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영호 자주농업연구소 소장

지난주 지인들과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관광을 다녀왔다.
한국인에게 캄보디아는 동남아 이주 노동자와 다문화 이주여성으로 대변되는 가난하고 뒤쳐진 나라로 일반화되어 있다. 또 다른 면은 원 달러로 표현되어 앙코르와트로 대변되는 고대 역사유적 관광지이다.

관광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캄보디아의 농경문화를 보게 되었고 음식문화를 대하게 되었다. 다행히 친절하고 사람 좋은 현지 가이드를 만나 현지의 자세한 내용들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캄보디아는 3모작이 가능한 좋은 기후와 비옥한 토양, 끝없는 평야로 이루어져 철기시대에는 풍부한 식량을 토대로 4, 5세기 동안 인도차이나 반도를 지배한 대제국의 땅이었다. 그때 유적이 지금 앙코르라는 프랑스어(식민 역사 잔재)로 재해석되어 세계적인 고대 역사유적 관광지가 되었다. 또한 대제국의 몰락 이후 끊임없는 열강의 지배와 수탈의 대상이 되었으며, 베트남 전쟁 이후 인도차이나반도에서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베트남 사이에 방치된 나라이다. 그로 인해 국가는 쇠락했고 관료들은 부패타락하고 국민들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향신료가 익숙하지 않아 조금 거북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농작물은 맛이 좋고 품질이 우수했다. 특히 미나리, 마늘, 양파, 고추 등의 양념채소는 그 맛이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육류는 대부분 현지에서 사육된 돼지고기와 닭고기인데 한국에서 보다 맛이 좋았다. 현지 가이드 안내로 돼지를 사육중인 농가를 견학했다. 그곳 돼지들은 바나나 나무줄기와 쌀겨를 삶은 먹이로 사육되고 있었는데 체구가 크고 아주 튼튼했다. 돼지 막에서 분뇨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너무도 가난한 캄보디아는 미국 GMO 옥수수로 만들어진 배합사료가 진출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자급축산이 실현되고 안전하고 맛좋은 돼지고기가 만들어지는 구조였다. 한국의 일반적 양돈형식인 무창형 공장식 밀집사육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유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닭들은 대부분 체구가 작은 종으로 농가 주변에 방사되어 사육되고 있다. 어미가 자연 부화하여 10여 마리의 병아리들을 데리고 다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이런 장면은 상상할 수 없다. AI가 창궐하면서 방사로 닭을 키우는 행위는 전염병을 옮기는 범법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AI를 빌미삼아 소규모 양계사육을 억압하고 있다. 닭도 돼지도 사육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분뇨로 인한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당연히 이렇게 사육된 닭고기와 돼지고기가 한국 닭고기와 돼지고기 보다 자연스럽고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현지 가이드 말에 의하면 비료값은 쌀값보다 훨씬 비싸서 거의 대부분 친환경 농사라고 한다. 미국 3대 전략 농업침략 도구인 농약과 화학비료 배합사료가 가난과 국제질서로 인해 발붙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친환경농업과 자급축산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것이다.
 
캄보디아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는 많은 소들이 풀을 뜯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가 오지 않는 건기 여서인지, 종적인 특성인지 확인할 수 없었으나 한우에 비해 그곳 소들은 비쩍 말라 보였다. 그곳 소고기 맛이 몹시도 궁금했다. 돌아오는 마지막 날 가이드 도움으로 소고기 맛을 볼 수 있었다. 얇게 썰어 양파와 약간의 후추와 함께 볶은 소고기 맛은 지방 맛이 아닌 담백한 고기 맛이 좋았다. 한국 불고기 요리와 비슷한데 전혀 느끼하지 않았다. 한우고기 맛과는 다른 맛이었다. 한국 한우고기 맛이 GMO 옥수수가 만들어낸 지방중심 맛이라면 캄보디아 소고기 맛은 풀이 만들어낸 단백질 맛이었다. 거기다 가이드가 평양식당에서 구해온 개운한 평양김치가 곁들여져 더없이 훌륭한 만찬을 즐겼다. 젓갈이 적게 들고 속이 적은 평양김치는 특유의 개운한 맛을 냈고 그곳 소고기와 절묘한 궁합을 만들어냈다.

가난한 나라였지만 캄보디아가 부러웠다. 먹거리에 대한 식량주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식량자급률 23% 한국은 식량주권은 말할 것도 없으며 자급률 목표치마저 세울 주권이 없는 나라다. 한국의 축산업이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 목표에 맞게 자급축산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