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훈 신농 영농조합법인 대표

서울시친환경학교급식산지협의회 이강철 단장과 함께 서울시 학교에 저농약 사과를 공급해 오던 전북 장수군 '신농영농조합법인'을 찾았다. 이강철 회장은 저농약 인증이 취소되면서 서울시 학교에 친환경과일을 공급할 수 없게 되자 대책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이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26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 개정리 '신농영농조합법인' 현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자치와협동 최재관 대표, 식량닷컴 전국친환경급식정보센터 이빈파 센터장, 서울시친환경학교급식전국산지협의회 이강철 회장과 신농영농조합법인 김경훈 대표, 육성근 총무, 차기 대표인 전대호 부자농장 2대 농장지기 등이 참여했다. <김규태 자치와 협동 홍보위원장, 정리ㆍ사진=김영찬 기자>

 
○ 2016년 2학기부터 친환경 과일(사과)급식 중단사태
2016년부터 저농약인증 농산물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친환경농산물 소비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는 저농약인증의 대안으로 GAP인증을 추진하고 있지만, GAP가 제초제는 물론 GMO까지 허용하는 인증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직접적인 타격은 학교급식에서 시작됐다. 친환경 과일급식이 중단된 것이다. 과일 중에서도 기술적으로 무농약 인증이 어려운 사과가 대표적인 품목이다. 친환경 과일 구매가 어려워지자 학교에서는 과일급식을 줄이거나 일반 과일을 공급하면서 안전을 생명처럼 여기는 친환경급식에 빨간 불이 켜졌다.

○ 친환경 사과 농가에 피해 집중
소비자들 보다도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는 이들은 바로 생산 농가들이다. 특히 사과 농가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대부분 제초제를 사용해 간편하게 농사짓는 관행농법으로 회귀했지만, 인증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저농약인증 농법을 적용하고 있는 농민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 농가들이 언제까지 저농약 인증 농법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갈수록 생산비는 오르고 각종 병충해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는 ‘서울시친환경학교급식산지협의회’ 이강철 회장은 “저농약 인증이 2015년에 수확한 과일까지 유효해 올 여름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2학기로 들어서면서부터 과일급식이 중단되다시피 했다”며 시급한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 사과농가 2세대로 구성된 신농영농조합법인
신농영농조합법인은 13명의 구성원 중 80%가 2세대로 구성된 젊은 농민조직이다. 김경훈(46) 대표 또한 2세대로, 장수군 1호 귀농인이라고 한다. 13농가 중 7농가가 학교급식에 참여하고 있는데 학교급식은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저농약 인증이 폐지되면서 더 이상 학교급식에 친환경 사과를 출하할 수 없다는게 억울하다.

저농약 인증이 폐지되면서 95~6%의 농가들이 곧바로 제초제를 사용하는 관행농법으로 회귀했지만 신농영농조합법인 소속 농가들은 13명 중 2농가만 관행농법으로 회귀할 정도로 인증과 상관없이 저농약 농법을 유지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저농약인증이 폐지되면서 저탄소 국가인증과 아이쿱생협에서 실시하는 자주인증을 받아 현대백화점에 납품을 하고 있지만 정작 서울시 학교급식에 납품할 수 없다는 사실이 기가 막힐 뿐이다.

○ 생산부터 정산까지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
2세들로 구성된 신농영농조합법인의 결성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아버지’였다. 모이면 하나같이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들의 노하우를 합리적으로 찾아냈다. 이렇게 결성된 신농영농조합법인은 공동생산, 공동정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태풍으로 농사를 망친 회원을 위해 500만원씩 걷어 8,500만원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7,000만원의 유통 사기를 당한 회원의 실수도 감싸 안았다. 농사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농가들이 돌아가면서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도 참여하고, 슬로푸드 장수지부 구성도 준비하고 있다.

○ 학교급식의 장점과 단점
농민들에게 있어 학교급식은 안정적인 판로다. 이와 관련 김경훈 대표는 “꾸준한 출하와 시장가격처럼 변동이 심하지 않아 생산량만 늘리면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돼 좋았다”고 한다. 반면에 까다로운 단점도 많다. 김 대표는 “포장을 잘 한다고 해도 운송 과정에서 안 좋은게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인데 영양사들은 가차없이 크레임을 놓는다. 그리고 과일의 특성상 물, 바람, 해와 씨름을 하면서 1년동안 흠집없이 버텨 낸다는건 말이 안된다. 작은 흠집이 있다고 너무 가혹하게 내쳐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바램을 이야기 했다.

“흠집이 있다고 먹는것에 문제가 없는데 못먹는걸로 구분을 해버리면, 그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