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관 식량닷컴 공동대표·발행인

늑대가 나타났다!
양치기 소년의 세 번째 외침에 마을 주민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두 번의 쌀생산조정제가 있었다. 그 때마다 농민들은 정부에 실망했다. 쌀값이 떨어지면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올라가면 다시 중단하기를 두 번 반복했다. 정책이 3년을 지속하지 못했다. 농민이 작목을 전환하는 것은 큰 결심과 농업기반의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 결단인데 정부 정책은 그 때 그 때 바뀌면서 지속성이 없고 결국 불신만 키웠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이 되지 않으려면 ‘세 번째 쌀생산조정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쌀생산조정제’가 나와야 한다. 무엇을 혁신해야 농정불신을 씻고 농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

첫째, 일관성과 지속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지난해 지자체가 실시한 쌀생산조정제에 참여해서 쌀 대신 콩을 심은 농가들에 대해서는 50%만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정부를 믿고 나선 농가들은 더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지원금을 깎는 것에 분노했다. 정부가 지난해 콩을 심은 논에 직불금을 50%로 줄이자 농민들은 지난해 콩 심은 논에 다시 벼를 심고 벼 심은 논에 콩을 심는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다. 지난해 참여한 농민들이 반감을 가지면서 농정불신의 직접적인 이유로 되고 있다.

둘째, 쌀생산조정제가 아니라 식량자급 직불제로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쌀은 남고 콩과 옥수수, 밀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쌀을 안 심으면 직불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쌀 대신 부족한 식량작물을 심는 것에 대해 직불금을 주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같은 돈이지만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식량자급이라는 방향성을 보여주면 농민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하고 작목전환에 나설 수 있다.

셋째, 부재지주의 직불금 부당수령을 뿌리 뽑는 근본적 농지개혁이 필요하다.
직불금이 임대농에게 가지 않고 지주가 부정 수령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다. 임대농이 전체 농지의 60%를 넘어 섰다. 농가의 고령화를 볼 때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대부분의 농지가 비농민의 소유로 될 수 있다. 직불제 중심의 농정개혁을 함에 있어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임차농도 장기적으로 보호되고 당당하게 농사지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적폐청산을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가장 오랫동안 폐단이 쌓이고 쌓인 곳이 농업이다. 낡은 것을 극복하지 못 한 새 것은 진정한 새 것이 아니다.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여전히 새로운 미래를 꿈꾸기에 적폐청산의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