천원(19%)이나 쌀값이 떨어졌는데도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농민이 행복한 새누리당 진심, 쌀값인상 17만원을 21만원대로’라는 프랭카드를 전국에 걸고 준비된 여성대통령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된 후 4년이 지난 현재 전국의 쌀값은 14만원으로 매년 1만원씩 추락하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여주 고향으로 돌아가 27년째 대를 이어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전주영씨는 울분을 토했다. 양계장 관리자도 양계장에 가서 닭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대책을 세운다고 했다. 열이 많은 닭들이 서로 뭉쳐 있으면 환경이 추운 것이고 자꾸 흩어지려 들면 더운거니까 관리자는 난로를 펴주든지 선풍기를 틀어주어야 닭들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정부가 식량주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 농민들이 알아서 떠날 것이 아닙니까. 농촌에 살게 하며 쌀농사를 짓지도 떠나지도 못하게 말려죽일 작정입니까?”

정부는 쌀값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알고나 있는 건지,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척 의무수입이 사라진 밥쌀용 쌀을 수입하고 있는지 화를 냈다.

 

“농협RPC(미곡처리장)도 궁지에 몰려 적자에 헤매고 있다”
 

“몇년 전까지는 쌀값을 비교할 때 껌 한통을 예로 들었는데 지금은 껌 낱개로 비교해야 합니다. 껌 한통도 300원짜리는 없어졌는데 밥 한공기가 300원도 안되는 현실인 거죠”

남양주가 고향인 김용빈씨는 이천농고를 졸업 후 농사지을 땅을 찾아 강원도 철원으로 귀농해 26년 동안 벼농사를 지어왔다. 정부의 방침대로 고품질 브랜드쌀을 만들었는데 저가 밥쌀용수입쌀이 방출돼 농민들의 생산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농협 대의원인 김 씨는 “쌀 판매에 적극적이었던 농협일수록 경영난이 심각합니다. 농민들이 농협관계자를 만나면 차마 쌀값은 물어보지도 못하고 창고에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물어봅니다”

농협RPC(미곡처리장)도 궁지에 몰려 적자에 헤매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 양곡수급조절위원회와 함께 국회 수급조절소위원회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1인 가구 증가와 농촌 노령화 등으로 인한 쌀 위주 영농은 앞으로도 쌀 문제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뒷북치지 않는 정부대책이 필요합니다. 늑장대처로 돈은 돈대로 들고 실효성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죠” 쌀값폭락에 대해 여주, 철원 대표들의 발표를 들은 김현권 의원은 현실 인식에 공감하면서 대책의 일환으로 농식품부 양곡수급조절위원회와 함께 국회 수급조절소위원회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서 정부·지자체가 생산자(농협 포함)와 소비자 대표를 추천받아 양곡수급조절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삽입하는 한편 법 및 시행규칙 개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하고 관주도의 형식적 기구가 될 우려 때문에 국회 농해수위 내 소위원회 구성과 병행해서 여야 국회의원을 참여시켜 문제에 접근할 방침이라고 김 의원은 설명했다.

 

“당장 추가격리조치든 대북지원이나 해외원조든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우려다.

“당장 추가격리조치든 대북지원이나 해외원조든 확실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한석우 사무처장은 쌀값 하락은 결국 친환경 학교급식 쌀 값에도 영향을 미처 농가 경영난을 부채질 할것이라고 말했다.

학교급식용 친환경쌀 값은 전년도 정부미 값을 기준으로 산출하기 때문이다. 전년대비 급식 쌀값이 더 떨어지면 친환경쌀값도 더 낮아지는게 관행이다.

 

쌀 등급제...‘대기업 살리고 중소규모 시설은 도태, 농민의 쌀값 소득은 더 떨어질 것이다’
 

9월 본격 시행을 앞둔 쌀 등급제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지역도 상관없고 품종도 무관하게 시설에 따라 품질을 매기겠다는 정부정책은 기존 고품질 지역브랜드 정책과도 정면 배치된다는 것. 특히 중소규모 도정 저장시설은 도태되고 쌀값 소득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전홍준 철원 농민회 회장 겸 철원 농협 감사는 “도정시설이나 저장유통시설을 최신식으로 보강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중소규모 도정시설은 도태가 불가피합니다. 농민들에게는 완전미를 생산하지 않으면 쌀값을 깎는 족쇄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지요”라고 말하자 철원농협 유지현 감사도 “대기업을 진출시킬려고 하는 것 아니냐”면서 대기업 살리고 중소규모와 농민들을 옥죄는 것이라는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재관 식량닷컴 대표는 중간중간 농민들의 발언을 정리하면서 쌀 재고문제에 대해 해결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농협과 농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게 문제라고 했다.

“농촌경제 연구원에서 2015년에 쌀 10만톤을 보관하는데 300억이 든답니다. 10만톤을 북한에 보내는데 드는 돈이 636억. 수입한 쌀 40만톤(1,2차 격리조치한 물량이 34만 3천톤인데 뒷북 대응으로 예산만 낭비)을 시장에 풀지 말고 북한에 줘 버리면 2,500억이 들어가는 거죠. 그러면 1조 변동직불금을 4분의 1만 쓰고도 효과가 나올 겁니다. 그런 대안 만들라고 대통령에게 월급 주는 거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