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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칼럼]혼자가 아니라 함께지면 93호 14면(2018.3.5.)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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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7  10: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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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진 교수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이제 패럴림픽을 남겨 두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많은 감동적인 이야깃거리들이 있다. 그 중 가장 감동적인 것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는 가치에 관한 것이 아닐까 싶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이 그랬고, 남북해외동포 공동응원단이 그랬다. 도대체 규칙조차 몰랐던 여자 컬링이, 민유린과 겜린의 피겨스케이팅 또한 그랬다.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그랬으며 더욱이 잘잘못을 넘어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가 그랬다.

한동안 유행했던 ‘응답하라’ 드라마 중 1988년을 배경으로 했던 드라마, 당시에 역사적 고증(?)이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기억이 있다. 물론 필자는 그 드라마를 다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들라하면 1988년이 되기 전, 드라마에서는 1988년 이전의 마을과 그 이후의 마을을 참 잘 묘사했다는 것이다. 그 이전의 마을은 집주인이건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이건 간에 가족처럼 지냈다. 한 집에서 반찬을 이웃에 나누면 그 이웃은 그 접시에 다른 무엇인가를 또 들려서 보내고 그렇게 한 마을이 온통 이웃에게 뭔가 나누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 같은 장면들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마을을 떠올렸다. 진짜 그랬으니까. 그러나 그 드라마 말미에 가서는 어느 순간 집주인과 세사는 사람 간의 갈등이 생겨났다. 그 갈등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너는 이렇게 저렇게 성공해야 한다’는 대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말 그 드라마처럼 그 즈음이었을까? 그렇게 서서히 공동체가 눈에 띄게 깨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30년.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에 너무 익숙하다.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파업에 사업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한 번 두 번 반복되니 이제는 그것에 둔감해졌다. 마치 당연한 것이고 그에 대해 노동자가 어떻게 대응하는가, 어떻게 결론이 나는가는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달라진다.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이 어떻게 그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 개인에게 손해배상이라는 결과를 낳는 것에 분노하는 사람이 이리도 없는가. 더 이상 우리 일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일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 세대가 그 어느 세대보다도 불행한 세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기교육, 영재교육 열풍이 불고 걸음마를 떼기 전부터 뭔가를 배우는 일에 내몰린 세대다. ‘넌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 ‘대학만 가면 그때부터 얼마든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종류의 이야기를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세대가 정작 대학교를 들어가서도 그들이 꿈꿨던 자유는 없다. 오직 더 좋은 직장을 가지기 위한 스펙 쌓기에 또다시 내몰렸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돌아볼 여유는커녕 그 모든 사람들이 밟고 올라서야 할 대상일 뿐인 시대를 지금의 20대 청춘들이 살고 있다.

이것은 농민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농업이라는 사업을 성공해서 돈 잘 버는 농민도 있고 실패해서 돈 못 버는 농민도 있다. 10년 전에는 이렇게 실패한 농민은 농촌을 떠나라는 정책을 버젓이 세웠다. 논과 밭에서 수확을 포기하고 갈아엎는 농민들이 일상적으로 있어 왔는데도 언론이나 방송에 소개되는 농민들은 하나같이 성공적이다. 농민들 개개인이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따라 그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선전한다. 농업은 자영업이다. 자기가 할 바에 따라서 돈을 벌수도 잃을 수도 있는 사업으로 취급된다. 농사가 더 이상 먹을거리를 생산해서 우리의 삶을 이어주는 일이 아니라 농민 개인의 돈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이를 지지하고 함께 할 이웃이 필요하다. 문득 30년 전 올림픽 때의 기억 하나. 당시 내가 살던 곳 바로 옆 마을에서 재개발을 한다고 가차없이 마을 사람들을 내쫓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많은 집들, 흔히 무허가 판자촌이라 부르던 집들에 불도 났다. 그 모든 것이 서울올림픽을 멋들어지게 만들기 위한 계획의 하나였다. 그랬던 우리가 30년이 지난 올림픽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남의 희생을 딛고 나를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동료와 함께 하는 것에 대한 가치에 전국민이 열광했다는 사실 말이다.

진짜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대로 쭉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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