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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용석 연천군잡곡쌀출하회 회장[지면 73호]"연천을 친환경 먹거리 생산단지로 만들고 싶어"
김종훈 기자,김영찬 기자  |  mfood11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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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1.24  10: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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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석 연천군잡곡쌀출하회장

자유로를 지나 한적한 국도로 접어들자 추수가 끝난 논엔 하얀 공룡알만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오가는 차마저 뜸한 길을 한참을 달렸더니 갑자기 눈앞에 줄지어 늘어선 절벽이 나타나 표지판을 보니 임진강 주상절리란다. 그야말로 무릉계곡이 따로 없다. 강가 언덕에 자리잡은 박용석 회장의 집. 집 모양도 특이하다. 뻘건 철판으로 외벽을 마감한 성냥갑이 연상되는 각이 진 건물이다. 건물 옥상에는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돼 있고 현관 이마에는 멋진 글씨로 나무에 조각된 ‘동심원’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현관문을 노크하자 문을 열고 박 회장이 나온다. 박 회장과 인사를 마치자마자 물어봤다.      

 <김종훈 기자, 김영찬 기자>

-동심원이라. 동그란 원이 가득한 집이라는 뜻인가요? 집 모양이 특이합니다.

“아니에요. 아이 동 마음 심. 동심을 가지고 살자 뭐 이런 뜻입니다. 이 집은 제가 손수 지은 에너지 제로 하우스입니다. 명색이 친환경 농사를 짓는 사람인데… 거실은 나무를 때고, 온수는 태양열 온수기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온수기만으로는 한겨울엔 좀 물 온도가 뜨겁지는 않아서 겨울 4달 동안은 기름을 조금 씁니다. 60리터 정도 듭니다. 취사할 땐 태양열 발전기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요. 전기요금은 한 달에 5천원 정도 나옵니다. 사는 흔적을 적게 남기고 떠나자는 게 제 삶의 모토입니다. 그래도 집이 좀 오지인데다 농사를 짓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자동차는 굴리고 있습니다.”

▣ 잡곡쌀 계약재배는 단비

“내년부터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를 통해 학교급식에 현미와 찹쌀이 납품됩니다. 2015년 경기도 내 8개 시군에 잡곡쌀출하회가 조직돼 잡곡쌀을 학교급식에 공급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학교급식에 납품할 잡곡쌀 총량을 정하고 각 시군별로 할당을 해서 올해부터 계약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수매는 11일부터 20일까지이고요, 연천은 17일날 수매합니다. 연천군에는 150톤이 배정됐습니다. 우리 출하회 회원은 15명인데 한 명당 10톤 정도 계약재배하게 됐지요. 올해는 믿기 어렵다며 잡곡재배에 참여한 농민이 적어서 그런대로 평상시 농사짓던 것만큼은 계약량이 됐는데 내년부터는 많이들 참여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계약량이 늘어나야 되는데 그렇지 못해서 큰일입니다.”

박 회장이 친환경 농업에 뛰어든 건 5년 전. 박 회장은 20여년 동안 양돈업에 종사했었다. 그런 박 회장이 양돈업을 접은 것은 구제역 때문. 이웃 농장의 돼지들이 구제역에 걸리면서 박 회장 돼지까지 모조리 살처분 대상이 된 것. 살처분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죄를 많이 짓는구나” 생각을 했다. 그것으로 양돈업을 그만뒀다. 방향을 돌린 것은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친환경 농업. 친구와 함께 마련해 둔 4천평 논에 무농약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돼지 농장을 하면서도 농장을 그만둔다면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하는 단지같은 것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주위 농민회 선배들에게 무농약 농사를 권했었는데 제가 농사를 짓지 않으니 설득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농장 그만둔 다음 무농약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겁니다.”

야심차게 친환경 농업에 뛰어들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판로가 마땅하지 않은 것. 수매가도 일반 관행농업으로 생산한 조곡에 비해 친환경 조곡이라고 훨씬 더 많은 금액을 주는 것도 아니었다.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일반 관행에 비해 노동력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논두렁 제초도 그 뜨거운 여름에 일일이 손으로 서너 차례 해야 하고요. 이웃 논이 관행으로 짓는 곳이면 그곳 논두렁까지 제초해야 합니다. 그 논에 제초제를 뿌리면 우리 논까지 농약에 오염되니까요. 병해충 방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도 수매가는 관행벼에 비해 6천원 정도 높으니 인건비를 생각하면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는 겁니다. 이런 형편이니 누가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겠습니까. 연천군에 자료를 요청해 받아보니 3년 전에는 무농약 쌀이 700톤 생산됐는데 지금은 340톤밖에 되지 않더군요. 3년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지요. 수매가도 문제이지만 판로가 마땅하지 않은 게 친환경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친환경으로 쌀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때에 단비가 내렸다. 판로가 보장되는 잡곡쌀 계약재배가 이뤄진 것.

“연천군에서는 친환경 쌀에 대해 농협이 적극적으로 판로확보를 안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해진 공급처가 생겼다는 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게다가 수매도 생산비가 보장되는 가격으로 되었고요. 문제는 이번 계약량이 다른 시군 출하회가 상황이 안 좋은 연천군을 생각해줘서 150톤을 배정받았는데 내년에 더 많은 농민들이 참여하겠다고 하면 고민입니다.”

▣ 농업 발전 위해서는 사회구조적 틀이 바뀌어야

1인당 쌀 소비량은 계속해서 줄고 농업기술은 좋아져 해마다 풍년이 왔지만 시장상황은 생산비도 안 나오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쌀값 폭락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거와 같다고 봅니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은 기업들에게 인건비를 절감하라고 한 것이라 생각해요. 월급이 삭감된 봉급자에게 값싼 먹거리를 제공해야 하니 GMO라든지 수입농산물을 들여오는 거죠. 농업만 고민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틀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쌀을 제외하고 나머지 곡물의 자급률은 5%가 채 안돼요. 논에 옥수수라든가 밀을 재배하게 해 자급률을 높여야 합니다. 밭으로 바꾸는 것은 장비를 투입해서 배수구를 만들면 되거든요. 이러한 비용을 지원해주고 소득을 벼농사 짓는 만큼 맞춰주면 됩니다. 방법이 많은데 국가가 안하는 거죠.”

▣ 그래도 희망은 있어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박 회장은 이번 잡곡쌀을 계약재배하며 희망을 보았다.

“이번에 학교급식을 하면서 농민회를 좀 불순하게 바라보던 사람들도 들어왔어요. 그분들은 처음에는 정부에 비판적인 얘기가 나오면 부담스러워 했었는데 이번 학교급식 계약재배과정을 알게 되면서 정책적인 시위에 같이 가기도 합니다. 지난해에도 올해도 쌀값 폭락이 반복되는 걸 농민들이 봤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박 회장에게 친환경 농민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연천군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연천이라는 지역은 접경지역이라 공업단지나 그런 걸로 개발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연천을 친환경 먹거리 생산기지로 만들고 싶어요. 경기도 안에서도 남양주는 친환경 농산물이 없어서 못 먹고 또 어떤 곳은 남아돌지요. 궁극적으로는 농협이 나서서 해야 하지만 정 안된다면 저희가 해야지요. 그렇게 구조적인 틀을 바꿀 때 우리 농업의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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