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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여행칼럼]제주 재래돼지가 똥 돼지가 된 사연지면 제97호 7면 <식품ㆍ건강> (2018.05.01)
김지연 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장/공정여행가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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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2  0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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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공정여행가
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 센터장
제주를 찾는 이들이라면 제주에서 꼭 먹어야 할 것으로 제주 흑돼지를 꼽는다
. 제주 흑돼지는 보통 돼지고기보다 높은 영양가를 자랑하며 육질이 훨씬 쫄깃쫄깃하다. 제주에서 키우는 흑돼지의 수량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제주 흑돼지는 귀한 고기로 분류된다.

제주흑돼지는 어디에서 왔을까?
제주 재래 흑돼지는 옛 만주지역에서 서식하던 돼지가 한민족과 함께 유입되며 기르게 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에서 발견된 소와 돼지 등의 뼈로 미루어보아 제주에서 흑돼지가 서식하던 시기는 석기시대 말이나 청동기 시대 정도로 추측 할 수 있다. <탐라지> <성호가설> <해동역사> 등의 문헌에도 제주에 돼지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제주 흑돼지는 왜 똥돼지가 되었을까? ‘제주도 돼지하면 흑돼지보다는 똥돼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똥돼지는 제주도의 주거 공간 중 한 곳인 돗통시라는 제주도의 옛 돼지 사육장에서 유래가 된 것이다.

제주는 화산섬으로 토양이 척박하고 물이 부족해 풍족한 생활이 어려웠고 이러한 환경 때문에 돗통시가 생겨났다. 돼지를 이르는 제주 사투리인 도새기와 화장실을 이르는 통시가 결합하여 돗통시라는 말이 생겨났다. 돗통시는 부엌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돼지 막사와 마당, 대소변을 보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돼지는 그 곳에서 인분과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했다. 그 당시의 인분은 현대인의 식사와는 달리 채식중심의 식생활로 섬유소와 유산균이 많아 돼지의 질병 면역력을 높여주고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기른 돼지의 축분은 농사를 짓는 퇴비로 쓰였고 또한 돼지는 뱀을 물리쳐주기도 했다. 옛날 제주의 돗통시는 생태순환의 장치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돗통시는 미관상 보기 좋지 않고 비위생적이라는 이유로 1970년대 가옥과 변소 개량사업으로 사라졌고 현재는 제주민속촌과 박물관 정도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천연 기념물 제550호 제주흑돼지
근대화를 거치며 외국에서 도입된 개량종 돼지와의 교잡으로 순수 재래돼지의 개체수가 점점 사라져 갔다. 그러다 가까스로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이 1986년 우도 등 제주 재래종 돼지 5마리를 확보해 복원사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제주흑돼지는 2015년부터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됐다.

그러나 시중에서 팔고 있는 제주흑돼지는 순수 혈통이 아닌 외래종과의 교잡으로 개량한 개량종이다. 제주 재래돼지는 유전자 특성 분석 결과 육지 재래돼지와도 차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외형상으로도 다른 종보다 몸집이 작고 배 부분이 좁다. 귀는 작고 위로 뻗어 있으며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보통 돼지는 10마리 정도의 새끼를 낳는데 제주흑돼지는 5마리에서 8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제주 재래돼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전 이미 201410월에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되어 지키고 보존해야 할 품종으로 인정받았다.

제주 재래흑돼지 먹을 수 있을까?
제주시 한경면 두조로에 가면 30년 전부터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으로부터 분양받아 동물복지로 애지중지 제주 재래 돼지를 키우고 있는 분이 있다.
   
▲ 연리지가든 전경
넓은 정원 한 가운데 팽나무 연리지가 있는 연리지가든(()늘푸른농장)의 김응두 대표는 넓은 사육 공간에서 돼지를 기른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돼지가 잡병에 걸리지 않고 당연히 항생제를 쓸 필요도 없다. 또한 이용도축허가업체(본인이 사육한 돼지를 직접 도축하여 판매)로 직접 기른 돼지를 도축해 판매한다. 그만큼 믿고 먹을 만한 식당이다.

일반돼지는 6개월 정도 기르면 100Kg~120Kg 성장하는데 제주 재래돼지는 18개월 이상을 키워야 70~80Kg의 돼지를 얻을 수 있고 도축을 해도 발골을 하면 판매 가능한 부위가 30~40Kg 내외라고 한다. 누가보아도 경제적 타산이 맞지 않다.
   
자유롭게 방목되는 연리지가든의 재주흑돼지

그러나 연리지의 김응두 대표는 4,000평이 넘는 땅에 겨우 40돈의 돼지를 기른다.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좋은 먹이를 먹고, 외부의 해로운 병균들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보장 받고, 항생제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되는...1마리의 돼지가 400평을 가진 셈이다. 문득 이곳의 돼지 녀석들이 부러워졌다. 필자는 기껏 넓어야 25평에서 여럿이 살고 있는데 이 녀석들은 푸른 풀밭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고 있으니 말이다.
   
▲ 김응두 대표와 필자
경제적 타산도 맞지 않을뿐더러 40마리의 흑돼지를 키워 한 달에 5마리 정도를 도축 할 수 있고 계산해 보면 1인분에 200그램이라고 하면 하루에 25인분 정도만 판매 할 수가 있다.

연리지가든은 예약을 해야 먹을 수 있고 메뉴판도 없다. 1인분에 18,000원이고 고기는 고를 수 없다. 그러나 그 맛만은 보장 할 수 있다.

육지의 핑크색 돼지고기와는 달리 소고기인양 붉은 살색과 생각보다는 과하다 싶게 비계가 많아 처음 접하는 이라면 무슨 고기에 비계가 이렇게 많아?’ 하며 화를 낼 법도 하다. 그러나 불판 위의 고기가 익어 한입 베어 물면 비계에서 치즈 맛이 나는 듯이 고소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꼬득꼬득한 비계의 씹는 맛과 퍽퍽하지 않은 살코기의 육즙에 다시금 놀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꼬득하고 고소한 비계 맛에 홀딱 반해 1인분을 추가로 더 시키고야 말았다.
   
재주흑돼지 구이. 비계가 다소 많아보이지만 구워먹다보면 꼬득한 맛이 일품이다.

김응두 대표는 참 바보스럽다. 4,000평 너른 땅에 고작 40마리의 돼지를 기르고 넓은 땅의 풀을 치우기 위해 소를 기르고 남들이 다 피해가는 수지타산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 돈도 되지 않는 일을 왜 하느냐 물었더니 좋아서!”라는 답이 돌아 왔다.

우문협답이다. 남들이 하지 않으니 하는 것이고, 같이 살아가는 동등한 생명체로 소중하게 길러내어 욕심내지 않고 적당하게 먹고, 종을 보존하는 일. 그것이 김응두 대표가 하고 있는 일이지 싶다.

소년같은 미소를 가득 담고 그의 너른 마당을 둘러보는 그의 모습이 아직도 가슴 가득 살아나 마치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동지를 만난 것만 같기도 하고 거친 길을 헤쳐 주는 선배를 만난 것 같아 든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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