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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칼럼]전통식품예찬[79호/7면/오피니언/김은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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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6  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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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국 유학시절 나는 27명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주거협동조합에서 살았다. 당시 주거협동조합에 사는 학생들은 나름 진보적인 학생들이었고 먹을거리에서도 지역먹을거리, 친환경 등을 중시하고 매일 저녁은 27명이 돌아가면서 27인분의 밥상을 차려야 했다.

매달 1일이면 27명의 식단이 게시판에 붙는데 이 친구들은 빵이나 케잌류 등도 밀가루 반죽 해가며 직접 요리하는 것에도 재주가 좋아 나름 인기 식단도 꽤 있었다. 주로 우리나라 전통밥상처럼 밥, 국, 김치나 무침류에 불고기 등의 특식을 준비한 나의 저녁도 인기 식단 중 하나였다. 언젠가는 파강회를 했는데 예술이라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사실 이 친구들은 곡류를 날 것 그대로 먹거나 발효시켜 먹는 것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있었던 듯하다. 예를 들어 그 가운데 아주 독특한 채식주의자가 있었는데 10여 가지 이상의 곡물을 가루로 만들어 매끼니 먹었다. 매일 보면서도 대수롭지 않았는데 어느 날 문득 그 친구가 먹는 것이 결국 우리나라 미숫가루나 생식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데 지나치게 과학적인 그 친구는 한꺼번에 섞어서 먹지 않고 따로따로 양을 재서 먹는 것을 보고 한동안 신기하게 쳐다본 기억이 있다. 그리고 학생들 중에는 김치를 먹어봤다는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나 심지어 김치라면을 사와서 김치(!)라고 자랑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렇게 은근히 우리 전통 먹을거리에 대한 자부심을 가득 안고 귀국한 나는 불과 2년 만에 많이 바뀐 우리 밥상을 보게 되었다. 어느새 우리 전통 발효식품이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을 본 것이다. 이유는 하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성인병에 걸리는 것은 음식을 짜고 맵게 먹어서라고 언론이나 방송에서 떠들어댄 때문이었다.

김치, 장류, 젓갈류, 장아찌류 등 우리 전통발효식품이 소금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짠맛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한편에서 이렇게 학자들을 내세워 짠맛을 피하라고 한 덕분에 우리나라는 전통발효식품은 점차 인기를 잃고 어느새 포도주, 치즈, 야쿠르트 등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었고 심지어 일본의 낫토까지 우리나라의 청국장 자리를 꿰찬 것이었다.

세상이 이렇게 바뀐 것에 대한 충격도 잠시, 다행히 나는 이런 변화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전통식품, 특히 발효식품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이 있었다. 때론 강연으로, 때론 책으로 만난 그 분들 덕에 다시 우리 먹을거리에 대한 자부심을 되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분들의 노고가 점차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성인병의 원인이 짜게 먹는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트륨 때문이고, 그 나트륨은 전통발효식품보다 공장대량생산된 가공식품에 훨씬 많은 양이 들어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트륨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끊임없는 활동 결과 기업들이 나트륨함량을 낮추기 시작했다. 급기야 식약처까지 나서서 나트륨저감화를 정책으로 만들게 했다.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제 젊은 사람들이 전통발효식품을 좋은 원료로 직접 담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대기업이 김치와 장류시장에 뛰어들어 장류를 가공식품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한 이후 거의 담지 않던 김치와 장류를 직접 담기위한 모임이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막걸리가 다시 유행을 하고 식혜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우리 전통발효식품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학교급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학교급식에서 직접 김치와 장류를 담는 학교가 학생수 적은 농촌마을에서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올해에는 드디어 서울시에서도 예산을 들여 학교에서 직접 장을 담게 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노원구에서는 학부모들이 장담는 협동조합까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다.

좋은 정부는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을 미리미리 알아채고 대비한다. 불행히도 우리 정부는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 뭐든지 국민 개개인이 방법을 찾고 그것을 실천해 나가면서 성공사례가 나와야 관심을 가진다. 장 담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려고 하니 안하는 것보다는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 겨우 정부가 나선 마당에 국민들이 더 열심히 보여주자. 마치 광화문에서 촛불이 타오르듯이 밥상에서 장맛이 살아날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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