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빈파 식량닷컴 전국친환경급식정보센터장

지난달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식중독 의심 사고가 접수됐다. 학교급식을 제공받은 학생84명과 교직원 7명은 안면홍조와 가슴통증, 두통과 발열을 호소하여 119에 실려 병원에 이송됐다.

관계기관에서는 그날 학생들에게 제공된 방어스테이크와 소스, 쇠고기미역국과 버섯탕수육을 수거해 식약청에 검사를 의뢰하였는데, 사건발생 40일이 지난 지금까지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의심환자들의 증상이 완화되었고 2명만 입원치료를 받음에 따라 사고 익일 4교시 수업, 주말 휴일포함 3일간만 급식을 중단했다 곧바로 급식을 재개하면서 식품알러지로 잠정 정리했다. 모두 놀란 가슴 쓸어내렸지만 원인이 뭔지 궁금해 하고 있다.

당시 제공된 식단재료들 중 알러지 발생 의심 식품은 방어스테이크라고 한다. 식품 알러지는 식중독과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하기 때문에 학교급식에서는 알러지 유발식품에 대해 법에서 정한대로 가정통신문과 학교홈페이지, 식당과 교실게시판에 공지하고 표시하도록 되어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①난류 ②우유 ③메밀 ④땅콩 ⑤대두 ⑥밀 ⑦고등어 ⑧게 ⑨새우 ⑩돼지고기 ⑪복숭아 ⑫토마토 ⑬호두 ⑭쇠고기 ⑮닭고기 ⑯오징어 ⑰조개류 ⑱아황산류(SO₂로 잔류량 10mg/kg이상 시)를 알러지 유발식품으로 지정, 고시하고 식품자체나 가공생산과정에서 혼입될 소지가 있을 경우 반드시 제품에 표시해 소비자가 정확한 정보를 알고 알러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학교영양(교)사들도 식단 레시피를 구성할 때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가정과 학교에 반드시 알려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방어는 고시된 알러지 유발식품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이 학교 사고 내용에 대한 최종 결론을 아직도 못 내리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입장이며 방어도 고등어 같은 성향의 어류여서 아마도 방어가 사고 원인일 것이라고 전하면서 알러지 유발식품으로 방어를 넣을 것인지를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알러지가 식중독과 유사한 증상이므로 알러지도 식중독으로 분류하여 관리되어야한다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도 하는데, 그런 경우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식품위생법에 따른 학교장과 영양교사는 무조건 징계 받게 되므로 식품알러지를 식중독으로 분류하는 것은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다.

어쨌든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모든 시각이 방어에만 꽂혀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날 제공된 방어스테이크가 반조리제품이라는 것이다. 영양교사 말로는 “부산의 모 회사가 제조가공한 방어스테이크로 표면에 델리야끼소스가 발라진 급식용 반조리 제품”인데 오븐에 구워 그 회사에서 제공한 소스를 추가해 학생들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시중에 있는 해당소스 제품(국내 O사, C사, D사와 수입소스 4종)의 제품표시를 찾아보니 국내제품에는 알러지 유발식품 표시가 되어있으나 수입 소스들에는 표기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방어스테이크 제조사가 어떤 소스를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사고가 어쩌면 소스쪽에 원인이 있었는데 모르고 넘어간 건 아닌가 하는 의심도 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반조리 제품을 사용한 것이라고 본다. 사고 학교가 있는 동네는 오래전부터 구청에서 안전한 수산물 공급업체를 선정하여 학교공동구매를 추진하며 구 차원에서 철저한 식품안전과 유통을 공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도 대체로 영양(교)사들은 수산물을 수산물업체로부터 구매하지 않고 공산품 회사를 통해 구매하면서, 아예 제품명을 지정하여 납품받고 있다. 구청에서 선정한 안전한 수산물업체에서 스테이크용 방어를 발주하고 영양교사가 직접 구매한 소스를 아이들에게 제공했다면 이런 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