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닷컴
오피니언식량칼럼
[김은진칼럼]범인잡기 놀이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면 85호 14면 [오피니언]/발행인 칼럼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mfood119@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9.04  21:58:02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Kakao Kakaostory 네이버밴드

   
▲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린 시절 친구들과 가장 많이 했던 놀이 가운데 하나가 ‘전기놀이’라는 것이다. 모두 이불 속에 손을 넣고 누군가 한 사람이 자신이 잡은 상대방의 손을 지그시 누르면(이것이 전기를 보내는 것이다) 이를 받은 사람이 그 다음으로 전달하고, 그렇게 해서 술래에게 전달되면 술래는 그 전기를 처음 보낸 사람을 찾아내는 것이다. 술래가 찾아내면 그 사람이 술래가 되고 못 찾아내면 계속 술래를 해야 하는 놀이이다. 어쨌든 이 놀이의 백미는 술래에게 보내는 모든 사람들의 ‘내가 아니야’라는 신호이다. 술래와 눈이 마주치치 않으려고 딴청을 피우거나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술래를 바라보며 자신이 보낸 것이 아니라는 듯 당당하게(?) 있거나. 물론 술래가 술래를 면하기 위해 범인을 찾기 위해 모든 사람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을 바라보는 것 역시 이 놀이의 재미 중 하나이다. 이것이 이토록 즐기는 놀이가 된 것은 이렇게 눈을 마주치며 계속 관찰하는 동안 모인 사람들이 더욱 친밀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범인잡기는 완전히 다르다.

세상 살아가면서 억울한 사연 한 두개 없는 사람은 없다. 그 가운데는 진짜 억울한 사람도 있고 억울함을 가장하는 사람도 있고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다들 이 문제가 법정에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양쪽 다 억울함(?)을 주장하는 개인간의 다툼을 위한 민사소송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법으로 범죄라고 정하고 있고 그 범인을 잡아야 하는 경우에는 한 사람이라도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 사람이 범인임을 주장하는 쪽은 반드시 검사여야 한다. 그리고 그 검사가 그 사람이 범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검사의 그 주장을 판사가 받아들여 범인이라는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그 사람은 당연히 무죄이다. 이것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무죄추정의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무죄추정의 원칙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아무리 본인이 억울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경우는 의외로 흔하다. 일단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해당 사실이 알려지고 나면 국민이 일말의 의심도 없이 범인으로 단정지어버리고, 이것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 며칠이고 그 사건이 새끼를 친다. 거기다 흔히 거리 인터뷰 형식을 빌어 국민의 이름으로 죽일(?) 놈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최근 또다시 이런 억울한 법인잡기가 시작되었다. 바로 달걀이다. 이미 범인은 정해졌다. 그리고 그 범인이 진짜 범인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기 위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반달걀에서 시작한 이 사건은 그 심각함(?)을 알리기 위한 보도경쟁과 자신은 그 범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측들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결국 친환경달걀로까지 문제가 확산되었다. 이름도 생소한 피프로닐 살충제에서 시작한 이 문제가 이미 38년 전 생산과 사용이 중단된 살충제인 DDT까지 되살려냈다. 그 과정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달걀과 그 달걀로 만든 먹거리들이 버려졌다. 닭을 기르던 농장들은 문을 닫기 시작했고 힘들게 유지되던 동물복지농장까지 그 여파는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닭을 키우는 농가에 떠넘겨졌다. 단순히 달걀을 못 팔고 버리는 금전적인 피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위험하다고 알려진 물질을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써왔다는 오명까지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다.

애초에 왜 이런 일이 생겨났는지, 그 원인까지 파헤치려는 노력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그나마 그것도 제각각이다. 정부는 그저 범인 한 놈 잡아 빨리 이 문제를 결론지으려는 조급함만을 보이고 있다. 말로는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저 말뿐이고 실제 그 방향으로 움직이려는 시도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집집마다 놓아기르는 닭에게서 귀하게 얻어 역시 집안에서 가장 귀한 사람인 남성(!)들에게만 밥그릇에 몰래 숨겨주던 달걀이 어느새 도시락에 숨겨진 달걀프라이로 바뀌고, 또 어느 순간 누구나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완전식품이 되었던 과정에서 그 수요를 맞추라고 강요당했던 농민들의 고충을 보살피는 사람은 왜 없는가.
술래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옛날의 전기놀이가 그리운 것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농민 몇 사람만 잡아 끝내려는 이 현실이 너무나 싫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식량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네이버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Kakao Kakaostory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공지사항
제호명(매체명) : 식량닷컴(인터넷신문)  |  등록일 : 2012년 1월 26일  |  발행일 : 2012년 3월 1일  |  발행처 : 주식회사 식량닷컴
<본사>(10016)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대서명로 67-20  |  <서울사무소>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62길 9 산림비전센터 11층 1103호
전화 : 02-761-1448  |  팩스 : 02-761-1449  |  메일 : mfood119@hanmail.net
등록번호: 137-86-32185   |  정기간행물·등록번호 : 경기 아 50341  |  대표이사/발행인 : 한기자  |  편집인 : 한기자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기자
구독료 : 1만원/월(12만원/년)  |  구독료·광고비 : 주식회사 식량닷컴 355-0023-2307-53 (농협)  |  제보 및 구독 문의 : 010-5285-7951(이종원)
이사 : 한기자 김원봉 민동욱 박종아 안병권 이원영 정근우 정기환 정승모 정명옥 허헌중 | 감사 : 이래철 장성자
Copyright © 2012 식량닷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food11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