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는 한반도의 중심지로 남북 연결의 거점도시로 알려져 있다. 자연자원과 인적자원이 풍부한 무한가능 도시라고 한다. 사과·포도·인삼 등 지역 특화산업이 발달되어 있고, 특히 자연생태 1등급 지역으로 천연기념물이 많은 생태도시이기도 하다. 명성산, 운악산, 청계산 등 명산도 많고 맑은 하천인 한탄강, 포천천도 있다. 또 천연기념물(부부송, 비둘기낭)도 다수 존재하고 상수원보호 구역도 있어서 깨끗한 곳이라고 보면 된다. 자연생태 1등급 지역이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히 농사짓기에 적합한 곳이기도 하다,

▲ 이일구 포천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수도작분과 회장

포천시 수도작분과 이일구 회장
이일구 회장은 1970년생으로 포천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이하 포천친농연) 회원들 중에서는 젊은층에 속한다. 아버지대부터 포천에 터전을 잡고 살아와서 포천이 고향이다. 일가친척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에서 자랐고 어려서부터 농사를 짓는 것을 봐 왔으며 또 농사도 지었다.

이일구 회장의 부친은 낙농업과 농업에 종사했다. 부친이 젖소를 키운 덕분에 이 회장 역시 중학교 때부터 소젖을 짰다. 낙농업과 농업을 했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어려서부터 일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외아들에 누나만 셋 있는 속에서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농사를 짓게 됐다. 살아오면서 그다지 큰 굴곡없이 순탄하게 살아 온 편이다. 슬하에는 아들 둘이 있다. 큰 아들이 군대 제대 후 복학해서 졸업을 앞두고 있고, 작은 아들은 하사관으로 복무 중이다. 이 회장은 농사만 짓는 것은 아니라면서 때로는 여유 는 취미생활도 즐겨야 한다며 패러글라이딩도 한다.

수도작(벼농사)을 선택한 이유
이일구 회장 부부는 농업 외에 인쇄소 경영을 병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많지 않아서 수도작을 선택했다. 인쇄소 일을 하면서 틈날 때마다 논과 밭에서 일을 한다. 밭일보다는 벼농사가 시간을 덜 뺏기다보니 농사일을 병행 할 수 있다. 포천친농연의 이두순 사무국장과 학교 선후배 사이로 그것이 계기가 되어 친환경 농사를 짓게 됐다. 또 농사를 지어 놓으면 학교급식으로 납품 할 수 있는 판로가 있어서 친환경 인증을 받았다. 친환경의 매력에 빠져서 시간 날 때 마다 논에 가본다. 집에서 논이 그리 먼 곳도 아니어서 걸어서 물꼬도 보러가고 우렁이가 풀을 잘 뜯어 먹고 있나 살펴보러 짬짬이 가본다. 물론 밭농사도 병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 수도작 2,300평과 마늘 1,000평 그리고 감자 900평을 친환경 인증을 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모든 일이 기계화가 되니 작은 규모이지만 병행하는 게 쉽고 좋다.

▲ 이 회장은 우렁이 농법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 봄에 논에 투입한 우렁이가 풀을 먹으며 제초작업을 하고 빨간 알을 낳았다.

친환경 농사의 매력
친환경 농사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수매를 해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농사를 지어도 팔 곳이 없으면 판로 걱정에 헛농사를 짓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친환경 농업은 학교급식으로 낼 수 있으니 금상첨화이다. 친환경 기준에 맞게 농사를 지으면 판로가 있으니 남들이 힘들다고 기피하는 친환경 농업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주말에는 가족들이 같이 일해 주니 행복하다. 농사는 가족들이 없으면 힘들다. 그렇게 함께 농사를 짓다보니 가족 간의 정도 더 쌓인다.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도 끈끈해 질 수 있다. 품앗이도 하고 서로 색다른 농사법이나 정보도 공유하다보니 친환경 농사가 사람들과의 관계 개선에도 일조를 한다.

포천친농연 구성원들
포천친농연 수도작분과는 10농가가 학교급식에 납품하는데, 10농가 중에 3농가가 16톤을 배정받아 찹쌀 농사를 짓고 있고, 7농가는 맵쌀 농사를 짓고 있다. 현재 포천친농연 회원은 44명이다. 원예분과 34명(포도, 블루베리 포함)이고, 수도작분과가 10명이다. 그리고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 농가도 4농가가 있다. 포천시는 농산물품질관리원, 인증업체에 일부러 3번씩 인증 검사를 하게 할 만큼 농가들이 친환경에 대한 자신이 있다고 한다. 연합회 회원들을 설득해서 농사지은 원물 시료를 채취해 가게 한다. 주변에 농약이 날아오지 않게 방호벽도 설치하고 농자재 구매내역도 살펴보면서 교육을 하다보니 회원들간 친환경에 대한 호응도도 점점 높아져 간다. 새로운 농가들에게는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교육이나 분과별 수매 교육 시 회원들과 함께 모인다. 과수, 근채. 엽채, 수도작, 과채, 분과장들은 분과별로 모여서 우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앞으로 하고 싶은 꿈, 힘든 점
이일구 회장의 꿈은 소박하다. 기존에 있는 것을 잘 지켜서 제대로 된 농사를 짓고 싶다. 포천시 친농연 이대순 회장의 꿈을 도와 주는 것이 이일구 회장의 꿈이기도 하다. 이대순 회장은 "주변 농가들을 설득해서 친환경 단지로 묶고 싶다. 푸드플랜 사업으로 북부지역에 유통센터를 만들고 싶다. 동두천, 연천, 양주, 포천을 묶어 북부유통센터를 만들어서 모든 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지금도 영양(교)사를 직접 찾아가 학교급식을 하게 해 달라고 설득 한다. 친환경 인증 농가수가 적다 보니 앞으로 2년 안에 농가수를 늘리고 수도작 회원도 20농가 이상으로 늘리고 싶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인증농가가 관내 400여 농가였는데 75농가정도로 줄어들었다. 줄어든 이유는 판로 문제와 무농약은 힘들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인식을 타파시켜 회원수를 늘릴 계획이다.
학교급식용 종자 값이 비싸다보니 종자 값이라도 건질 수 있을까 하는 위험 부담을 안고 가는 게 사실이지만, 이런 힘든 점들을 하나하나 회원들과 소통하면서 헤쳐 나갈 것이다.

또 농사짓는 데 힘든 점은 인력과 날씨다. 인건비가 비싸고 또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날씨가 따라 줘야 되는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농사는 힘들다. 주변 관행농가에게는 친환경 농사를 짓는 둑에 당연히 농약을 못 치게 설득하고 다닌다. 그 대신 직접 예초기를 돌려서 깎아 준다. 혹시나 농약 살포한 것이 날아올까 봐서이다. 이처럼 친환경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농가의 풀을 깎아 주다보니 할 일은 늘어나지만 농약으로부터 안심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주변에 관행농이 섞여 있으면 벼농사를 짓기가 힘들다. 때로는 농약병이 굴러다니면 난감해서 말도 못하고 직접 치워 청소까지 해줘야 된다.

독특한 농사법 제초법과 포천만의 특징
우렁이 농법으로 친환경 농업을 한다. 봄에 모내기 후 새끼우렁이를 투입하면 우렁이들이 자라서 논에 풀을 갉아 먹어 제초를 한다. 그래도 남은 풀은 직접 논에 들어가서 뽑아 준다. 거름으로는 유박을 투입한다. 
포천쌀은 고시히까리, 해솔촌 등의 브랜드로 수질이 깨끗해서 맛이 좋다. 포천은 기후가 남달라서 마늘이 단단하다. 토양이 좋아 생강을 심어도 잘되는 기후를 갖고 있다. 농가들이 서로 자주 보다보니 정이 돈독하다. 수매 시에도 품목별로 서로 배려해서 잘 배분하고 같은 품종을 길러도 서로 상의 후에 배분한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분배하다보면  이견 없이 잘 지낸다.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높을 수밖에 없다.

▲ 인쇄업을 겸하고 있는 이일구 회장은 틈만 나면 논에 나와 이곳저곳을 살펴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