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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여행칼럼]팥으로 메주를 쑨다고요?
김지연 공정여행가·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장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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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6  13: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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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 공정여행가
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장
장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지…
요즘은 장의 종류도 손에 꼽을 정도로 줄었고 만드는 법도 단순화되었지만, 지방마다 담그는 법이 다르고 무엇을 첨가하느냐에 따라 이름도 달라지고 맛도 달라지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과 계절, 재료에 따라 그 종류가 달라진다.
우리조상들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별미장을 만들어 먹었는데 별미장은 간장을 거른 뒤 남은 막된장, 메주에 소금물을 알맞게 넣어 으깬 후 숙성시켜 장물을 분리하지 않고 그대로 먹는 토장, 속성된장인 막장, 청국장에 고춧가루를 넣은 담뿍장, 보리속겨를 익혀 반죽해 뭉친 뒤 불에 구운 뒤 그 가루를 보리밥과 섞어 만든 등겨장, 콩 띄운 것에 참깻묵을 섞는 깻묵장 등등 20여 가지가 넘는다.
계절에 따라서도 봄에는 막장을 담고 여름부터 가을에는 생황장, 청태장, 청육장, 팥장(소두장), 겨울에는 청국장을 담아 먹는다.
이처럼 지역이나 계절, 재료에 따라 다양한 별미장을 담가 먹었으나 오늘날 개량화 되고 대량 생산 되면서 점점 별미장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된장의 유래와 오덕
된장은 중국으로부터 유래되었는데 중국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농업기술서 <제민요술>에 수록된 장 담그기의 기본방법은 밀을 쪄서 황곡균이 번식되도록 띄워 말린 것에다 콩 끓인 것과 누룩가루·소금을 섞어서 담그는 것이다. 우리의 솜씨를 전수 받아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의 장제조법도 이와 같으므로 우리나라의 장도 같은 제법에 의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삼국시대에는 메주를 쑤어 몇 가지 장을 담그고 맑은 장도 떠서 썼을 것이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도 고구려에서 장양(醬釀)을 잘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장양은 술 빚기, 장 담그기, 식초 등 발효성 가공식품을 총칭하는 말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된장과 간장을 분리해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장은 중국에서 유래된 장과는 전혀 다른 장으로 발전하였고 조선시대(<구황보유방>, 1660년)에 의하면 메주는 콩과 밀에 의해 만들어져 오늘날 메주와는 다르다. <증보산림경제>에서 처음으로 오늘날의 메주 만드는 방법이 적혀 있다.

한편, 된장은 다섯 가지 덕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단심(丹心)으로 결코 변치 않을 정성 어린 마음. 된장은 음식을 조리할 때 다른 음식이나 어떤 식자재와 섞어도 결코 그 맛을 잃지 아니한다.
둘째는 항심(恒心)으로 변함없이 늘 지니고 있는 떳떳한 마음. 된장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고 오히려 오래 둘수록 그윽하고 깊은 맛을 낸다.
셋째는 무심(無心)으로 세속적인 욕망이나 가치 판단에서 벗어난 마음 상태. 된장은 각종 병을 유발하는 기름기를 제거해준다.
넷째는 선심(善心)으로 선심은 착하고 선량한 마음으로 부처와 같은 자비스러운 마음. 된장은 매운맛이나 독한 음식의 맛도 부드럽게 해준다.
다섯째는 화심(和心)으로 화심은 화목한 마음으로 잘 지내자는 의미다. 된장은 어떤 음식과 어울려도 조화를 잘 이루어낼 줄 안다.

   
▲ 구멍떡 모양의 팥메주.
팥장(소두장 小豆醬)

이렇게나 많은 된장들 중에 얼마 전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 된 팥장에 관심이 갔다. 팥장이란 팥과 밀가루로 메주를 쑤어 말렸다가 소금물을 부어 담그는 전통장이다. 1815년에 간행된 <규합총서>를 보면 팥장을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다.

팥은 맷돌에 갈아 껍질을 없애고 반나절 가량 물에 불린다. 불린 팥은 건져서 말린 뒤 잘 비벼 남은 껍질을 버린다. 팥을 깨끗하게 일어 푹 삶아 밀가루와 섞어 주무른 뒤 메주 덩어리로 만들어 띄운다. 1달가량 지난 뒤 꺼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매달아 숙성시킨다. 장을 담글 때 메주의 불순물을 깨끗이 닦아내고 곱게 가루를 낸다. 메주가루에 팥의 반 정도 되는 분량의 소금을 물에 타서 함께 섞은 뒤 항아리에 담아 양지바른 곳에 두고 2~3달 숙성시킨다.

옛 문헌인 색경, 규합총서, 조선요리제법을 보면 궁궐의 궁녀들이 팥으로 메주를 쑤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시대부터 만들어 먹어왔던 팥장이 생소하기도 하고 친근하기도 하고 그 맛이 어떨지 무척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충남 홍성군, 홍성군은 옛 홍주군과 결성군을 합한 군으로 이곳에 가면 팥장을 만날 수 있다.
2017년 말 맛의 방주에 등재 된 팥장은 홍주발효식품 이경자 대표가 만들어 내고 있다.
그녀의 장은 할머니의 지레장으로부터 시작 되었다. 그녀의 할머니께서는 겨울이 시작 될 즈음 이 지레장을 보약처럼 드셨는데 면보에 거른 김칫국물에 잘 빻은 메주가루를 넣어 부뚜막에 올려두고는 익혀먹는 장으로 여기에 잘 빨아 둔 김치 한포기를 같이 넣어 장을 담근 뒤 익혀 쪄, 곰삭아진 김치를 스리슬쩍 찢어 뜨끈한 이밥 한 수저에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지레장을 좋아하시던 이 대표의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는 어머님이 더 이상 지레장을 만들지 않으셨기에 이 대표가 할머니의 지레장을 만들어 먹으면서 그녀의 장사랑이 시작 되었다고 한다.

   
▲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는 들어봤지만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말은 처음들었다. 사진은 다양한 종류의 토종팥·팥 삶는 과정·이팥알갱이가 보이는 팥장·팥간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경자 대표는 계약재배를 통해 확보한 토종팥인 예팥과 토종콩인 선비잡이콩으로 팥장, 팥고추장, 팥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 밖에도 다양한 토종팥과 콩으로 팥장을 만들고 있다. 이경자 대표의 팥장은 고조리서의 팥장과는 조금 달리 팥과 콩을 1:1의 비율로 넣고 여기에 쉽게 쉬는 밀가루 대신 가미하지 않은 백설기를 넣어 찰기와 맛을  더했다. 그렇게 배합한 재료를 구멍떡 모양으로 만들어 메주를 띄운다. 구멍떡 모양으로 일반 메주보다는 작은 메주로 만드는 것은 쉽게 쉬는 것을 방지하고 발효가 고루 되게 하기 위함이다.

이 대표와 장이야기를 하다 보니 토종 콩과 팥 등 우리 씨앗을 지키고 보존하려는 것을 넘어 장으로 만들어 보급하는 것에 이르기까지의 그녀의 열정에 나도 모르게 물 들고야 말았다. 수년을 정성 들여 만들어 낸 팥장과, 간장 등이 들어 있는 장항아리를 열어 보이며 선뜻 맛을 보여 주었다. 장항아리는 함부로 하지 않는 것임에도 많은 독자들에게 맛을 전달하여 보물단지를 열어 보였는데 그 맛을 어찌 표현해야할까 고민이 되었다.

입안에 들어 온 팥장의 맛은 그녀의 어린이 고객의 표현으로는 “끊을 수 없는 맛”이고 노신사 고객의 표현으로는 “어머니의 맛”이라 했다. 은은한 단맛과 더불어 입안 전체를 감싸고 도는 감칠 맛, 된장 특유의 장내 보다는 보다 꼬수운 맛과 향이 독특했다. 그렇다. 내일도 모레도 먹고 싶어지는 자꾸 생각나는 그런 맛이다.

토종종자를 보존하고 우리 장의 내일을 고민하는 이경자 대표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 하려한다. 오늘 저녁은 그녀의 팥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 보고픈 이들과 함께 된장의 오덕을 나누어야겠다.
   
▲ 홍주발효식품의 이경자 대표(왼쪽)와 필자

   
▲ 홍주발효식품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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