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장

살충제 계란사태가 한국사회의 먹거리문제에 미칠 영향은 먹거리혁명에 가깝다.
이제껏 한국은 물가안정의 미명하에 값싸고 양많은 먹거리가 사회를 지배해왔다. 소비자들이 먹거리를 선택하는 일차적인 기준은 질을 떠나서 가격과 양에 있었다. 그에 관한 대표적인 축산물이 계란이었다. A4 한 장 면적에서 GMO로 만들어진 배합사료로 생산된 계란은 한국을 대표하는 값싸고 푸짐한 국민먹거리였다. 이것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서 크게 문제를 삼으면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된것이다. 근본적으로 살충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닭 사료의 핵심 원료인 GMO옥수수에 있다. 진디기 살충제는 위험하고 제초제와 살충제로 재배된 GMO옥수수가 안전하다는 논리는 맞지않다.

이번 살충제 계란사태는 향후 한국사회의 먹거리문화를 새로히 정립해가는데 중요한 계기점이 될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공장식 밀집사육의 대안으로 동물복지형 축산및 자급축산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부정할수 없다.

쌀은 남아돌고 가축의 사료는 GMO옥수수로 충당되는 현실에서 가축의 사육밀도를 넓히는 정도로 공장식 축산업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개선책은 사육밀도와 함께 가축의 먹이인 사료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문제이다. 공장식 축산업 전반에서 사용되는 GMO옥수수 중심의 배합사료는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대안이 될수 없다. GMO옥수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땅에서 직접 재배한 안전한 사료작물를 자급하여 가축을 사육해야 한다. 논에 벼 대신 사료작물을 재배하여 이것을 가축사육에 이용하는 자급축산이 시대적 요구이다.

현재 제도적 범위안에서 자급축산은 가능한 것인가?

우선적으로 이문제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 논에 보리나 밀등의 사료작물을 재배하여 쌀을 재배하는 만큼의 소득보장이 가능한가? 에 타진이 필요하다. 2018년 2019년 시행준비중인 쌀생산조정제는 사업의 필요성을 떠나 한시적 사업으로 인해 농가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상이 이루어지는 끝나는 2년후를 고민해 농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현재 제도적 틀 안에서 일종의 대안으로 경관보전직불제가 있다.

논에 쌀대신 보리, 밀, 호밀, 라이그라스 등의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준경관보전직불제라 하는데 집단화를 기준으로 기준면적 10ha이상이면 ha당 100만이 지원되며 하계 동계로 나누어 두 번의 지원이 가능하다. 여기에 논에 한해서 논농업직불금(ha당 107만원)이 추가지원된다. 일년 두 번의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조건으로 직불금으로 ha당 307만원이 생산농가에 직접 지원된다. 여기에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수익금이 추가된다. 쌀농사의 대안이 될수있다. 여기에 정부차원에서 자급축산 기반조성에 대한 지원사업을 마을단위로 만들어낸다면 자급축산은 현실화되게 된다.

늘어난 육류소비량으로 인해 산업적 규모 측면에서 돼지고기가 쌀을 추월한 이시점에서 쌀은 무조건 민족의 생명줄이라는 논리는 억지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변화된 식생활 방향을 인정해야 하며 늘어가는 육류소비량을 자급하는 것에 대한 농업적 고민이 실천적으로 담보되어야 한다. 축산업을 기업과 GMO에 포기하고,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지키는것은 물론이며, 농민의 생존권도 보장받기 어렵다. 축산업을 외세의존에서 자급으로 돌려야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도, 민족농업도, 농민의 생존권도 지킬 수 있다.

위기와 기회는 언제나 함께 온다. 선택은 농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