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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칼럼]소위(?) 전문가라고 불린 자의 반성문[82호/11면/오피니언/김은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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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5  13:4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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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5월 중순 태백에서 열리던 유채꽃 축제에 사용된 유채종자 중 일부가 유전자조작종자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홍성지역에서도 또다시 유채꽃 축제에 사용된 종자가 유전자조작종자임이 밝혀졌습니다. 작년에 수입해서 올해 전국 곳곳의 유채꽃 축제에 팔려나간 곳이 약 20여 곳인데다 일부 농민 등 개인이 사간 것도 유전자조작종자가 섞여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더욱이 홍성지역에서는 그 유채로 비빔밥 등의 요리를 해 먹었다는 사실까지 확인되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선 유전자조작농산물이 수입되는 과정에서 관리의 문제가 얼마나 허술한지가 드러났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법제도의 맹점으로 인해 항상 지적되어왔던 문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입승인된 유전자조작농산물에 대한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전자조작농산물이나 식품에 대한 표시제도가 그것입니다. 수입승인이 되지 않은 유전자조작농산물의 경우 수입 자체가 금지되지만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수입 승인한 것은 모두 식용이나 가공용, 사료용이었고 규제도 이 용도의 수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셈입니다. 그 결과 종자에 대한 관리/감독에서 허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유전자조작종자에 대한 수입승인이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관리 역시 소홀했습니다. 솔직히 이 문제를 지난 20년 동안 지적하면서도 정부기관이 최소한의 관리는 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더욱이 그동안 비의도적으로 유출되어 나타난 유전자조작작물들이 수십군데에서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군락을 이룬 적이 없고, 또 때마다 정부기관이 발표를 했다는 사실이 이런 믿음의 근거로 작용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이 결국 우리 농업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질 것을 더 걱정했습니다. 그것을 반성합니다.

항상 소비자들에게 국산을 먹으면 안전하다고 말해왔습니다. 국내에서는 유전자조작작물이 재배되지 않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 편으로는 우리나라에서의 상업적 재배를 막을 수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유전자조작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엄청난 양이 수입되고 있는 마당에 비의도적 유출이 전혀 없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의도적 유출을 제때에 발견하고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면 과도하게 걱정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농업, 농민을 믿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은 그런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었으며, 얼마나 무책임했던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를 반성합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지난 10년 이상 이런 우려에 대해 손을 놓고 있어 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토종종자를 심자고 제안도 했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을 비롯한 많은 농민들이 토종종자를 발굴하고 재배하고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농산물을 수입하면 생겨날 수밖에 없는 비의도적 유출의 문제가 언젠가는 종자에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했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문득 유전자조작종자가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하면 생겨날 문제를 미리 막기 위해서 농민에게 자신이 심을 종자를 선택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농민들이 자기종자를 가지면 유전자조작종자가 들어와도 얼마든지 대항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주도 신혼여행의 기념사진에나 등장 할 것이라 믿었던 유채꽃이 전국적으로 퍼져 지방정부들이 앞다투어 유채꽃 축제를 열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를 위한 충분한 종자가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사실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유채꽃의 자생 가능성에 대한 것은 이미 2006년 일본에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우리나라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민감하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반성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반성문 하나 쓰는 것으로 끝내지는 않겠습니다. 앞으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루지 않고 더욱 더 열심히 고민하도록 하겠습니다. 유전자조작종자를 비롯한 작물, 식품 그 어떤 것도 이 땅에서 몰아낼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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