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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칼럼]‘먹고 산다’는 것[84호/8면/오피니언/식량칼럼]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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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30  01: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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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람들은 흔히
뭐해서 먹고 사냐라고들 말한다. ‘뭐해서 자고 사냐도 아니고 뭐해서 입고 사냐도 아니다. 왜 그럴까? 우리는 그 누구도 먹는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지만, 누가 대놓고 가르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먹는것이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마음 속 깊은 곳의 가르침은 현실에서는 역설적이게도 배부른 자의 투정쯤으로 폄하된다. 그래서 일까? ‘먹는것을 한 끼 때우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지난 달 문재인 정부는 다른 어떤 정부보다 더 일찍 미국을 갔다.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을 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강경화 외교통상부장관의 식습관(?)이었다. 실제로는 몇 번이나 먹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언론에 노출된 것은 두 번이었고 이 두 번의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 언론이나 방송, 심지어 각종 sns에까지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

이를 두고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일한다는 칭찬도 무수히 봤다.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바쁘게 일하는 모습이 아니라 앞으로 통상문제를 다룰 장관이라는 사람이 수입밀가루로 만든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었다. 컵라면을 먹는 장관이나, 그것을 열심히 일하는 것의 상징으로 칭찬하는 언론과 방송이나 다를 것이 하나 없는 것이 바로 먹는것을 대하는 태도이다.

그렇다고 지구 반대쪽을 가면서 쌀을 싸들고 가라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3첩 반상, 5첩 반상을 차려 먹으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먹는것을 진지하게 대하는 모양새는 갖출 수 있었지 않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태도 여하에 따라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조심성을 갖추고 있기를 바라는 것이 무리는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지 못했다. 한쪽에 컵라면을 쌓아 두고 또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었다. 너무 지엽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너무 편협된 지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그런 태도는 곧바로 정책으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민은 국민도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국정 100대 과제를 발표한 직후 각종 SNS 상에 떠돌기 시작한 문장이다. 10년 만에 정권이 바뀌고 솔직히 기대를 전혀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오히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더 크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다. 대통령의 10대 공약에 농업이 언급조차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선거 전날 비겁하게 쌀수입 공고를 냈을 때만 해도 정권이 바뀌면 이 문제를 시작으로 농업에 관한 많은 문제들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것이 한풀 꺾인 것은 농식품부장관을 발표했을 때였다. 적어도 농업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농식품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그래도 최소한의 정보는 알 수 있었다. ‘저 사람이 장관이 되면 어떤 정책을 펼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완전 허를 찔렸다. 그 어디에 물어봐도 뭐하던 사람인지, 농업관련해서 무엇을 해왔는지 전혀 정보가 없었다. 그때 이미 우려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우려에 쐐기를 박은 것이 100대 과제이다. 그런데 그것도 부족했다. 통상교섭본부장 물망에 쌀 재협상에서 쌀 수입을 2배로 늘린 김현종이 거론된 것이다.

자신의 일상에서 먹는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머리에서 얼마나 대단한 정책이 나오겠는가. 결국 그들의 머리에서 나온 정책은 지난 수십년 동안 있었던 정책의 재탕, 삼탕에 지나지 않았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이라고? 우리가 원한 것은 단순히 사람이 돌아오는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생존을 책임지는 일인 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치가 더 잘 실현되도록 만드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100대 과제 그 어디에서도 이 가치에 대한 단어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이러저러하게 혜택을 주면 그 혜택에 솔깃해서 사람들이 돌아오겠지라는 천박함만 있을 뿐이었다.

문재인, 당신은 쌀 수입을 반대하고 우리 먹을거리는 우리가 지키자고 정부에 요구하다 희생된 백남기농민이 아니었다면 그 자리에 오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어찌 이리 에 대해 가혹할 수 있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먹는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으로 직접 말하고, 대놓고 가르쳐야 한다. 그래야 그 먹는일을 가능하게 하는 , 그리고 그것을 책임지는 농민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을 것이다. 그래야 겨우 농업정책다운 정책이 만들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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