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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진칼럼]‘농(農)’과 어깨동무 하다지면 94호 15면 <오피니언>(2018.3.19)
안병권 식량닷컴 이사·이야기농업연구소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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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0  14: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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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권 식량닷컴 이사
이야기농업연구소장
2층 작업실에서 물끄러미… 마알간 봄기운이 원평천 위에 내려앉는다. 김제 들녘에는 며칠 전까지 느껴지지 않던 ‘파릇파릇’이 신기루 같다. 김제살이 7개월째다. 맛이기도 하고 멋이기도 한 농촌에서의 삶을 손에 쥐고 살아간다.
 
‘농(農)’은 별 ‘진(辰)’에 노래 ‘곡(曲)’이 합쳐진 글자다. 우주의 흐름, 즉 별의 기행이 드러나는 소리다. 별의 들숨과 날숨이다. 누군가 ‘農’자를 정립할 때 의미를 부여했으리라.

내 이야기작업실은 문 없는 주방과 연결된다. 벽마다 책과 자료로 배치해도 책이 남아 주방 입구에 회전 책장을 두었다. 사방에 책을 넣을 수 있어서 좁은 공간에 아주 유용하다. 한 면의 반은 열쇠구멍처럼 생긴 구멍이 뚫려있다. 엊저녁 어스름한 저녁 향 촛불이 타오르는데 그 열쇠 구멍 안으로 큰 글씨 하나가 보이는 게 아닌가? ‘농’(정농화보집 정농의 농자)

단 한번 태어난 내 생명, 내 운명… ‘농’으로 가득 채워지는 팔자로 중년을 살아간다. 지난 1979년, 농과대학 입학 무렵. 우리사회는 농업·농촌을 내버리고 팽개치느라 정신없었다. 돈과 명예를 좇아 부나비처럼 도시로 서울로 몰려가 주변부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살도록 부추겼다. 농업계 학교를 나와서는 밥 먹고 살기 힘들다고 했다. 농사는 왠지 못난이의 일인 양 세상은 비틀어댔다.

그렇게 30여년, 50여년… 우리는 농촌을 버리고 살았다. 그렇게 해도 잘 살줄 알았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원칙없이 일그러진 21세기 초반부 한국사회의 자화상이 부끄럽기만 하다.
소소한 것들이 복원되어야 한다. 역사의 중심부에서 배제되어 왔던 ‘소소한 일상’이 복원되고, 소소함을 몸으로 드러내고 이어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주목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농업, 농촌, 자연, 생명, 전통이 한 켠에서 씨줄이고, 그 곁에서 촛불, 농업가치헌법, non-GMO, 급식, 식량주권, 사람들의 생각이 날줄이다. 모두 ‘소소한 일상’을 속성값으로 갖는다. 도시와 농촌에서 파편이 되어버린 일상을 모아내고, 끊어진 것을 이어주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입만 살아 움직이는 얄팍한 인생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과 몸으로 움직이는 삶이 점점 더 중요한 가치로 다가오는 시대다.

세상은 돌고 돈다. 20년간 유기농사업을 하다 10년 전 이야기농업연구소를 꾸리고 스토리로 농업·농촌을 풀어가는 일을 지금껏 하고 있다. 일을 하다 느낀다. 30여 년 전 농과대학을 나온 의미가 나름대로 세상을 헤아리는데 밑거름이 된다. 사물을 구체적으로 마음에 닿게 해준다. 새삼스럽고 고맙다.

4년 전, 딸아이 한 달 여 유럽여행 동안 만난 서울농대생들이 물었단다. 이야기 끝에 아버지가 농대출신이라 했더니 그들에게 아주 까마득한 선배인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묻고 또 물었다고 한다. 궁금했으리라. 요즘도 강의 중에 나는 젊은이들에게 힘주어 이야기한다. “도시여, 농촌이여! ‘농업과 연결되는 삶'을 기꺼워하라!” 지금까지와는 달리 향후에는 농업·농촌은 기회의 땅이 되고도 남으리니…^^

2018년 초봄 어느 날
‘농(農)’을 따뜻하게 맞이하다.
‘농(農)’과 어깨동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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