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빈파 식량닷컴 전국친환경급식정보센터장

얼마 전 서울시가 식재료조달기준을 발표하는 토론회가 있었다(11월14일). 책자를 열어보니 가공식품과 수산물에 대한 기준이었다. 가공식품기준은 그동안 여러 차례 토론을 통해 정리된 내용이어서 별반 새롭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좀 더 학교현실에 맞도록 심도 있는 분류체계를 적용하고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를 썼다면 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수산물기준이다. 눈에 익은 분류와 순번, 품목구분 납품 적요며 단위원물권장량표기를 보니 갑자기 혈압이 올랐다. 숨을 크게 쉬면서 꼼꼼히 읽어보니 성북구의 규격표 비고란에 설명을 붙이고 단위원물 권장량은 원문아래 ‘품관원기준’이라고 표기하여 마치 실제인양 했으며 성북구가 제공한 55종 220개 품목에서 중 몇 개만 삭제된 55종 160품목으로 제시하였다.

성북의 수산물 규격표는 필자가 친환경급식지원센터장 시절, 지난 2012년 수산물연구회를 구성하여 2013년 4월 30일 심포지엄을 통해 1차 발표한 이래 3년 동안 관계자들과 수시로 수정, 보완하면서 정리해온 것들이다. 서울시는 이번 품질규격을 내놓기 위해 몇 차례 TF회의를 했다고 한다.
 
규격회의를 하면서 이와 같은 정리를 하고자 했다면 적어도 성북구관계자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지 양해정도는 구했어야하는데 일언반구 얘기도 없다가 마치 서울시가 전부 다 한 것처럼 공개하는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불쾌하고 분노한 마음에 청중석에서 일어나 의견과 입장을 토로했으나 시관계자들의 공식적인 사과는 듣지 못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수산물을 조달하면서 필수기준이 ‘친환경수산물’이라는거다. 국내산 자연산수산물은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는 대목이나 친환경인증수산물(유기, 무항생제)등 인증수산물을 우선사용 하도록 한 것은 학교급식에 가능한지 의문이다.
 
수산물의 친환경인증은 ‘양식’에서나 가능한 일이며 학교급식에 사용할 품목은 김이나 미역, 일부패류 등 아주 한정적이며 그것도 국내 몇 명밖에는 인증자가 없다. 뿐만 아니라 방사능 안전관리기준에 대하여도 국내 방사능검사기관에서 검사가 가능한 것은 세슘과 요오드 뿐인데 그 이상의 물질(스트론튬, 플루토늄)까지 검사하도록 한 것이나 품목별 월2회 이상 사전 검사를 원칙으로 한 것은 아주 비현실적이다.

이날 패널들이 나와서 친환경규격을 이야기하면서 GAP를 강조하다가 분위기 험악했던 것은 다시언급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적어도 기준을 제시하고 논의하려면 원칙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본질적인 잣대부터 함께 만들고자 노력해야할 것이다. 서울시민청 문에 그려있는 ‘큰 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청책토론은 청중들이 듣기만 하는 토론회인가 반문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