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10월 장경호 소장 글>
첫째, 쌀값 폭락은 잇따른 풍년과 소비감소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해
정부와 보수 언론매체에서는 잇따른 풍년으로 쌀이 많이 되었고 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에 쌀 생산과잉이 심각해서 쌀값이 폭락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쌀의 소비감소는 매년 완만하게 지속되는 현상이기 때문에 쌀 소비량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
그리고 풍년과 흉년은 반복되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쌀 소비량을 고려하여 풍년과 흉년일 경우에 대비해서 수급조절을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 역할을 잘 하라고 정부가 있는 것이며,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다. 결국 쌀값 폭락은 풍년과 소비감소 때문이 아니라 직접적으로는 정부의 수급조절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약 쌀값 폭락을 풍년과 소비감소 탓으로만 돌린다면 정부의 수급조절 실패 책임을 회피하는 것과 같다.

게다가 작년에 쌀값이 크게 폭락했는데, 올해는 쌀의 과잉재고 때문에 작년보다 더욱 크게 폭락했다. 과잉재고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할 경우 올해 쌀값이 더욱 폭락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이미 예상했던 사실이었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하고 올해 초 재고량 56만 톤을 줄이기 위한 특별대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특별재고 대책에도 불구하고 쌀 재고량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더욱 늘어났다. 이것이 올해 쌀값 폭락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별재고 대책을 시행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예년 보다 재고처분을 더 못했기 때문에 재고량이 증가했고, 이 재고대책의 실패가 지금 쌀값 폭락을 불러온 것이다.

둘째, 쌀에 대한 과도한 직불금이 쌀의 과잉생산을 유발했다는 주장에 대해
정부와 보수 언론매체는 쌀값이 폭락해도 정부가 직불금으로 보전해주기 때문에 농민들이 쌀농사에 쏠리고 그래서 쌀의 과잉생산이 발생하여 쌀값이 폭락했다고 주장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쌀값 폭락의 원인은 정부의 수급조절 실패 때문이다. 그리고 쌀에 대한 직불금 수준은 과도한 것이 아니다.
미국, 유럽, 일본의 경우와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직불금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과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족한 수준이다.

다만 다른 밭 농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쌀의 직불금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쌀의 직불금이 과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밭 농업의 직불금이 턱없이 낮은 것이 문제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턱없이 부족한 밭 농업의 직불금을 올려서 쌀과 균등하게 맞추는 것이 해결책이지 쌀의 직불금을 줄이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쌀에 대한 보호는 다른 밭 농업에 대한 보호장치가 되기도 한다. 쌀 재배면적 가운데 일부만 다른 밭작물로 전환하더라도 밭작물에서 연쇄적인 가격폭락이 발생하기 때문에 쌀 재배면적을 유지하는 것은 다른 밭 농업을 보호하는 기능도 동시에 수행한다.

양성범(2014)의 연구에 의하면 쌀 재배면적 가운데 약 2% 정도만 다른 주요 밭작물 15개 품목을 재배하는 것으로 전환될 경우 이들 15개 품목별로 약 10∼25% 가격이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쌀의 이러한 특수한 기능은 우리나라에서 오직 쌀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기능이다. 게다가 쌀은 우리의 주식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가 주곡(주식)에 대해 식량주권 차원에서 정부가 막대한 지원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아울러 쌀에 대한 직불금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지원이 아니라 추곡수매제도를 대체해서 도입된 제도이다. 예전에는 추곡수매제도를 통해 지원하던 방식이 2005년부터 직불금을 통해 지원하던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쌀 농가의 소득 측면에서 보자면 예전 추곡수매보다 현행 직불금 제도가 소득보전에서 더욱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쌀에 대한 직불금을 줄여서 생산 감소를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근시안적인 접근이다. 만약 쌀 생산기반 자체를 축소할 경우 쌀 생산과 논농사의 비가역성을 고려할 때 흉년으로 쌀의 생산이 부족할 경우에는 수입쌀로 대체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게 된다.

결국 쌀 자급률은 구조적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고, 수입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10∼2012년에 쌀 자급률이 80%대로 추락했던 것이 불과 몇년 전의 일이다. 풍년과 흉년을 모두 대비하는 차원에서 쌀의 생산기반을 유지해야 하고, 반복되는 풍년과 흉년에 대비해서 정부가 수급조절을 제대로 하는 것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방향이다.

셋째, 직불금 때문에 쌀값이 폭락해도 농가소득은 충분히 보전된다?
정부와 보수 언론매체는 쌀값이 폭락해도 정부가 변동 직불금으로 충분히 보전해 주기 때문에 농가소득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의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것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농민들은 변동 직불금이 발생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행 변동 직불금은 쌀값이 폭락할 경우 그 차액의 85%까지만 보전해 주기 때문에 나머지 15%는 농가의 피해손실로 돌아간다.
따라서 변동 직불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농가소득에는 더 도움이 된다. 그래서 농민들은 변동 직불금을 지불할 정도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막아 달라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수확기 산지 평균 쌀값을 약 143,789원/80kg으로 예상하고, 이 경우 고정 및 변동 직불금을 통해 목표가격의 약 96.3% 수준을 농가소득으로 보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산지 쌀값 변화 추이를 고려할 때 아마도 산지 평균 쌀값은 정부 예측 보다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며, 직불금으로 차액을 보전한다 하더라도 목표가격의 약 96% 안팎에서
농가소득을 보전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것이 2012년에 결정한 목표가격을 기준으로 한 명목금액이라는 것이다. 실제 농가의 소득은 정부의 설명과 같이 96% 수준이 아니라 훨씬 더 떨어진다.
이 부분을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목표가격 중에서 생산비를 제외하고 농가의 순수익으로 돌아가는 몫은 대략 40%에 미치지 못하고, 경영비를 제외하고 농가의 소득으로 돌아가는 몫은 대략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직불금을 통해 목표가격 기준으로 약 96% 수준을 보전하고 농민은 4% 정도만 피해손실을 부담한다고 하지만 순수익 기준으로는 10% 감소하는 것이고, 소득 기준으로는 약 6.7% 감소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부가 기준으로 제시하는 목표가격은 지난 2012년에 결정된 것이다. 이후 4년간 생산비 증가 및 물가 상승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태이다.
지난 4년 동안 생산비는 약 8∼1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소비가 물가는 약 5∼6%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분을 반영하여 명목가격이 아닌 실질가격을 기준으로 할 경우 쌀 생산농가의 순수익 및 소득은 추가로 약 13∼16% 하락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직불금에도 불구하고 이번 쌀값 폭락 사태로 인해 농가의 실질 순수익은 목표가격 대비 23∼26% 하락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실질 소득은 19.7∼22.7% 하락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목표가격의 96% 수준을 보전해 준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쌀 생산농민들이 절박하게 쌀값 회복을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농민들은 자신들의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대책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4년 전에 정해 놓은 목표가격을 기준으로 탁상공론을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