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식용유와 관련하여 두 가지 문제가 화제가 되고 있다. 첫째는 한달도 채 안된 아주 최근의 일로 인기를 끌던 빵에 관련된 것으로 그 빵에 버터가 아닌 식용유를 쓴 것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가가 논란이 되었다. 결국 업체가 폐업을 하고 법적 대응을 모색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두 번째는 GMO표시제가 2월 초에 개정되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15년 동안 표시의 예외였던 식용유가 여전히 표시 예외로 남은 것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불만이다. 시민사회단체는 GMO를 원료로 사용한 것은 표시하도록 원료중심의 표시제도를 요구했지만 식약처는 이 요구를 묵살했다. 오늘은 이 두 개의 사건의 공통점인 식용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40대라면 아마도, 50대 이상이라면 더 확실히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집집마다 명절선물로 들어온 식용유가 굳이 주요 식재료로 쓰이지 않고 부엌 구석에서 포장 째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던 그 시절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가 오랜 동안 전통적으로 생으로 먹거나, 삶거나, 찌거나, 데치거나, 굽는 먹거리가 대부분이었다. 볶거나 튀기는 조리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명절선물로 들어온 식용유를 쓸 일도 별로 없었고 그것을 직접 사는 일은 더더구나 없었다. 그러나 식용유 소비가 늘어나면서 그 주원료였던 콩과 옥수수 수입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유채(카놀라)까지 엄청난 양이 수입되고 있다. 식약처는 콩과 옥수수의 10%도 안되는 자급률을 내세우면서 수입을 정당화하기까지 했다.

이제 생각해보자.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식용유를 먹기 시작했을까? 사실 식용유 소비가 늘기 시작한 것은 냉동식품이 시장에서 대세를 이루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밥상에 반찬으로 오르는 냉동식품의 대부분은 식용유 없이는 조리가 안되는 것들이다.

80년대 말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전통적으로 집안살림을 맡아왔던 여성들을 중심으로 가사노동의 분담이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사회분위기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을 들먹이면서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기보다는 집안살림을 하는 것이 당연한 듯 주장했다.
 
가사노동의 문제는 가정의 구성원들이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 여성의 몫이었다. 물론 이 현상은 지금까지도 그다지 개선된 듯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심에 먹는 문제가 있다. 누군가의 수고를 거치지 않으면 밥상은 차려지지 않는다. 자, 이제 누구의 수고로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 더 솔직히는 이 문제에 누가 실제 해결책을 내놓았는가?

가사노동 분담의 문제에 대한 해결은 엉뚱하게도 기업에 의해 이루어졌다. 밥은 밥솥으로, 빨래는 세탁기로, 청소는 청소기로 해결하게 한 것이다. 그렇게 80년대 말 우리는 가전제품이 대세가 되었다. 혼수품 목록에 가전제품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다. 문제는 밥을 밥솥에 맡긴다고 해도 밥상을 차리려면 반찬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상당부분 여전히 여성의 몫이었다.
 
퇴근길에 장을 봐서 집에 와서는 곧장 부엌으로 들어가 반찬을 조리하는 여성의 모습은 지금도 종종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그렇게 장을 봐왔다는 징표로 항상 장바구니에 대파를 꽂아놓는 설정을 잊지 않는다. 실제 그때까지만 해도 밥상을 차지하던 반찬은 다듬고, 씻고, 데치고, 무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풀밖에 없는 밥상을 타박하는 가족들의 모습 역시 지금도 종종 드라마에 등장한다. 어느새 다듬고, 씻고, 데치고, 무치는 부엌노동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 틈새에 또 기업이 끼어들었다. 반조리 형태의 냉동식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그리고 다듬고, 씻고, 데치고, 무치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냉동식품을 사서 간단히 식용유에 튀겨 내놓은 것만으로 환영받는 밥상이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냉동식품이 대세가 되었다. 집집마다 꽉꽉 들어찬 냉동실로는 부족하여 냉동고를 장만하는 시대에까지 오게 된 것이다. 냉동식품의 증가는 당연히 식용유 소비의 증가로 이어진다.

빵에다 버터를 넣지 않고 왜 식용유를 넣었냐를 따지기 전에, 왜 GMO를 수입해서 식용유를 만들면서 GMO표시를 안하냐고 따지기 전에,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식용유를 많이 먹게 되었는지, 이렇게 식용유를 많이 먹어도 괜찮은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