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장

축산업을 하면서 항상 궁금했던 것이 왜 사료풀은 다 외국 것이어야 하는가? 였다.

농민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료작물은 다 외국산이다. 월동 사료작물의 대명사인 라이그라스와 여름사료작물의 대명사인 옥수수를 비롯해 오차드그라스, 티모시, 알파파, 수단그라스등 이름만 들어도 한국의 사료작물은 없다. 이것의 이유가 외국산 사료작물이 효율성이 높은 것이어서 인지? 는 납득하기 어렵다. 많이 배우시고 오랫동안 사료작물을 연구해온 학자들이 수없이 많을진데 이분들의 노고를 폄하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신뢰하기에는 부족한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여름은 자급축산에서 의미 심장한 해인것 같다. 외국산이 아닌 자급사료을 통한 자급축산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적으로 연구되어야 할 것이 사료작물이다. 한국의 기후와 토질에 맞고 효율적 가치가 높은 사료작물의 개발이나 발견이 있지 않고서는 자급축산은 요원하다. 현대의 공장식 축산에서 최고의 사료작물은 GMO옥수수이다. GMO옥수수는 모든 가축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신이 내린 사료작물로 통하고 있다. 소, 돼지, 닭, 오리등 모든 가축은 GMO옥수수를 먹어야만 비로소 상품이 된다는 것이 공장식 축산을 지지하는 이들의 논리다. 과연 이 논리는 의심해볼 여지가 없는 정설일까? 과연 GMO옥수수는 모든 가축의 성장과 발육의 만능 해결사일까?

그러나 안탑깝게도 GMO옥수수는 만능 해결사가 아니다. 축종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실험을 통해 입증된 것은 GMO옥수수는 돼지의 성장과 발육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의심스럽다면 누구나 손쉽게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돼지들이 가장 좋아하는 풀은 돼지풀 일명 고마니똘(고마니풀)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돼지들이 가장 좋아하는 풀은 모싯잎이다. 베어다주면 다른 풀과 반응의 정도가 다르다. 너무도 좋아한다.
 염소도 같은 반응을 보인다. 방목장 풀중 염소가 제일 좋아하는 풀은 칡잎이고 다음이 모싯잎이다.   모싯잎의 효능을 찾아보면 돼지들이 반응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칼슘이 우유의 48배이며 다량의 철분,  마그네슘등 미량요소의 보고이며 섬유질이 풍부해 장의 소화흡수력을 높여주며 단백질이 풍부하다. 돼지들은 생리적 특성상 모싯잎을 찾을 수밖에 없다. 돼지를 배합사료에 의존하지 않고 사육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어미와 새끼돼지의 영양을 보장해주는 문제이다. 어린 돼지는 다량의 칼슘과 철분, 그리고 단백질을 요구한다. 모싯잎은 동물성 사료에 의존하지 않고서 칼슘과 철분, 단백질을 보장해줄수 있는 대안이 된다. 또한 섬유질이 풍부해 장의 소화흡수력이 좋아지는 것은 성장 발육의 열쇠와 같다. 장기구조가 사람과 가장 닮은 가축이 돼지인데, 사람 또한 모싯잎을 많이 먹으면 허리가 굽지 않고 관절염 골다공증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소를 비롯해 염소, 토끼 등 거의 모든 가축들의 성장 발육에 효과가 매우 높다.

모싯잎이 다른 외국의 사료작물과 견주어 대안이 될 수 있는 점은 영양상의 문제와 함께 재배가 매우 수월하다는 점이다.

모싯잎은 종자로도 번식하며 대개는 뿌리로 번식하는데 다른 잡초와의 경쟁력이 매우 우수하다. 즉 제초제가 없이도 재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초제 덩어리인 GMO옥수수와 경쟁력이 바로 이점이다. 다음으로 성장속도가 매우 빨라 연중 생산량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단점은 기계화가 추진되지 않고 건초나 싸일리지로 보관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점도 보다 연구하다 보면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축산업이 자급축산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료를 외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급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농약으로부터 안전성을 높여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사료작물에 대한 연구 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 최고의 지속가능한 천연사료는 풀이다. 자급축산은 풀에서 시작되어야 마땅하다.

무조건 외국의 것을 배격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런 고민 없이 자국의 것을 무시하고 외국 것만을 추켜세우는 사대주의는 마땅히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살충제 계란사태 이후 한국의 축산업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또한 계란에만 국한된 문제였던 것인가? 대안을 세우지 못하면 바르지 못한 것을 고쳐 세울 수 없다. 지금의 한국축산업이 처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