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국 9개 광역지자체와 손잡고 어린이집과 복지시설 등에 친환경 공공급식을 실시키로 하면서 전국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1월30일 서울시청 대회의실 3층에서 전국 9개 광역지자체(경기도, 강원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제주특별자치도)와 ‘도농상생 공공급식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공공급식의 건강성과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산지 지자체와 상호교류 및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상생협력체계를 한층 강화해 갈 것을 약속했다.

협약식에 앞서 서울시관계자는 “공공급식을 통해 안전한 먹을거리로 아동기본권을 보장하면서 도농상생의 기회를 마련하여 도시아이들의 건강과 우리농업의 발전을 기획하는 로드맵”을 자신있게 발표했다.

내년부터 자치구 8곳에 산지 지자체의 친환경 농산물을 직거래할 수 있는 ‘공공급식센터’를 설치하고, 2019년까지 단계별로 전 자치구에 도농상생 기반의 친환경 식재료 공공조달 시스템을 구축하여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복지센터 3개 시설 총 7,338개소에 대한 안전한 식재료를 공급하며 생산(산지)~유통(공공급식센터)~소비(공공급식시설) 3단계별로 안전성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통해 먹을거리 안전성을 담보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 5~7단계의 유통단계가 직거래로 단순화됨으로써 공공급식시설(소비자)은 안전한 먹을거리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산지 생산자는 안정적인 판로 확보로 농촌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한다.

모범적인 도농상생의 모습이라 할 수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가 전개되기까지 시내 자치구나 대상기관 등과의 통상적인 합의내용은 무엇이고 어떤 논의과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공공급식 대상기관을 어린이집과 지역아동센터, 복지센터 세 곳으로 한정한 것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지만, ‘서울시공공급식 4개년 추진 로드맵’에서 밝힌 청사진은 어디에 근거하는지도 궁금하다. 당장 내년부터 시범운영하게 되는 8개 자치구가 어딘지도 밝히지 않고 기존의 급식운영체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빠진 채로 “실시한다”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다.

도 단위 대표자와의 협약식을 가졌다는 것 만으로도 박 시장은 새로운 역사를 만든 게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퉁쳐 질 간단한 얘기는 아니다. 현재 서울시내에는 5개구의 급식지원센터가 있으나 물류를 담보한 시설을 갖춘 곳은 없다.

지난 10월 서울시가 자치구를 대상으로 물류시설을 갖추고 서울의 공공급식사업에 동참하도록 공모를 하였으나 현실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앞으로 만들어질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협약은 어째 너무 급한 일 같아 보인다.

시의 계획대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품목을 얼마나 소비할 것인지, 또 어떻게 안정적인 생산과 공급을 유지하며 안전을 담보할 건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준비되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대상 시설의 참여의지가 분명해야만 한다.

또 서울시친환경학교급식에 참여하고 있는 산지 생산조직들이 왜 서울급식을 포기하고 있는지, 학교라고 하는 거대한 소비처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실시하지 못한 계약재배가 공공급식에서는 어떻게 실현 가능할 것인지 등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선행 되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 허리에 실을 묶어 사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