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원 권한 줄이고 현장 심사위원 권한 강화로 엉터리 업체 선정 막아야”
[인터뷰]김동섭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수도작분과위원장
지면 90호 5면 <공공급식> (2017.12.4)

경기도는 친환경농산물에 이어 2016년부터 친환경잡곡 계약재배를 실시, 경기도 학교급식에 친환경잡곡을 공급하고 있다. 친환경 잡곡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찹쌀이다. 찹쌀은 수수나 기장, 콩처럼 주식인 멥쌀에 섞어 먹는 잡곡으로 분류된다. 찹쌀의 생산을 위해 경기도는 8개의 친환경잡곡쌀 출하회를 선발, 계약재배를 실시해 오고 있다. 올해 계약재배 물량은 1,200톤이며 도에서 선정한 2개의 잡곡쌀전처리업체가 11월 1일부터 16일까지 각각 600톤씩 수매를 진행했다. 그런데 수매를 마친 농민들이 발끈 하고 나섰다. 어렵게 재배해 수매한 찹쌀을 전처리업체가 노지에 야적하는 어이없는 광경을 목격한 것. 이에 찹쌀 재배 농민들은 ‘자격 없는 전처리업체’를 선발한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을 원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친농연 수도작분과위원회 김동섭 위원장을 만나 찹쌀 수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지난 11월 28일 경기도교육청에서 열린 ‘경기도 고교무상급식 전면 실시와 급식비에서 인건비·식품비 분리, 중학교 친환경급식 전면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진행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경기친농연과 친환경무상급식경기도운동본부가 주최했다. <김규태 기자>

▲ 김동섭 경기친농연 수도작분과위원장

◌ 찹쌀을 수매한 전처리업체를 방문했던 경기친농연 수도작분과위원회 소속 시군 회장들이 흥분한 이유는 무엇인가.
- 찹쌀 수매가 시작되던 11월 1일과 수매가 끝난 11월 20일 등 2회에 걸쳐 경기도가 선정한 2개의 친환경잡곡전처리업체 현장을 방문했다. 그런데 한 전처리업체에서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수매한 찹쌀을 비닐도 깔지 않은채 빠렛트만 깔고 그 위에 찹쌀을 적재한 뒤 비닐 1겹과 차광망 1겹을 씌워 보관 하고 있었다. 이를 본 시군 회장들이 노발대발 난리가 났다. 마침 그날 비가 왔는데 빗물이 빠렛트 밑으로 스며 들고 있었다.

◌ 비닐 야적과 창고 보관의 차이점은.
- 창고에 보관 하더라도 비닐을 한 겹 깔고 그 위에 빠렛트를 놓고 벼를 적재하는게 정상적인 보관 방법이다. 창고안 콘크리트 바닥이라도 수분이 올라오기 때문에 비닐을 깔아야 한다. 그런데 A 업체에 가 봤더니 바닥에 비닐도 없이 그냥 빠렛트 한 장 놓고 벼를 적재해서 위에 비닐 한 겹 덮어 놓고 그 위에 차광막만 덮어 놓았다. 그날 마침 비가 왔다. 비가 조금 왔는데도 벌써 빗물이 빠레트 밑에 스며들어 있었다. 그렇다면 위에 비닐을 덮은 상태에서 밑에서 수분이 올라오면 이게 어디로 가겠나. 결국엔 벼가 그 수분을 다 흡수하게 된다는 것이다.

◌ 수분이 많아질 경우 전처리업체에서 다시 건조하면 되지 않나.
- 말도 안되는 소리다. 일단 수매가 끝난 벼를 다시 건조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냥 도정한다. 세상없어도 못 말린다. 수매 때 13%로 말렸는데 나중에 수분이 더 많아져도 육안으로는 구별이 잘 안된다. 그러나 수분이 많아지면 시간이 지나면서 벼가 서서히 상해간다고 봐야한다. 전에 삼도생협 이사장을 할 때의 일이다. 당시 도정공장에서 삼도생협 벼를 수매해서 창고에 쌓아 놨는데, 8월에 벼가 상했다. 비가 들어간 것도 아니고 빗물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맨 아랫단 벼가 상했다. 그런데 두 번째 벼는 상하지 않았다. 결론은 밑에서 수분이 올라와 벼가 상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정공장을 상대로 소송을 한 적이 있었다. 소송에서 이겨 손해배상을 받은 적이 있다.

◌ 벼가 상해도 육안 구별은 어렵다
- 상한 벼를 도정해도 육안으로 구별이 안되기 때문에 수분 관리를 정말 철저히 해야 한다. 아이들이 상한 벼를 먹을 경우 업체에서 책임은 지겠지만 책임을 지고 안 지고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학교급식 질이 나빠질 경우 친환경 쌀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곧바로 물량 배정량이 뚝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농민들은 수매를 해서 벼만 입고시키면 그 후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불이익은 없지만 학교에서 친환경 쌀을 기피할 경우 내년 물량이 줄어들면서 결국은 농민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

◌ 수매했으니 신경 끄라는 말은 무책임한 발언
- 농민들이 친환경 찹쌀을 수매한 업체가 벼를 야적한 것에 대해 항의하자 경기도는 이미 수매가 다 끝났는데 왜 농민들이 신경을 쓰냐고 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모든 책임이 농민들한데 전가된다는 것을 모르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 멥쌀에 비해 3~4배 더 노력해야 하는 찹쌀 건조 과정
- 찰벼를 말리는 과정은 멥쌀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이 든다. 5톤의 벼를 건조시킬 경우 메벼는 24시간이면 다 마른다. 그런데 찰벼를 처음부터 고온으로 말려버리면 쌀이 부서진다. 메벼보다 조직이 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열풍 온도를 40℃ 이하로 말려야 한다. 메벼는 보통 50℃로 말리는데 찰벼를 그렇게 말렸다가는 한 방에 간다. 40℃로 찰벼를 건조하는데 보통 3일정도 걸린다.

◌ 찰벼 수확 시기도 문제
- 메벼는 보통 10월 중순이면 수확이 끝나가지만 찰벼는 10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조생종도 있지만 올해에는 중만생종인 백옥찰을 심었다. 경기도 지역에서는 재배하기 어려운 품종이지만 학교 영양(교)사들이 제일 선호하는 품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년에는 추위가 일찍 시작되는 일부 지역에서는 품종 전환을 시도해 보려고 한다. 생육 기간도 메벼보다 한 달 이상 걸린다. 메벼는 5월 15일경부터 모내기를 하지만 찰벼는 5월 15일 이전에 모내기를 끝내야 한다. 일찍 심고 늦게 베는데도 청치(싸라기)가 발생한다. 여기에 잘 못 말리면 더 많은 청치가 발생한다. 찹쌀 수매가가 메벼보다 좀 높긴 하지만 농민들의 수고에 비하면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니다.

◌ 서류심사 최소화 하고 현장심사위원 권한 강화해야
- 시군 회장들은 이번 잡곡전처리업체 선정이 엉터리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서류심사 배점이 40%이기 때문에, 진흥원에서 맘만 먹으면 원하는 업체를 합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서류심사 40%는 너무 많다. 현장이 엉망인데 실적이 좋으면 뭐하나. 서류심사 배점을 낮추고, 서류심사도 진흥원 직원이 아닌 전문가들을 고용해서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같은 경우를 보면 서류가 무슨 의미가 있나. 일단 눈에 다 보이는데. 전문가들이 현장에 가 보면 이 업체가 전처리 능력이 있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다.

◌ 전반적인 식재료 관리 시스템 보완해야
- 이번에 문제가 된 전처리업체 뿐만 아니라 다른 채소 전처리도 마찬가지다. 어떤 때는 클레임 이유가 없는데도 클레임 맞아 다시 실려오기도 한다. 전처리업체 뿐만 아니라 공급대행업체도 문제가 많다. 전처리업체에서 문제가 있다고 연락하면 공급대행업체는 곧바로 클레임을 할 것이 아니라 왜 클레임을 맞았는지 내막을 조사도 좀 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 농민-전처리업체-공급대행업체 간 소통이 관건
일기가 나빠 작황 상태가 안 좋을 경우에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했으면 좋겠다. 농민들이 생산을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농사는 하늘 농사가 반인데, 농민과 전처리업체 및 공급대행업체 간 소통이 잘 됐으면 좋겠다. 소통이 안돼 바로 클레임을 걸어 버리면 도대체 농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

▲ 지난 11월 28일 경기도교육청 현관앞에서 친환경학교급식경기도운동본부와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주최로 개최된 ‘경기도 고교무상급식 전면 실시와 급식비에서 인건비·식품비 분리, 중학교 친환경급식 전면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김동섭 위원장이 친환경급식에 소극적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을 성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