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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칼럼]헬조선에서 살아남기지면 제103호 14면 <오피니언> (2018.08.06)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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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7  05: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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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5월 닭튀김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기업이 배달비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닭튀김 업체들까지 그 뒤를 따랐다. 배달 운용 비용 증가가 가맹점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이기 때문에 배달서비스 유료화가 악화한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배달비 유료화 문제는 그 한 달 전인 4월에 배달비를 받겠다는 공지를 하자마자 누군가가 이를 막아달라고 청와대에 온라인청원까지 할 정도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사실 한동안 우리나라는 전공이 무엇이건, 직업이 무엇이었건 말년에는 모두 닭튀김집으로 귀결된다는 우스개소리가 유행할 만큼 닭튀김은 가장 ‘서민적(!)인’,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먹거리이다. 그래서 닭튀김 시장의 변화는 항상 민감한 문제로 취급되었다.

실제 2010년 롯데마트에서 ‘통큰치킨’이라는 이름으로 상품을 출시하자 생겨난 일을 되새겨 보자. 당시 많은 자영업자들이 들고 일어났고, 골목상권까지 넘보는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많은 저항에 부딪쳤다. 그렇게 닭튀김 시장은 대개의 사람들이 평상시에는 ‘소비자’로서 가장 만만하게 치맥을 즐기거나, 가족들의 야식으로 배달시키는 국민먹거리로, 퇴직 후에 가장 만만하게 ‘사장’이 되는 길로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일까. 당시에는 전국민이 골목상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결국 롯데마트에서 시작된 값싼 닭튀김은 대형유통업체의 포기로 귀결됐다. 이토록 소비자물가 내지는 국민의 생존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닭튀김 업계이다 보니 배달비 유료화 문제가 두 달을 넘어서면서도 여전히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 화제 위에 또 하나의 문제가 등장했다. 지난 7월 14일 정부의 2019년 최저임금 8,350원이 발표되자마자 소상공인연합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불복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만큼 임금을 주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이다.
 
이 문제 역시 지난 보름 간 계속 화제집중 중이다. 자영업자의 또다른 이름인 소상공인들은 이미 올해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들리는 바로는 활동비로 불리던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급여에까지 최저임금문제가 심각한 사안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급기야 이 말들이 모여 정부를 움직였고 정부는 최저임금에 수당을 포함시키는 편법이 가능하도록 법을 만들었다.

1987년 헌법에 등장한 최저임금제도는 근로기준법만으로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최저임금제도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의 결과물이다. 1960년대 제1차 경제개발5개년계획 이후 1970년대 낙수효과를 기다리며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담화를 발표한 박정희 정권의 입발림에 속아왔던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나 스스로 싸워서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말이다. 그 결과물이 결국 퇴직했거나 퇴직당한 노동자들의 저항에 부딪치는 이 모순 속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

여전히 엄청난 돈을 끌어모으고 있는 각종 프랜차이즈업계의 본사들과 본사에 가져다 줘야 하는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맹점주들 사이에는 분명 갑과 을이 있다. 어쨌든 운영비에 적어도 ‘사장’으로서 자신의 인건비를 보장받아야 하는 가맹점주들과 최저임금을 겨우 받으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배달하지 못하면 그에 따른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10~20대 청소년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달알바들 사이에도 분명 갑과 을이 있다.

닭튀김 업체 배달비 유료화를 시작으로 자영업자의 최저임금 불복종까지 이건 자신이 조금이라도 ‘갑’이라고 생각하는 지위에서 ‘을’의 희생을 바탕으로 살아남겠다는 이기심의 또 다른 결과물이다. 이 갑과 을의 전쟁에서 왜 항상 우리는 자신이 갑이라고 여겨지는 자리에서 을에게 모든 것을 전가하려고 하는가. 반대로 을이라고 여겨지는 자리에서 갑에게 저항하고 싸워 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기가 왜 이리 어려운가. 왜 자신들의 화살을 자꾸 자신들보다 더 약자인 사람들에게로 돌리는가.

연일 35도가 넘는 이 무더위 속에서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모를 전쟁이 이 더욱 갑갑하게 한다. 종종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 가운데 천국과 지옥의 차이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둘 다 똑같이 사람들의 키 만큼 긴 숟가락으로 밥을 먹어야 하는데, 천국에서는 그 숟가락으로 서로를 떠먹여 주기 때문에 잘 먹을 수 있지만, 지옥에서는 서로 자신들이 먹으려고 하기 때문에 결국 아무도 먹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가장 간단히 이 이야기의 교훈을 되짚어보면 천국은 남과 더불어 사는 것이고 지옥은 자신만을 위해 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확실히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천국이 아니라 ‘헬조선’에 살고 있다. 서로 밟고 올라서서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찾을 것인지, 지금 대한민국은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경쟁 중이다.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만약 업체가 그 배달비를 100% 온전히 배달알바들에게 지급한다면 필자는 기꺼이 배달비를 지급할 의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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