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준식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친환경급식을 위해 함께 해 오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면 92호 10면 <친환경> (2018.1.2.)

서울시 친환경급식의 어제와 오늘
2008년 1월 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신년사에서 “서울의 경쟁력은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며 ‘안전한 서울 건설’과 “한미 FTA 협상 타결로 근심이 깊은 농촌과 농민을 돕고 시민들의 안전한 먹거리도 확보하여 불량식품을 시민들의 식탁에서 영원히 퇴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2009년 3월부터 25개 학교를 대상으로 가락시장에 천막을 치고 친환경학교급식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친환경급식을 시작했으면서도 무상급식을 반대한 오세훈 시장은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됐으나 그해 12월 1일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반발해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실시했다가 투표율이 개표기준인 33.3%보다 못 미친 25.7%로 나오자 시장직을 사퇴했다.

이어 2011년 10·26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서울시 친환경무상급식 시대가 개막됐다. 선거 다음날인 10월 27일 취임과 함께 첫 번째 결제로 친환경무상급식을 결제한 박 시장은 이병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을 임명, 새로운 친환경무상급식 조달체계 구축에 돌입했다. 이후 곽노현 교육감이 낙마하고 문용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친환경급식이 후퇴하고, 서울시친환경무상급식에 대한 국정감사까지 진행되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재선되고,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서울시 친환경무상급식은 곧바로 제자리로 복원됐다. 이 과정에서 이병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의 통합 리더쉽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는 전국 11개 산지조직을 통해 친환경농산물을 공급 받고 있으며, 6개 자치구와 6개 농촌시․군이 1:1 매칭으로 공공급식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 친환경급식의 어제와 오늘
서울시와 함께 가장 큰 소비시장인 경기도. 농업이 없는 서울시와 농민을 대상으로 농업정책을 펴야 하는 경기도의 학교급식 정책은 출발부터 큰 차이가 있다. 서울시가 소비자 중심 정책의 일환으로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친환경농산물 조달체계를 구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는 농업정책의 일환으로 친환경농산물 차액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경기도의 친환경학교급식도 서울시와 같은 2009년부터 시작됐지만 경기도는 그 이전인 2007년부터 팔당클린농업벨트조성사업을 통해 친환경농민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가 건설되기 시작했다. 1년 만에(2008년) 광주, 양평, 남양주, 가평, 이천, 용인, 여주 등 7개 시군연합회가 결성됐다. 경기도는 경기친농연과 함께 친환경농산물 조달체계를 구축, 서울시와 함께 2009년부터 경기도 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기친농연은 산하조직인 원예분과를 통해 학교급식 농가를 조직해 왔으며 2016년부터는 경기도와 함께 친환경잡곡 계약재배를 실시, 현재 1,200여 회원 농가가 경기도 학교급식을 위한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학교급식 계약재배 회원농가들이 늘어나면서 경기친농연은 보다 체계적인 조직관리의 필요성과 함께 대대적인 회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한 학교급식을 위한 사업으로 도내 학교급식 관계자들과의 연대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미조직 시․군을 상대로 적극적인 조직사업에 착수, 2017년 현재 18개 시․군이 경기친농연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2018년 새해를 맞아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의 중심 조직인 경기친농연을 이끌어 오고 있는 김준식 회장을 만나 그동안의 활동 소회와 함께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5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한 2017년 경기친농연 송년회가 열린 이천 미란다호텔에서 진행했다. 이날 경기친농연은 경기도지사 출마가 유력한 이재명 성남시장을 초청, 친환경농업과 학교급식 등에 대한 강연을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김규태 기자>

▲ 김준식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 경기친농연, 2017년 대대적인 교육사업 진행
- 2016년 총회에서 2017년 교육사업을 의결한 이사회와 운영위원회 및 정책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계속해서 점검하고 평가해 오면서 교육사업을 진행했다. 교육사업의 목적은 안전한 급식을 위한 안정적인 친환경농산물의 생산이다. 특히 사과 등 친환경 과일 생산에 중점을 두고 진행했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을 위한 정책교육과 간부교육도 시․군별로 진행했다. 시․군단위 정책교육에는 시․군 정치권과의 간담회도 함께 진행하면서 친환경농업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사업도 함께 병행했다. 간부교육은 친환경로컬푸드를 실천하고 있는 선진지를 찾아 견학과 간담회 등의 형식으로 진행했다. 이 외에도 지역의 학교급식 관계자들과 함께 친환경급식 토크콘서트를 개최하면서 친환경농업 홍보와 학교급식 네트워크 구축사업도 진행했다.

◌ 친환경농업 교육의 어려움
- 지난해 교육을 통해 시․군별 정책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친환경농업의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그럼에도 친환경찹쌀의 미질을 잡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농사는 기후도 작용을 하지만 재배과정에서의 욕심 또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에는 5~6월 가뭄과 후반기 호우 때문에 감자, 양파, 당근 고구마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고구마 피해가 가장 심했다. 올해에는 이를 거울삼아 보다 효율적인 교육을 준비하려고 한다.

◌ 지역 여건에 맞는 전문강사 확보가 관건
- 친환경 농가들의 참여는 기본이고 친환경과 지역 여건을 잘 아는 강사 섭외가 가장 중요하다. 박사들은 많지만 경기도에 맞는 시․군별 지대별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생산 농가들이 직접 교육을 하는게 제일 좋은데, 쉽지 않다는게 문제다.

◌ 교육사업과 함께 대대적인 조직사업을 병행하면서 18번째 시군연합회를 결성하는 성과를 이룩했다. 조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 도시화된 지역에서도 농업을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친환경농사를 하는 농민이 적다는게 문제다. 아직도 친환경보다 GAP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친환경농업이 위축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화성친농연 결성을 마지막으로 농업을 하고 있는 시․군의 조직사업을 모두 마쳤다.

◌ 시․군 조직화 사업과 함께 학교급식 계약재배 농가들은 늘어나는데, 친환경급식에 참여하고 있는 학교는 중학교 40%선에 멈춰 있다. 이에 대한 경기친농연의 대책은 무엇인가.
- 친환경급식 학교를 늘려야 한다. 현재 40.2%에 머물러 있는 중학교의 친환경급식을 전체 학교로 확대하도록 하고, 나아가 고등학교까지 친환경급식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교까지 친환경무상급식을 이끌어 내려면 무엇보다도 교육감이 가장 큰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감이 급식단체들과 연대활동을 하려 하지 않는게 문제다. 모든 단체들이 연대해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2018년 6·13지방선거 과정에서 시․군별 후보들과 정책협약도 추진할 계획이다. 도는 도대로, 시․군은 시․군대로 정책협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학교급식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친환경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도록 해야 가능한 일이다.

◌ 학교에서는 일반농산물과 같은 품위의 친환경농산물을 요구하고 있고, 농민들은 친환경농업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 친환경농산물은 풀과 해충들과 함께 공생하는 농법이기 때문에 일반 농산물과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품위를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한 일이다. 트랩이나 유인제, 방충망 등이 많이 좋아져서 시설 하우스 등에서는 상당한 생산 능력이 생겼지만, 그래도 일반 농산물과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그 해 농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학교 영양(교)사 등과 상황을 공유하면서 함께 친환경농산물 공급계획을 세워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일반농산물과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차이를 알려줬으면 좋겠다.

◌ 2016년에는 고온으로, 2017년에는 가뭄과 장마로 학교급식 계약재배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이에 대한 경기친농연의 대책은 무엇인가.
- 먼저 고온이나 장마, 가뭄 등으로 피해를 본 사례를 거울삼아 교육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벼는 괜찮은데 올해 고구마를 심어 보니 고구마가 토양 조건에 매우 민감한 작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전에는 여러 해 동안 평지에 심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8, 9월에 비가 오니까 배수가 좋은 곳은 괜찮은데 평지에 심은 고구마는 안됐다. 작물의 특성을 잘 알고 장마나 가뭄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또 친환경육성법에 나와 있는 대로 윤작을 해야 한다. 연작으로 인해 농사가 잘 안된데다가 가뭄, 장마까지 겹쳐 흉년이 된 것이다. 윤작을 하면 고온 문제는 어떻게 할 수 없더라도 가뭄이나 장마로 인한 피해는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당근 피해가 심하다. 작년에는 고온 때문에 못 심었는데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못 심었다. 이런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 시금치도 마찬가지다. 농산물로 인한 식중독 사고는 농민들에게 있어 천재지변과 같은 일이다. 지난해 고온으로 인한 식중독 사고처럼 학교에서 조리하지 않고 먹는 농산물 발주를 하지 않을 경우 기금을 만들어 농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기금을 만들어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정책을 평야 한다.

◌ 도내 학교급식 관계자들에게
- 급식운동본부, 영양(교)사, 조리사, 학부모, 시․군 급식지원센터 등 많은 분들과 함께 학교급식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관련 단체들이 작년에 고생 참 많이 했다. 그런데 아직도 부족한 것이 학부모단체들과의 연대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센터 관계자들의 참여도 저조하다. 경기친농연이 아무리 큰 목소리로 외쳐도 센터와 영양(교)사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전처리업체, 유통업체들도 함께 참여해 줘서 고맙다. 도지사는 고맙지만, 한편으론 섭섭한 점도 많다. 교육감도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그럼에도 학교급식을 진행해 주었다는데 대해 감사드린다. 도의회는 괘씸한 측면이 있지만 그래도 함께 해 주어 감사하다. 올해에도 함께 해서 경기도 친환경농민들이 살맛나는 농사를 할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린다. 경기친농연도 아이들에게 건강한 농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 2018년 경기친농연 활동 계획.
- 경기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농민 모두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은 헙법개정이다. 다음으로 정부 급식비 지원이다. 50%를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지난해 가장 문제가 5천만의 감시 속에서 친환경농사를 해 왔는데, 친환경농업육성법을 현장 위주로 바꿨으면 좋겠다.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친환경급식이 확대되고 다른 친환경농민들이 지역의 학교급식 출하회에 합류해서 함께 친환경농업을 해 나갔으면 좋겠다. 교육을 통해 친농연이 자숙도 하고 공부도 하면서 잘못된 것은 고치고 건강한 친환경농산물을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다.

◌ 친환경농민들에게
- 친환경급식을 위해 함께 해 주신 농업인단체들, 공급업체, 전처리업체, 진흥원, 친환경농민 가족, 특히 여성분들이 가장 많은 고생을 해 오고 있다. 그 분들에게 진짜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친환경농업을 함께해 오다 타의에 의해 인증이 취소되면서 함께 친환경농업을 하지 못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 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개인적인 바람은 그럼에도 함께 손잡고 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늘 송년회 인사말에도 넣었다. 송년회 인사말을 준비하는데 비산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친환경농민들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맨 처음 클린팔당을 만들어 주신 분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데 그분들의 정신은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뿌리를 잊으면 안된다. 신동식 초대 회장님에게도 감사드린다. 2018년에도 경기친농연이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