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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칼럼]김밥과 커피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면 98호 15면 오피니언(2018.05.23)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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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4  14: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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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5년 우리나라는 쌀시장을 개방했다. 1994년, 2004년, 2014년 10년 마다 있었던 쌀시장 개방 협상 때마다 농민들은 ‘주식인 쌀만은 안 된다’고 외쳤고 그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이 다치거나 돌아가셨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농민들의 절규에는 아랑곳없이 매번 시장을 넓히더니 결국 20년 만에 시장을 전면 개방했다.

그러나 2014년 농민들은 예전과 같은 저항을 하지 못했다. 농민들이 저항을 포기했기 때문인가? 아니다. 2014년은 농민들이 쌀시장을 두고 싸우기에는 너무나 면목이 없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국민들이 세월호 외에는 그 어떤 다른 것도 생각조차 하기 힘들었을 때 정부는 과감하게 쌀시장 개방을 결정했다. 그렇게 우리는 쌀시장개방국가가 됐다.

2015년 가을, 어떤 단체에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갑자기 천원김밥의 쌀 원산지 문제가 화두가 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국산 쌀로 김밥을 만든다면 도저히 천원에 팔 수 없다는 의심에서 시작된 이 의문은 급기야 김밥을 비롯한 각종 식당에서의 쌀 원산지 표시 단속으로 확대됐고 쌀 원산지를 속인 업체들이 속속들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움직임은 한두 달 사이에 사라졌다. 천원김밥집들이 김밥 값을 올려버린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김밥전문점들이 원재료 값의 상승으로 불가피하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그 후로 ‘천원김밥’ 시대는 사라졌다.

그 후 3년 사이 김밥 값은 야금야금 오르기 시작했고,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김밥 안의 내용물이 하나씩 빠졌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최소한 7~8가지의 내용물이 들어간 김밥을 한 줄 먹으려면 편의점에서 조차 2,000원 이상이고, 대형마트에서는 3,000원은 줘야 하며 김밥전문점에서는 4,000원 이상인 곳도 허다하다. 문제는 이렇게 김밥 값이 오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이 김밥 값에 대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별로 보지 못했다. 아니 더 솔직히는 한 끼 꺼리로는 부족한 김밥 한 줄이 4,000원이나 하는 것은 비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한 집 걸러 커피전문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늘어난 것이 커피파는 가게고, 젊은이들 가운데는 바리스타 과정을 통한 창업이 한 때 유행한 적도 있다. 동네에 앉을 자리도 없는 조그만 가게 -소위 종이컵에 담아 싸들고 가는 테이크아웃 전문인- 그런 가게들을 제외하고는 적어도 탁자가 서, 너개가 마련된 곳은 예외없이 커피 한 잔에 기본 4,000원은 줘야 한다. 그러나 그 어떤 가게도 예외없이 자리는 꽉 차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신문기사에 종종 등장하는 커피체인점들의 진상손님(?)은 커피 한 잔 시켜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손님들이란다. 물론 이런 손님들은 대개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이 대부분이고 이들은 그곳에서 종종 공부를 한다. 잠깐 와서 가벼운 수다를 떨며 한 시간 정도 머물다 가는 손님들에게 공부하니 조용히 하라는 불만까지 터뜨리는 진상손님(?)들 때문에 힘들다는 하소연도 언론에서 놓치지 않는 소식 중 하나이다. 이런 기사를 종합해 보면 커피 한 잔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용인되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이고 최대한 2시간이 넘어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값이 4,000원이나 하는데 그 값을 하려면 당연히 손님이 머물고 싶을 만큼 머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보지 못했다. 커피 값이 4천원이 넘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별로 보지 못했다.

김밥 한 줄과 커피 한 잔. 왜 이렇게 달리 대우를 받는 것일까? 김밥은 먹고 바로 일어나 나와야 하지만 커피는 다 마시고도 머룰 수 있는 자릿값에 대해서 이야기 하곤 한다. 그러나 솔직히 그런 경제학은 잘 모르겠다. 같은 값을 내고도 버젓이 길에서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지 자릿값이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사실 문제의 본질은 다른 것이 아닐까? 50년 이상의 산업화 과정에서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한 저곡가 정책이, 더 나아가서 먹는 것은 싸야 한다고 우리를 세뇌시켜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커피를 파는 기업들이 광고 속에서 끊임없이 커피를 품격을 나타내는 상징물로 묘사하고, 심지어 몇 년 전 광고에서는 ‘커피는 먹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맛을 평하지 말고 향을 느끼라’고 했기 때문은 아닐까? 그 결과 먹는 것은 싸야 하고 품격이나 향에는 그만한 값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상표가 박힌 텀블러나 종이컵을 들고 걸어 다니는 무수한 사람들, 오늘 환갑을 3개월 남기고 돌아가신 농민운동가의 장례식을 다녀오고 나니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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