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애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경기지부장

2010년 6·2지방선거 이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무상급식이 확대되고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설치되면서 그동안 학부모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학교급식운동이 지방정부의 행정업무로 이관됐다. 학교급식운동이 제도화되면서 주무부서가 만들어지고 전문가를 채용해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운용하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아직도 지방정부로부터 위탁받은 농협 등 민간단체가 물류유통 중심으로 센터를 운영하는 곳이 있지만 갈수록 효율적인 물류유통기능보다 공공성과 교육 및 로컬푸드가 강조되면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민관거버넌스의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운영하는 추세다.
학교급식운동이 제도화되면서 커다란 성과를 이룩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시민운동이 후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무상급식이 확대되고 이를 관리할 주무부서가 설치되면서 학부모들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이젠 더 이상 학부모들은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과연 그럴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경기지부 이민애 지부장을 만나 학부모운동과 학교급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참학은 지역의 학부모, 아이들과 함께 일상적인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이민애 지부장은 인터뷰 내내 철학을 강조했다. 인터뷰는 9월 25일 오후 성남시 중원구(하대원동)에 있는 참학성남지회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김규태 기자>

- 참학 경기지부는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학)는 29년 역사를 가진 학부모운동 조직으로 건강한 교육과 교육정책을 위해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지부장은 아이가 입학을 앞둔 7세 때인 2003년 참학에 가입했다. 한번도 운동이란 걸 해 본 적은 없지만 촌지 등 부조리한 학교 환경을 바꾸고 싶어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운영위원회가 있다는 걸 알게됐다. 경기도에는 8개 시에 참학 지회가 있고, 이 지부장은 작년부터 2년 째 참학 경기지부장을 맡고 있다.

- 학부모들이 바라보는 학교급식은 어떤 모습인가
▸학교급식에 있어 철학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급식 하면 공짜밥, 편한밥 등이라는 생각들을 하는데 철학의 부재에서 오는 안타까운 생각들이다. 전 세계가 식량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급식은 유일한 친환경먹거리의 소비처 역할을 하고 있다. 급식에 대한 철학이 있으면 군대급식도, 로컬푸드도 친환경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무상급식이라는 용어도 당연급식, 교육급식 등으로 바뀌어야 한다.

- 현 학교급식의 과제와 발전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학교 교사와 영양(교)사들의 급식철학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올바른 메뉴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학교 운영위원회와 급식소위원회에 영양(교)사만 들어가는데, 조리사와 학생들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친환경급식이 고등학교까지 확대되고 GMO 완전 표시제도 이루어 져야 하고, 시군구별 급식지원센터도 설치해 효율적인 급식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 광역센터가 만들어지면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경기도에서 계속해서 광역센터 논의를 해 오고 있지만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광역센터를 만들기 전에 기초센터부터 만들고 학부모들의 활동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갈수록 학부모들의 참여가 저조한데, 시군센터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 알아가고 배워가는 일들을 일상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언제부터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을 갖게됐나
▸2004년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학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면서 급식소위원회를 꾸려 활동했다. 처음엔 급식실을 방문해 검수활동을 했는데 너무 깨끗하고 시스템이 잘 돼 있었다. 그래서 급식실을 나와 학교에 공급하고 있는 식재료업체들을 찾아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 학부모들을 무시하는 태도와 맞서다
▸한 번은 가락시장에 갔는데 장화를 신고 일을 하다 그대로 장화를 신고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들어와 일을 하는 것을 보고 학부모들이 기겁을 하기도 했다. 또 육가공업체를 방문 했을 때 파리가 날아다는 것을 지적하자 “지가 돌아다니다 죽어요”하면서 태연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 학부모들을 무시하는 태도였다. 이후 학교 운영위원회에 학부모들의 활동을 보고하자 운영위원들이 깜짝 놀라며 학부모들의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호신용 망치들고 새벽에 식재료 현장 불시 점검도
▸한 번은 떡 업체를 갔을 때의 일이다. 다른 식재료 제조 현장과는 달리 너무 깨끗해서 의심이 갔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호신용 망치 등으로 무장을 하고 새벽에 떡 업체를 급습해 재포장 하는 현장을 적발하기도 했다.

- 급식 활동에 대한 관심이 주말농장으로
▸급식업체를 방문, 아이들 먹거리 점검활동을 하면서 믿을 수 없는 먹거리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고 직접 농사를 짓고 싶어 주말농장을 시작했다. 우리 가족이 먹는 것은 직접 농사를 지어 먹고 싶었다.

- 아이들과 함께 직접 요리실습 활동도
▸참학 활동으로 아이들과 함께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해서 먹는 실습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먹거리를 통한 철학교육으로 2년 째 운영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나도 할 수 있다”며 무척 좋아한다. 처음엔 과일을 깎다가 손을 다치기도 하고 불을 다루다가 손을 데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크게 다치지 않는다. 직접 장을 보면서 GMO 식재료를 피해 친환경먹거리로 장을 보아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바나나우유와 초코우유 등에 바나나나 초콜렛 대신 바나나향과 초코향이 들어간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아간다. 어릴때의 요리습관이 커서도 습관이 된다고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학교의 교육과정에도 적용 되기를 바란다.

-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어떤 운동을 해도 소용없다
▸아이들과 함께 옥상에 텃밭을 만들고 직접 키운 것을 수확하고 요리해서 먹으면 아이들도 사다 먹는 것 보다 직접 키워서 먹는게 훨씬 더 맛있다는 걸 알게된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의 급식에 대한 접근이 아이들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인식의 변화가 없이는 어떤 운동을 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 네트워크를 통한 급식교육이 효율적
▸전에는 학부모들을 모아 놓고 교육을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학부모들에 대한 교육도 옛날처럼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각 그룹별 네트워크를 활용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양사들은 서로가 개발한 메뉴를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하고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 교육청은 연락을 담당하고 지자체는 자리마련 등을 하면 된다. 다양한 노력을 통해 활동가 중심의 활동을 넘어 일반 학부모들의 활동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버려지는 목공재료를 활용한 업사이클링교육

▲ 업사이클링교육...버려지는 양말로 컵받침 만들기

- 버려지는 목공재료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교육
▸아이들에게 중요성을 강조하며 아무리 교육해도 별 효과가 없지만 직접 체험을 하게 하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못질도 할 줄 모르고 톱질도 할 줄 모른다. 그래서 목공소에서 버려지는 재료들을 모아 아이들에게 못질도 시키고 톱질도 시키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버려지는 양말로 냄비 받침이나 바구니도 만든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업사이클링교육하자 하면 별 반응이 없지만 양말로 컵 받침을 만들어 보자 하면 재미있게 수업에 참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스레기를 버리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습관도 갖도록 한다.

- 귀촌해서 마을운동 하면서 부녀회장 이장까지 하고 싶다
▸아이들이 고등학교까지 졸업하면 남편과 함께 귀촌을 할 생각이다. 귀농까지는 아니고 귀촌해서 마을에 살면서 부녀회장도 하고 이장도 하면서 지금까지 학부모운동을 하면서 배운 것을 활용해 마을운동을 하고 싶다. 도시에서의 학부모운동의 경험을 살리면 대안학교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남편 설득하는데 20년 걸렸다. 남편과 이장까지만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