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5일 전북농업인회관 회의실에서 전북지역 활동가들이 모여 '대선농정의제 발굴을 위한 지역순회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국면과 조기 대선이 가시화됨에 따라 적폐청산과 새로운 농정 실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자치와 협동(준)에서는 대선국면에 적극 개입하여 농정 대전환을 이루어내자는 고민속에 두가지 활동을 전개하기로 한바 있다.

정권인수가 유력한 더불어민주당의 농정공약 수립에 개입하자는 것과 시민사회에서 진행되는 대선농정공동공약 추진모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1월 더민주당 농정공약 수립의 일환으로 전개된 ‘대선농정의제 발굴 지역별 순회워크숍’ 참가기를 전하고자 한다.

이번 워크숍은 자치와 협동(준) 회원이기도 한 김현권 국회의원측과 논의하에 현장의 요구를 농정공약에 반영하고자 더민주당 정책위원회와 전국농어민위원회 주최로 진행되었다. 즉, 지역별 농업·농촌·먹거리 분야 워킹그룹의 참여속에 현장 밀착형 대선 의제의 발굴 및 전략과제 도출이라는 목표하에 진행된 것이다.
 
지난 1월17일(화)부터 25일(수)까지 경북, 경기, 전남, 충북, 전북 5개 지역을 순회하며 지역 현장의 요구를 수렴하였다. 이번 워크숍에는 농민활동가 뿐만 아니라 연구자, 먹거리·농촌지역 활동가, 정치인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여 농업·농촌·먹거리 분야의 적폐청산과 새로운 전환에 대해 논의하였다.

농정대전환에 대한 현장의 요구
워크숍에서는 우리 농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자치와 협동(준) 최재관 대표의 기조발제 후 핵심의제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였으며, 참석자 전원이 농정의제를 작성, 분임토론을 통해 농정의제 제출, 농민·국민·농업·농촌·제도 등 총 5개 분야로 분류 및 취합하였고, 모바일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즉석 투표로 핵심의제 우선순위를 선정하였다.

5개 지역을 순회하면서 참석한 지역 활동가들의 농정대전환에 대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제도권 정당에서 농정의제를 발굴하기 위해 지역순회 토론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절차가 정례화 될 필요가 있다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농정부터 반성이 필요하다’ ‘직접지급방식의 농정예산체계 개편, GMO를 극복하는 식량 자급형 농업생산체계, 공공급식으로 판로를 형성하고 계약재배와 가격안정 실현, 생산자 주도형 농정집행체계 조직화, 희망찬 농촌건설 등 우리 농업의 근본적 변화를 담은 설계도의 마련이 시급하다’ ‘중장기 농업과제를 수립하고 집행해나가는 대통령직속 특별기구(가칭 식량주권 국민위원회)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통한 농정예산 투입의 정당성 확보’ ‘자급축산을 위한 축종 재구성(양돈･양계 등 의존형 축산보다 소･양 ･염소 등 자급형 축산으로의 전환)’ ‘농산물 부가세 도입’ ‘농촌지역 복지모델로서 면단위 공동주거형 거점아파트 검토’ ‘기존 마을종합개발사업 시 건설된 하드웨어 시설의 재활용방안 검토’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의 지방정부 위임(지역 식문화의 거점으로 활용)’ ‘마을회관을 동거동락의 거점화(보건소-복지과-평생교육과 공동 추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현장의 절절함과 참신함이 배어 있는 요구가 쏟아져 나왔다.

워크숍의 의미와 과제
이번 워크숍은 농정패러다임의 전환은 현장의 농정주체인 우리가 직접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공간이었다.

그동안 경쟁력 지상주의 농정으로 한국농업을 벼랑끝으로 몰아온 중앙집권적 농정이 일순간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변화를 일구기 위해서는 지역 현장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정주체가 참여를 통해 요구하고, 정책으로 입안되고 시행되는 과정에 개입하는 ‘참여’와 ‘요구’ 그리고 ‘개입’과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농정의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워크숍은 그 첫출발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농정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현장의 열망을 확인한 만큼 본격적인 대선기간에도 우리의 요구가 실제로 반영되는지 확인하고 요구하는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농정대전환에 대한 약속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참여하여 끝까지 요구하고 입안된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감시하는 우리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워크숍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농정의 대전환은 농업분야만이 아니라 농촌지역과 먹거리분야까지 포함하여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농민운동에서는 2007년 대선시기부터 국민농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국민과 함께 하지 않으면 농업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절박한 심정에서였다. 그리고 2008년 광우병 투쟁당시 전 국민적 저항을 목도하면서 그 정당성을 확인하였고, 2010년 지방선거시 절정에 달했던 학교급식운동을 통해 농업문제의 외연 확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참석자들은 공히 농정의 대전환은 농민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으며, 농촌지역개발 및 주민 삶의 질 문제를 비롯하여 전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문제까지 확대하여 함께 행동해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공유할 수 있었다. 대선농정공약을 논의하는 워크숍에 지역 내 다양한 주체가 함께 모여 고민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자치와 협동은 지역별로 이 같은 모임과 네트워크가 더욱 확장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는 농업·농촌·먹거리를 살리는 농정네트워크를 표방하고 있는 자치와 협동의 설립 취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번 워크숍은 제도권 정당 개혁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는 행보였다고 생각한다. 수권이 유력한 야당의 부문 조직인 농어민위원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농정을 펼치도록 일종의 이벤트를 강제(?)해내었는데, 농정의 새로운 변화는 이와 같은 참여와 개혁이 지속적인 운동으로 전개될 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호중 자치와협동 (준)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