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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 칼럼] 해오름 달에 시작하는 슬로 라이프
리온소연 공정여행가·지구별살롱 대표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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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5  17: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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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온소연 공정여행가
지구별살롱 대표
숲이 있는 마을로 이사를 온지 한 달이 되어간다. 이곳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숲길을 아이와 천천히 걸으며 나무와 떨어진 낙엽들을 보고 나뭇가지를 주워 얼음을 깨며 논다. 남편은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 숲에서 고라니를 만나기도 했다. 숲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걸음의 속도가 느려진다. 한 곳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숲의 생태계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편해진다. 저마다의 소리를 내며 우는 새, 흔들리는 나뭇잎, 하늘을 보며 일상에 분주함을 내려놓는다. 고요하고 깜깜한 밤다운 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좋다. 밤의 흙길은 고향집에 온 것처럼 포근하다. 달빛어스름한 길을 걸으며 추억에 잠긴다.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다는 믿음으로 사람들은 성공하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가지기 위해, 경쟁자들보다 ‘빠르게, 열심히’라는 말로 자신들을 재촉하며 삶을 달려간다. 하지만 시간이 상대적인 것을 우리는 경험한다. 물리적인 시간은 같을지라도 연인을 기다리는 1분, 시험시간의 1분, 면접 대기시간의 1분은 다르게 흐른다.

“근대에 들어서기 이전의 시간이란 원래 지역마다 다르고 다양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맞는 독자적인 생활주기에 따라 시장을 열고 제례와 의식을 행하며 각각 다른 색깔로 자신들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채색하고 있었다.”  -쓰지 신이치   

새해가 되니 종종 달력을 선물로 받는다. 북미에 살고 있는 나바호 인디언들의 달력은 그 달의 계절적 특징에 따라 이름 지었다. 태양력 1월은 ‘얼어붙은 눈의 얼굴을 한 달’, 4월은 ‘보드랍고 섬세한 잎사귀의 달’로 불렀다. 각 달에는 그 달의 특징을 나타내는 ‘마음’이 있는데 ‘커다란 나뭇잎의 달’의 ‘마음’은 바람이고, 길조를 나타내는 ‘부드러운 깃털’은 비다.

벵갈 만에 위치한 안다만 제도의 숲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향기 나는 달력’이 있다. 꽃과 나무의 향기에 따라 시간을 표시한 것이라니 얼마나 아름다운 시간인가. 1월보다 ‘해오름 달’이라는 순우리말 달 이름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잊은 줄 알았던 시간의 감각과 감성이 아직은 남아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새해가 되니 사람들의 마음은 새로운 계획과 목표들로 분주해진다. 새로 산 다이어리나 일정 어플리케이션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며 일정표를 빼곡하게 채우면서 속도를 낼 준비를 한다. 다시 레이스 위에 서는 1월이니까. 산업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간의 속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삶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과학 기술의 개발로 노동의 시간이 절약되었는데 그 절약된 시간은 어디로 간 것인지 슬로라이프를 처음 주창한 쓰지 신이치는 묻는다. 산업 시간의 속도는 느리게 순환하는 자연의 속도는 더욱 기다리지 못해 충돌한다.

“산업사회 시간의 속도에 살아 있는 생명체들의 속도를 끼워 맞추려고 한다. 농사, 목축, 어패류 양식, 임업에 모든 과학적 기술을 총동원하여 더 빨리 더 많은 것을 생산해 내려고 하고 있다. 품종개량, 단일재배, 화학비료, 농업, 항생물질과 호르몬제 사용, 유전자 변형, 복제 기술 등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올해는 ‘빠르게, 열심히’로 물질적인 산업 시간의 속도에 맞서지 말고 인간의 본성대로 ‘느리게, 천천히’ 조금 덜 피로한 하루를 살아보면 어떨까. 천천히 나를 알아가며 누군가의 시간이 아닌 오롯이 내 삶의 속도로 걸어보자. 생태계도 자신들의 시간으로 살아가도록 그대로 두자. 나의 시간, 인간관계, 생명, 자연과의 관계 등 모든 것이 상품화 되는 시장 교환의 논리에서 벗어나 성장 호르몬의 투여 없는 ‘슬로라이프’를 살아 보는 것이다. 보다 빨리, 간단하게의 논리에 빠져 패스트푸드로 허기를 채우지 말고 나를 위해 슬로푸드, 슬로라이프로 나의 영혼과 미각, 시간의 감각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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