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플랜은 국민과 함께하는 식량운동(13)

푸드플랜 도입배경(2)
전업농정책 실패 후 도입된 강소농정책

매년 1~2월이면 전국적으로 새해 영농교육이 실시된다. 지난해 영농에 대한 평가와 함께 올해 영농 방향에 대한 교육을 받는 날이다. 영농교육의 주체는 시군농업기술센터이고 장소는 농업기술센터, 농어촌공사 강당, 읍면동 대회의실 등에서 실시된다. 중앙정부 차원의 영농교육 컨트롤타워는 농촌진흥청이다.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은 겨울만 되면 부서마다 영농교육 교재를 만들고, 강사를 섭외하고, 교육 당일 참가자 조직하느라 분주하다. 교육에 참가한 농민들도 새로운 영농정보를 파악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다. 강사의 강의도 중요하지만 다른 농민들의 경험담은 가장 좋은 정보다.

2012년 초, 새해 영농교육에 참가한 농민들은 깜작 놀랐다. 그동안 강조해 오던 전업농에 대한 이야기는 온데 간데 없고 이제부터는 강소농을 해야 한다는 영농교육 내용 때문이었다. 그러면 전업농정책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은 전업농은 전업농대로 추진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벌써 농민들은 알아차렸다. “아, 이제부터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강소농으로 써 내야 하는구나...”. 강소농정책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너도 나도 강소농 신청서를 작성했다. 농촌진흥청에는 강소농 추진 조직이 꾸려지고 시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집계된 전국의 강소농 참여 농가 현황을 도표로 작성, 전시해 방문자들이 잘 보이도록 했다.

강소농이란 “작지만 강한 농업”이라는 뜻이다. 농촌진흥청은 “농가들 간 소득이 10배나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다”면서 “경영의 문제점을 터득하고 기술차이를 배우고 실천하는 농민이야말로 어려운 농업 여건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상위 1%를 겨냥한 품목을 재배하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영농교육 시 강소농교육은 필수였고, 교육과 함께 농촌진흥청으로부터 강소농으로 선정된 농가에 대한 “강소농 지정서”가 수여됐다.

이렇게 해서 전업농 정책은 정부의 사과는커녕 평가과정도 없이 은근슬쩍 강소농 정책으로 대체됐고, 대부분의 전업농들이 이번엔 강소농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