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GMO가 이슈로 떠오르고, AI가 창궐하고, 쌀값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정치권과 언론들은 조기대선에만 올인하고 있다. 식량자급률이 낮다며 GMO를 이야기 하고, AI가 터지자 미국산 계란을 들여온다. 참 손 쉬운 농업정책이다. 그 사이 농민들은 하나 둘 파산하고 있다. 또 다른 세월호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농민 이상으로 쌀값을 지키려는 이들이 있다. 지속가능한 학교급식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는 학교급식지원센터 관계자들이다. 이들이 지치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손 놓고 있는 정부가 일을 하도록 정치권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2017년 정부양곡 판매가를 20kg 1포에 35,030원으로 고시했다. 지난해 40,640원보다 14% 인하된 가격이다. 정부의 쌀 가격 인하 발표는 친환경급식을 하는 학교급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정부미와 친환경쌀과의 차액이 그 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에서 가장 높은 쌀값을 기록하고 있는 경기미급식을 하고 있는 경기도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짐은 정부 고시가격이 발표되기 전부터 있어왔다. 경기도는 지난해부터 고등학교까지 친환경쌀 차액지원을 시작했다. 정부미와 경기미 친환경쌀의 차액을 시군과 도가 반반씩 부담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서울과 경기도 일부 시군에서는 경기미가 아닌 지방의 친환경쌀로 급식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도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저렴한 가격에 친환경급식을 할 수가 있다.

경기도친환경쌀 기준가가 6만5천원일 경우 정부미 3만5천원과의 차액 3만원의 50%인 1만5천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4만2천원의 지방 친환경쌀의 경우는 시비 7천원만으로로도 친환경급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틈새시장을 겨냥해 일단 팔고 보자는 투매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학교급식을 위해 쌀값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들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절망하고 있는 농민들에게 실날같은 희망이 되고 있다. 경기도의 한 학교급식지원센터 관계자는 “작년보다 2천원을 깎아 62,000원으로 결정했는데도 예산부담이 크다”면서도 “차마 더 이상 깎지 못하고 62,000원을 사수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방의 친환경쌀로 급식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센터 관계자는 “우리는 친환경쌀 가격을 내리지 말기를 원했는데 알아서 내린 가격(42,000원)으로 제시를 해 왔다”면서 농민들의 투매를 걱정했다.

조기대선에 올인하고 있는 정치권은 세월호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아직도 농민들은 죽지 않았고, 판로만 있으면 콩, 옥수수 등 어떤 작물이든 심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