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기자 식량닷컴 편집국장

식량닷컴의 공동대표이자 발행인인 최재관 대표가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되면서 식량닷컴 대표직과 발행인직의 사임서를 제출했다.

농업현장에서 농민과 함께, 먹거리현장에서 소비자와 함께 강의실과 길거리를 누비며 강연과 투쟁으로, 식량닷컴에서는 글과 칼럼으로 밤을 세워가며 잔뼈가 굵은 최 대표가 청와대에 발탁되면서 식량닷컴 입장에서는 지난 2012년 대선패배 이후 식량닷컴을 창간, 국민과 함께하는 먹거리 전문지를 표방하며 학교급식분야에서 고난의 역사를 함께 써온 인재를 놓아주어야 하는 섭섭함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안정감을 준다는 이유로 스펙 중심의 관료와 정치인을 등용하지 않고 농업먹거리 혁신의 길에서 비바람을 맞아가며 견뎌 온 현장통을 알아채 준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보낸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최 대표와 함께 통일농업과 농업먹거리분야에서도 혁명(푸드플랜)의 주춧돌을 놓아주길 바란다. 배반의 역사에서 겨우 생존하고 있는 농업·농민·농촌과 정의로운 먹거리로부터 소외된 국민들에게 희망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최대표가 살아온 역사는 충분히 그럴 능력과 인품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 대표는 1992년 서울대 시절, UR협상으로 인한 쌀개방 반대 명동성당 단식투쟁 후 학교내에 영농개척단을 조직해서 1995년 경기도 여주로 농민과 함께 하는 삶을 선택한다.

2002년 대선에서는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으로 쌀개방 반대 30만 농민대항쟁을 기획하고 실제로 전국현장 곳곳에서 3,000대 이상의 관광버스를 여의도로 출발시켰으며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지만 2003년 한-칠레 FTA 국회의원 반대 서약서를 과반수 이상 조직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WTO의 쌀 개방반대를 위해 홍콩으로 날아가 농민 300여명과 함께 홍콩 겨울바다에 뛰어들었고, 4시간 동안의 삼보일배도 했다. 당시 WTO 회의는 무산됐다.

최 대표는 외국 농축산물 수입개방으로 우리농업이 설 자리를 잃어가던 10여년의 시기를 농민과 함께 현장에서 희노애락하고 있었다. 2008년부터는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국민과 함께하는 먹거리운동으로 방향을 잡고 활동을 다잡는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한미 쇠고기 수입협상 타결을 전격 발표하면서 광우병 위험 부위의 수입을 허용하자 국민들이 촛불로 일어섰고 아이들을 먹거리위험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여주에 친환경학교급식센터를 만든다. 2010년 친환경무상급식정책을 행정과 함께 경기도에서 실현해내면서 경기도학교급식에 친환경농산물을 계약재배하는 지금의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탄생의 산 증인이 된다.

2012년 대선을 맞아 국가행정에 먹거리 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희망먹거리 장터 선전단을 조직해 적극적으로 활동을 했으나 대선에 패배하면서 장기적 과제로 미루어지게 되자 5년 후 대선을 대비하기 위한 활동을 준비한다.

최 대표는 먹거리 전문지 <식량닷컴>을 창간하고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와 함께 학교급식분야에서 먹거리 안전성과 친환경농업의 자부심을 교육해 나가기 시작, 2014년 혼합미 금지법, 미국 비소쌀 문제, 식용 GMO 소비 1위인 우리 먹거리의 위험성에 대해 밤을 세워가며 글을 써 내려갔다.

밖으로는 2015년 현장 먹거리 활동가 조직인  (사)자치와 협동 건설, 2016년 GMO반대 전국행동 조직,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GMO없는 학교급식, 2017년에는 국가 차원에서 먹거리정책을 연구하고 제안하기 위한 (사)농어업포럼 창립 등 현장 중심의 먹거리정책을 제도화해내기 시작했다.

올 3월에는 학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GMO 식용유를 GMO에 안전한 국내산으로 바꾸기 위해 유채 생산자를 조직하고 서울시와 농식품부의 MOU 체결을 도왔으며 최근에는 학교급식에 사용하는 수입밀을 국내산으로 대체하기 위한 전국밀생산자연합회를 출범시켰다.

최 대표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90년대는 농민과 함께, 2000년대 이후는 농민과 더불어 국민과 함께 하는 현장의 삶을 살아왔다. 이런 최 대표가 이제 책상에서 일을 해야 한다. 그간의 행적을 보면 탁상공론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믿지만 아직까지도 먹거리 현장은 국가를 믿지 않는다. 먹거리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배반의 정책을 펴온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떡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에게는 경기도에서 친환경학교급식을 성공시킨 것처럼 국가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푸드플랜의 성공이라는 역사적 임무가 그의 어깨에 걸려있다. 현장이 최 대표를 지켜낼 것이다. 맘껏 날개를 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