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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칼럼]자급사료로 사육한 흑돼지의 고기맛은 어떠할까?[지면71호 6면/식량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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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14  16: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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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지난 5년동안 자급사료로 흑돼지를 사육하면서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중에 하나가 그렇게 키우면 고기맛이 좋은가?’ 이다.

이 질문에는 사육 과정에 담긴 문제보다 결론적으로 맛이 좋으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논리를 담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음식과 식품의 중심적 화두는 맛이다. 맛이 좋으면 대안이고 당연한 진리로 여겨지는 것 같다. 먹는 것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농민들은 이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각고분투중이다. 기존의 것보다 맛있는 농축산물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사료자급축산 또한 이 문제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소비자들의 소비행태는 맛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어도 그것이 맛이 없거나 그 맛을 인정해줄 소비자가 없다면 그 사업은 성공할 수 없다.

3년 전 첫 비육돼지를 도축할 때의 흥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GMO배합사료를 차단하고 자급사료로 사육한 돼지고기의 맛이 너무도 궁금했다. 세상의 모든 육고기는 맛있다는게 나의 생각이다. 맛있는 육고기에 사람들은 흥분하고 있다. 이것을 넘어서야 하는 문제였다.
생후 8개월령 비거세 수퇘지를 잡았는데 그 맛에 감동했다. 비거세하면 수퇘지의 호르몬 냄새 즉 웅취문제가 제기되는데 웅취가 전혀없고 지방맛이 완전히 다른 돼지고기였다. 우리가 늘상 접하고 있는 공장돼지의 비계 즉 지방은 느끼한 맛이 있는데 반해 자급사료로 사육한 흑돼지고기는 느끼함이 전혀 없고 고소하며 담백하다.

공장돼지와 자급사료로 키운 돼지의 고기맛 차이는 지방맛에서 근본적으로 갈린다. 요즘 MBC 스페셜에서 지방의 누명이 보도되면서 삼겹살 다이어트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사람 비만의 원인이 지방과 단백질이 아닌 탄수화물이며 돼지고기의 지방인 불포화지방은 비만보다는 오히려 다이어트에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이 논쟁을 위해 먼저 일차적으로 따져보아야 할 것은 모든 돼지고기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일까? 이다.
연세가 지긋한 어른신들에게 과거 옛날 즉 배합사료라는게 나오기 전 돼지고기의 지방을 여쭈어보면 흥미로운 답을 들을 수 있다.
그때는 돼지고기 기름이 투명하고 굳지 않았제, 그래서 그걸로다 전 붙이고 그랬제
이렇게 말씀하신다. 소고기는 하얗게 굳어! 소화가 잘 안되야?’
이말에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의 차이와 배합사료가 나오기전의 두가지 지방이 상온에서 나타나는 형태에 관한 답이 들어있다.

우리가 상식으로 알 듯이 돼지고기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이며 소고기의 지방은 포화지방이다. 닭고기의 지방은 포화지방이며 오리고기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이다. 불포화지방은 식물성 지방과 성분이 비슷해 사람의 몸에서 소화흡수가 잘되는 반면 포화지방은 소화흡수가 잘 안된다. 또한 불포화지방은 상온에서 응고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반대로 포화지방 즉 소고기나 닭고기의 지방은 상온에서 하얗게 응고된다.
그런데 현재 배합사료로 사육중인 공장돼지고기의 지방은 상온에서 왜? 하얗게 응고되는 것일까? 누구나 경험을 통해 알고있듯이 공장돼지고기 삼겹살을 사다 구워먹고나면 나오는 지방은 상온에서 하얗게 굳는다.

나는 식품영양학자가 아니기에 이에 대한 과학적 답을 내릴 수는 없다. 이것이 또 포화지방인지? 불포화지방인지?도 답을 내릴 수 없다.
단 그동안 자급사료로 사육된 돼지고기를 드셔왔던 소비자분들의 증언을 토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자급사료로 키운 돼지고기는 섭취 시 소화흡수가 잘되고 속이 무척 편하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간 섭취 시 살이 찌기 보다는 근육의 힘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맛에서 공장돼지와 비교해 비린맛이 없으며 담백하고 고소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장돼지가 수분과 지방함량이 높아 밀도가 매우 낮은 반면 자급사료로 키운 돼지고기는 밀도가 높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배합사료로 초고속으로 사육된 돼지고기는 자급사료로 자연스럽게 느리게 자란 돼지고기와 비교해 일차적으로 수분함량이 매우 높다. 즉 빨리 자란 만큼 밀도가 충실하지 못해 효율성 면에서 낮다. 소비자들의 평에 의하면 같은 양을 섭취했을 때 자급사료로 키운 돼지고기가 훨씬 포만감을 준다고 한다. 즉 밀도가 높아 고기자체가 갖는 효율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초제와 살충제를 비롯한 농약범벅인 GMO옥수수와 육고기로 만든 육분, 성장촉진제로 만들어진 공장돼지고기안에 농약성분과 성장촉진제등이 포함되지 않았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현실에 대한 지나친 외면과 방관이 아닐까? 싶다.

자급사료로 흑돼지를 키우면서 발견한 현상중에 하나가 배합사료의 영향력이다.
배합사료로 사육된 돼지를 농장에 들여와 자급사료로 키우다 보면 그 영향력이 3대에 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배합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들은 자급사료로 키운 돼지에 비해 체구는 두배에서 세배가량 커지고 성장속도는 대개 4배에 이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배합사료를 먹고 자란 모돈의 2세가 자급사료로 키워져도 일정정도 그 영향력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최소 3대에서 4대에 이르러서야 배합사료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다.

우리국민의 일인당 육류소비량이 47kg에 이르며 이중 돼지고기가 20kg을 넘는다. 최소한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돼지고기가 무엇을 먹고 자라는지? 정도는 해명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무조건 돼지고기의 지방은 불포화지방이라는 논리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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