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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여행기]봄과 함께 먹는 제주의 밥상지면 제95호 7면 <식품·건강>(2018.4.2.)
김지연 공정여행가·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 센터장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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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3  16:5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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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 공정여행가
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 센터장
꽃망울이 만개하여 지천이 흐드러진 꽃밭이 되어가는 계절이다. 꽃향기에 홀려 제주까지 왔다. 푸른 바다와 적당한 바람, 만개한 꽃에 취해 여기가 천국인지 제주인지 모를 지경이다.
제주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다 알아보려면 얼마나 이곳에 있어야 할까? 3박4일의 바람 같은 짧은 일정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다양한 제주의 맛과 맛의 방주 등재 품목들을 어찌 다 찾을까? 짧디 짧은 일정 탓에 빙산의 일각 정도만 맛보았다고 위로 할 수밖에…

제주하면 떠오르는 단어중 하나는 단연 ‘해녀’이다. 오랜 세월 바다와 함께 살아 온 해녀들의 생명력은 가족을 향한 강한 책임감과 생활력에 있었지만, 그들을 버티게 해준 밥상에는 늘 ‘낭푼’이 있었다. 음식을 담거나 데우는 데 쓰는 그릇을 말하는 표준어는 ‘양푼’이지만 제주에서는 ‘낭푼’으로 불렀다. 고단한 삶이라 때로는 상이 아닌 바닥에 놓은 채로 물에 밥을 말아 반찬 한,두 개 얹어 소박하게 먹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낭푼’은 늘 그들의 버팀목이었다.

사랑이 담겨 있는 ‘낭푼’
제주민의 고단한 삶이 묻어 있는 낭푼 밥상의 ‘낭푼’은 제주사람의 공동체 의식과 문화를 잘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나무와 유기재질로 된 큰 밥그릇(낭푼)을 상 가운데 두고 가족 수대로 국과 수저를 놓아 공동으로 밥을 퍼 먹었고 밥이 담긴 낭푼의 이름을 따서 이 밥상을 ‘낭푼 밥상’이라 부른다. 또 둥글게 둘러앉아 식사한다는 의미의 ‘두레반 식탁’이라고도 표현한다. ‘낭푼 밥상’은 제주음식의 사계절 변화와 특징을 느낄 수 있으며 제주의 생활문화 전반에 걸친 이해를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 옛날 제주 여인들은 물질과 밭일을 동시에 하며 식량을 확보하기에 급급하다보니 음식을 다양하게 ‘요리’하기가 힘들었고 저장 또한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밥상은 텃밭에서 뚝뚝 따온 푸성귀와 잘 삭은 젓갈, 물질하여 가져온 갯거리(수산물)를 대충 손질하여 올리고 큼지막한 낭푼에 보리밥 한가득 담아 가족 수대로 숟가락을 꽂아 상을 차렸을 것이다.

그렇게 먹다 보리밥이 남을라치면 수저 닿았던 보리밥이 쉬기 시작하고 알뜰한 제주여인은 남은 보리밥에 누룩을 섞어 2, 3일 발효 시킨 뒤 쉰다리로 만들어 마셨다. 쉰다리는 약한 알코올이 있는 유산균 음료라고 할 수 있는데 보리의 구수함과 유산균의 새콤달콤함이 한데 어우러진 옛 제주사람의 알뜰한 지혜가 돋보이는 음료이다.

‘낭푼 밥상’의 의미를 담은 파인다이닝
올해 슬로푸드제주지부 총회를 통해 신임 지부장이 된 양용진 대표와 그의 어머님이신 제주도 유일의 향토음식명인 김지순 대표가 운영하는 ‘낭푼 밥상’에서 제주의 첫 맛을 열었다.

   
▲ 제주향토요리 김지순 명인(왼쪽)과 필자

‘제주향토요리 명인’으로 선정된 김지순 명인의 이름을 건 음식점 ‘낭푼 밥상’은 낭푼(큰그릇)에 보리밥을 담아 식구들이 둘러앉아 밥을 한 그릇에서 떠먹었던 제주밥상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공간은 제주음식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소중하게 소개하는 공간이다. 삶을 살아내느라 바삐 상을 차렸던 그들의 상차림을 담아내고 있지만 이곳의 음식은 천천히 음미하며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코스요리의 형태로 음식을 선보이므로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식사를 하는 것은 필수이다.

이곳에서는 함께 나눠 먹을 밥을 ‘놋낭푼’에 주는데 이 낭푼은 실제 김지순 명인의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아 내려온 것이다. 김 명인은 “전쟁 통에는 마당을 파서 낭푼을 묻어서 숨겼을 정도로 귀하게 여겼던 것”이라고 전해줬다.
양용진 대표는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가장 건강한 밥상을 차려낸 제주 여성들의 지혜가 ‘낭푼 밥상’에 있다”며 “제주 향토음식 조리법을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으며 음식문화의 뿌리를 살려, ‘뿌리 있는’ 제주음식이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낭푼 밥상이 특별한 이유는 대를 이어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며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국제슬로푸드 본부의 맛의 방주에 등재된 제주전통의 푸른콩 된장과 간장을 주 양념으로 사용하고, 역시 맛의 방주에 등재된 꿩엿, 댕유지, 쉰다리, 흑돼지, 흑우를 재료로 요리하기 때문이다.

낭푼 밥상의 재료들은 하나같이 특별하다. 40년을 재래식으로 짜내고 있는 토종 참기름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닭들이 생산한 유정란, 토종배추인 구억 배추 등 각종 채소들도 하나같이 토종과 로컬을 고집한다. 수산물 또한 제철에 잡히는 것들로 요리를 하며 인근 조리고 대안학교 아이들이 재배한 재래종 메밀가루로 빙떡을 부쳐낸다. 제주 할망들이 채집한 식재료와 물 좋은 제주에서 빚은 술로 페어링을 한다. 낭푼 밥상의 주가 되는 밥조차도 제주 극소수 농가에서 생산하는 밭벼인 산듸와 제주산 보리와 잡곡을 섞어 밥을 짓고 동굴에서 숙성시킨 젓갈을 곁들여 낸다.
   
▲ 낭푼 밥상 한상 차림

양용진 대표의 낭푼 밥상은 소금과 서너 가지 양념을 제외 하고는 모두 제주에서 난 식재료를 사용한다. 로컬푸드의 비중이 95%가 넘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다. 제주 생산자들의 삶까지도 함께 고민하며 제주향토음식의 보존과 소개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양용진 대표의 열정을 듣노라니 옛날 우리 독립군 투사의 모습이 모이는 것만 같다. 늘 여기저기 떠돌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양 대표와 같은 분들을 만나면 가슴이 끓어오르고 울컥하게 된다. 그리고 ‘삶을 단 일초도 헛되게 쓰면 안 되는 것이지…’ 하고 되새기게 된다.

   
▲ 제주의 전통과 지역특색을 담은 음식들. 빙떡, 삼색전과 간장젤리, 제주토종참기름을 곁들인 독새기 반숙(계란), 쉰다리와 향토음식.(왼쪽 위에부터 시계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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