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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숙희 부천 도당고등학교 영양교사“밥상만큼은 평등해야죠”... 고교상급식 전면 시행해야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먹어야 우리 몸도 건강
지면 제101호 4면 <공공급식> (2018.07.02)
이유경 기자  |  mfood11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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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2  23:4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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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해 ‘건강한 먹거리’라고 말하는 것을 처음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싱겁다’ 또는 ‘맛이 없다’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인공감미료와 각종첨가물이 가득한 가공식품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가 덜 달고, 덜 맵고, 덜 짠 음식을 맛보니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 ‘단짠단짠’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말이 나올 만큼 달고 짠 음식을 좋아하는 학생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부천시 도당고등학교의 이숙희 영양교사(52)도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고등학생들의 입맛을 어떻게 살려놓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늘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을 실천하기로 했단다. ‘양보다는 질. 재료 본연의 맛을 아이들이 느끼고 찾을 수 있도록 하자.’
1992년 파주에서 식품위생직으로 학교급식을 시작해 2006년 영양교사로 발령을 받아 지금까지 26년 동안 초등학교, 중학교를 모두 경험해봤지만 고등학교 급식만큼은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숙희 교사를 지난 28일 도당고등학교에서 만났다. <이유경 기자>

   
이숙희 부천 도당고등학교 영양교사
부천시 도당고등학교는 학생수가 850여명이다. 교직원까지 포함한 급식인원은 900명이 넘는다. 도당고에서 근무를 시작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석식 준비였다. 2017년부터 석식제공이 중지됐지만, 영양교사들이 고등학교를 기피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석식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석식급식은 힘들다고 한다. 식단을 짜는 것이 가장 어려웠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에 12~13시간 일을 하는데도 충분한 휴식시간이 없어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신경이 날카롭기만 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고등학교 급식을 시작하면서 양보다는 질을 우선으로 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고 싶었던 이숙희 교사의 다짐은 초반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식당에서 배식을 하는데, 학생들이 이 교사에게 눈을 치켜뜨고 “이걸 먹으라고 주는 거냐” “양이 너무 적다” “맛이 없다”고 대놓고 말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처럼 교사가 말한다고 듣는 아이들도 아니다. 자기주장이 강한데다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입시 스트레스도 많은 시기다보니 그들의 불평불만에 하나하나 응답을 해야 했다. 학부모들도 초기에는 ‘가뜩이나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 원하는 것 실컷 먹게 해주면 안되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만 해준다면 영양교사가 있을 필요가 없다.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아이들도 이숙희 교사의 식단에 만족하기 시작했다. 주 반찬과 국을 제외하고 자율배식을 하는데도 잔반이 훨씬 줄어들었다. 

고등학교 무상급식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도당고등학교 학생 1인당 급식비는 4,200원이다. 3학년은 부천시에서 식품비로 2,920원을 지원하고 있다. 평상적으로 급식비 가운데 69~70%를 식품비로 사용하고 있다. 넉넉하지는 않아도 부족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이숙희 교사. 그러나 어려운 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바로 미납자가 많다는 것이다. 지역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지난해에는 11월까지 미납금액이 1,000만원에 육박했다. “제대로 급식비를 납입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상황이 되다보니, 궁여지책으로 식당에 카드리더기를 설치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밥상만큼은 평등해야 하잖아요? ‘그것만큼은 도저히 할 수 없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됐지만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죠. 이런 일이 없기 위해서라도 고등학교 무상급식이 반드시 실현돼야 합니다”라고 이숙희 교사는 강조했다.

그렇다면 고등학교에서 친환경급식은 어느 정도일까? 부천시는 친환경 쌀을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있고, 고등학생도 친환경 쌀을 먹는다. 5가지 품목(장류 및 식용유)에 대해 시에 신청할 경우 차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식단가가 낮은데다, 비싼 국산 식재료, 친환경 농산물, non-GMO 식재료로 식단을 꾸릴 엄두가 나지 않아 관내 고등학교에서는 대부분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당고가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다.
친환경 농산물로 급식을 준비했다가 곤란한 일을 겪기도 했다. 친환경 쑥갓을 주문하고, 급식에 나갔는데 그만 벌레가 나온 것이다. 한 학생이 와서 벌레가 나왔다고 말을 했고, ‘친환경 쑥갓이라 벌레가 나올 수도 있다’라고 설명을 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듯 했는데, 이 학생이 친구에게 보낸 사진이 인터넷에 게시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해결은 됐지만, 학생들에게 건강한 급식을 주고자 했던 노력이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와 씁쓸한 기억이 되고 말았다. 

만족도가 낮은 고등학교 급식에 대한 고민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급식 만족도 설문조사를 하면 초·중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양이 적다, 맛이 없다, 싱겁다, 식감이 나쁘다, 위생적이지 않다, 불친절하다 등 다양하다.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서 밥을 먹기보다 외부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그러다보니 잦은 외식으로 간이 강해졌다. 양도 많아졌고, 특히 기름진 음식, 튀김류를 좋아한다. “소금통을 달라는 학생들도 있어요. 학부모님들도 왜 간을 못 맞추냐고 하세요. 워낙 대량 조리를 하니까 식감도 떨어질 수 있고, 간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아요. 하지만 학생들이 짜게 먹는다고 짜게만 할 수 없죠. 튀김도 1주일에 제공할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있어요”라며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학교급식에 대해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소통의 문제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숙희 영양교사는 매일 아침마다 조리사 및 조리실무사와 회의를 하고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해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또한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식재료의 특성을 데이터화해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학부모들에게는 급식배식에 참여해 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직접 보고 참여해야 서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의 간극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로 힘들어 하는 여학생을 위해 별도로 따뜻한 누룽지를 준비해 놓는다. 이제는 여학생만이 아니라 컨디션이 안 좋다는 남학생들도 누룽지를 먹는다. “하루아침에 만족도가 올라갈 수는 없지만, 한 달, 한 달 지날수록 조금이라도 만족도가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이숙희 교사는 말했다.

아직은 요원한 고등학교 식생활 교육
이숙희 교사에게 고등학교 식생활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느냐고 물었다. 수업시간을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지난해에는 학생들과 동아리 활동을 했다고 한다. 10명의 학생들과 1년 동안 37차시를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대학 진학, 특히 식품과 관련한 학과에 진학할 생각이 있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준비했다. 6개월간 식재료 검수를 같이 한 학생도 있었고, 꿈의 대학 사업으로 부천대 조리학과를 방문하기도 했다. 생협 소속의 식생활 강사와 연결해서 푸드테라피교육도 진행했다.

가장 잘 먹어야 할 시기이고, 또 앞으로 성인이 되어 스스로 좋은 먹거리를 선택해야 하는 전 단계이기에 식생활 교육이 꼭 필요하지만 수업시수를 달라는 것은 쉽지 않다. “식생활 교육을 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가끔 전문강사를 요청해 특강이라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좋은 식습관, 좋은 먹거리 선택과 자신의 진로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26년 경력을 가진 이숙희 교사에게 지금까지 급식을 하면서 지켜온 것이 있냐고 물었다. 이 교사는 “자연에 가까운 식품을 먹어야 우리 몸이 건강해집니다. 될 수 있으면 첨가물을 안 넣고, 화려한 것 보다는 단순하고 깔끔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알려주려고 노력하는데 이것이 제일 힘드네요”라면서 웃는다. 사과도 종류에 따라 맛이 다르고, 감자도 언제 수확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같은 대추라도 풋대추와 빨갛게 익어 마른 대추는 맛이 확연히 다르다. 이숙희 교사는 그 차이를 아이들이 알아가길 바란단다.

“쥬스 대신 가급적이면 과일을 주려고 해요. 자두가 급식으로 나갔는데 아이들이 잘 먹었어요. 자두가 조금 이른감도 있고, 아직 신맛이 있지만 장마가 시작되기 전의 자두맛을 아이들이 직접 느껴보기를 바랐죠.” 이숙희 교사의 이런 마음이 학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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