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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여행기]커피원두만 고르나요? 쌀도 골라먹어요지면 92호 7면 <식품·건강> (2018.1.2.)
김지연 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장·공정여행가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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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5  16: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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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방, 콩다방에 가서는 여러 품종의 커피를 심사숙고해서 골라 마신다. 원산지가 어디인지, 고소한 맛이 나는지, 산미가 적당한지를 따지고, 원두의 로스팅이 어떠한지 까지도 따져 고른다. 심지어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 주는 바리스타라는 직업과 자격증이 생겨났다.
그렇다면 우리의 주식이 되는 밥을 지을 때 그 재료가 되는 쌀의 품종과 원산지를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찰기가 많은지, 쌀밥의 풍미는 어떠한지 생각을 하기는 할까? 일본 품종인지, 우리나라 품종인지, 토종인지… 먹거리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 지역 쌀인지, 가격은 적당한지 정도는 생각을 할 터이다.

   
▲ 토종벼 적토미. 적색을 띄어 홍미라고도 부른다. 현미의 일종으로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고 밝혀졌다.

토종쌀을 아시나요~~
가위찰, 각씨나, 까투리찰, 금나, 적토미, 자광도, 금도, 나미, 단두나, 녹두고, 다백조, 달골못, 구천조, 다다조, 대궐도, 앉은뱅이, 불도, 북흑조, 흑갱, 자치나, 올못개….
생소하고 독특한 이름들은 수천년 동안 우리 땅이 키워온 토종벼 품종의 이름이다. 1914년 조선총독부 식산국 자료에 따르면 당시 한반도에서 조사된 토종벼 품종은 1,451종에 달했다. 일제가 쌀 수탈을 위해 다수확 품종을 강요하면서 해방 무렵에 이르러서는 450여종으로 급감했고 1970년대 정부가 통일벼를 개량해 보급 하면서 그 많던 토종쌀이 현재는 우리 식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1980년대에 통일벼가 병충해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다품종화로 농업정책이 바뀌었지만 시중에 팔리는 품종은 대부분 일본품종을 개량한 것이다. 현재 토종벼를 생산하는 농부는 전체 생산자의 0.0001%도 안되는 상황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가면 토종쌀을 농사짓는 우보농장이 있다. 이곳의 이근이 대표는 토종쌀을 끈기있게 농사지어 되살려낸 이다. 그가 되살려낸 토종쌀은 지난 11월 저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기념 국빈 만찬 네 가지 코스 요리 중 주 요리로 360년 씨간장으로 양념한 한우 갈비구이와 우리 토종쌀인 ‘북흑조’ ‘흑갱’ ‘자광도’ ‘충북흑비’ 4종으로 지은 돌솥밥이 상에 올랐다.
‘흑갱’은 평안도와 함경도 지역의 토종쌀이다. 까락은 검은색이지만 벗기면 흰 쌀알이 드러난다. 키가 90㎝ 내외로 작아 잘 쓰러지지 않는다. 찰기와 끈기가 강하며 흑갱 특유의 향이 난다.
‘북흑조’는 북방 지역의 풍토를 닮아 토종 벼 가운데 키가 가장 크고 마디가 튼실하게 이어져 있다. 향이 구수하고 입안에서 씹을수록 단맛, 감칠맛, 담백한 맛이 난다. 현미색 또는 진녹색을 띠어 백미와 같이 밥을 지으면 좋다.
‘자광도’는 조선 인조 때 중국 지린성 남방지방에 사신으로 갔던 이가 가져와 경기 김포에서 재배하던 품종이다.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끈기는 없지만 구수한 밥맛 덕에 궁중에 진상되던 품종다. 스페인 전통요리인 파에야에 어울린다는 평을 듣고 있다.
‘충북흑미’는 벗겨낸 쌀알이 검다. 토종 벼 중에 흑미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색에서 희소성이 있다고 한다.

황금들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보농장 이 대표는 토종쌀을 키우면서 추수철 황금들녘이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북흑조를 키우던 평안도 사람들은 가을철 들녘이 검었을 것이고 김포평야의 사람들은 그들이 키우는 자광도로 인해 붉은 들녘을 보았을 것이다. 1,500여종의 쌀아 자라던 그 시절에는 곳곳의 들녘마다 풍광이 달랐으리라... 토종쌀을 되살린다는 것은 그것이 개량종보다 맛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러나 쌀 품종이 1,500여개나 되었던 옛날과 비교하면 쌀 맛의 풍요로움이 얼마나 줄었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맛과 색을 가진 토종쌀이 더 많이 재배 된다면 한식뿐만 아니라 떡과 막걸리 등 쌀을 재료로 하는 음식문화가 한층 더 풍요로워 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에는 약 12만개의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그 곳의 주막에서에서 각기 다른 그 지역 고유의 맛을 가진 막걸리를 만들어 팔았으리라.

   
▲ 한양조.

                
토종벼를 알아보자!
주요 특성은 야생성이라 할 수 있다. 스스로 주변 환경에 적응해 자연을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했던 만큼 지역과 기후에 따라 개성이 뚜렷하다. 맛과 모양이 균일하게 개량된 품종에 비해 맛도 모양도 천차만별이며 토종벼가 개량종과 가장 다른 것은 큰 키와 까락(벼수염)이다.
잡초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키를 키워야 했고 생활에 필요한 볏짚을 얻기 위해서도 큰 키의 품종이 필요했을 것이다. 까락은 토종벼의 생존을 위한 전략무기였다. 긴 수염이 병해충을 막아주고, 가뭄을 버티고, 동물에 붙거나 바람에 날려 종족을 번식시켰다. 이제는 까락이 하던 역할을 기계와 농약이 대신하고 있다. 개량종은 탈곡과 도정에 방해만 되는 까락을 인위적으로 제거했다. 토종벼는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토종 볏논에 기계가 들어가면 꼬이고 휘말려서 고장이 난다. 비료 투성이 땅에서는 서 있지를 못한다. 현대 농법과 맞지 않는 토종벼의 도태는 어쩌면 당연했다.

쌀은 조선 중기 이앙법이 보급되면서 쌀 생산량이 늘어 주식의 위치에 오른 것이지 그 전에는 귀족들이나 특수계층이 먹을 수 있었던 귀한 재료였다. 손이 많이 가서 경제적 관점에서는 떨어질지언정 음식문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토종벼의 생산과 보존은 매우 중요하다 할 수 있다.
괴산 불정 삼방리의 중요무형문화재 70호 ‘흙살림 벼놀이굿’ 중에 있는 ‘종자타령’으로 말을 맺어본다.  
‘알록달록 까투리찰 먼저먹는 황토조라, 여주태생 조동지요 김포토종 자광베라, 밭에 심어 보리베요 뻘건수염 돼지찰베, 수염세다 쪽제비찰 보은청산 대추베라 짜리몽당 졸장베요 늘어지니 버들벤가, 임금먹던 대궐찰베 한가위라 가위찰베 가을이삭 북흑조요 하얀수염 노인베라 이베저베 많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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