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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칼럼]백논문 불여일촛불지면89호 14면 오피니언(2017.11.20)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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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2  11: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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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교수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벌써 한 해가 가고 있다. 우리는 올해 많은 것을 해냈다. 무엇보다도 정권을 바꿨다. 그것도 오로지 비폭력 촛불만으로. 그러는 사이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마음에 흡족하건 않건 간에 많은 적폐들이 드러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커다란 숙제 앞에 서서히 드러나는 현실은 이 땅의 민중들이 그동안 얼마나 힘겹게 살아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가장 필수적인 것들,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오로지 국민 개개인의 책임과 능력의 문제로 폄하되면서 겪어왔던 개개인의 고통과 좌절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말이다. 이런 고통과 좌절은 적폐청산이라는 거대담론이 아니라 개개인의 소소한 일상에서 더 두드러진다.
20여 년 학생들에게 법을 가르치면서 주체가 누구인지가 명확하면 문제의 반은 풀 수 있다고 가르쳐왔다. 문제라는 것이 무슨 변호사 시험같은 시험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발생하는 어떤 문제이건 간에 주체가 누구인지가 명확하면 그 주체에 맞는 해결책이 나오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만들던 간에 그 정책이 집행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주체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각종 지원사업의 주체는 당연히 그 지원사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는 지원방안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이런 주체들을 철저하게 대상화해왔고 그걸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소위 말해서 국가 내지는 정부가 무슨 시혜를 베푸는 것쯤으로 그 개개인을 폄하해 온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고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언급해보자. 가난을 증명해야 받을 수 있는 지원사업이 의외로 많이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가장 문제가 많은 것은 선거권이 없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다. 소위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라는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서울시장을 갈아치우기까지 했던 무상급식논쟁은 과연 해결되었는가. 저소득층 여학생을 위한 생리대 무상지원의 문제는 흡족한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이들이 얼마나 상처를 받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단언컨대 이 사업들은 우리 사회가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가 얼마나 형편없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왜 그토록 많은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당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 지원방식이 당사자를 어떻게 느끼게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모르는 이유 역시 간단하다. 각종 정책을 법으로 만드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들, 그것을 집행하는 공무원들 모두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오직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이야기만 듣는다. 국회나 정부기관이 주관하는 각종 정책 토론회를 가보면 이런 현상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심지어 이렇게 만들어진 정책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만들어진 각종 위원회는 또 어떠한가.
국가가 행하는 모든 정책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정책결정과정에 국민의 목소리가 담길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면 그 정책이 온전한 것일 수는 없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들을 마음이 없는 자들은 ‘해줘도 난리’라고 말 하거나 심지어 ‘떼만 쓰면 다 되는 줄 안다’라고 까지 왜곡하기 일쑤다. 그것은 정부기관, 전문가, 언론, 그 어디나 마찬가지이다.
자, 촛불로 만들어진 정부를 보며 우리는 흔히 국민주권시대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진짜배기 국민주권시대가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어떤 권력(권한도 마찬가지다)이건 간에 국민에게서 부여받은 사람이라면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소위 전문가 소리를 듣는 사람이라면 농민, 노동자, 어린이, 청소년, 장애인, 빈민, 여성, 그 어떤 분야에건 간에 그 분야에 속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장’의 목소리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백견이 불여일행이다. 그러니 그 개헌한다는 사람들 말이다. 국회에 앉아서 전문가들이랑 머리 맞대고 앉아 탁상공론 하지 말고 광장에 나가봐라. 지금 광장 곳곳에서 국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헌법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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