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업 화성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오리농법을 고집하다
화성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이하 화성친농연) 한상업 회장(60)은 이재용 회장이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을 하면서 2017년 10월부터 회장을 맡게 됐다. 2003년도에 오리농법으로 2만평 벼농사를 짓다가 현재는 2,400평만 인증을 받아 농사를 짓고 있다. 2만평 벼농사를 짓다가 인증 면적을 줄인 이유는 항공방제 지역이면서 인근 농가들이 관행농을 해 친환경농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단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한 회장은 말한다. 오리농법으로 5,000평을 3~4년 정도 짓다가 도로로 편입되면서 포기했고, 우렁이농법도 4~5년 정도 더 농사를 짓다가 살충효과가 떨어져서 다시 오리농법을 하고 있다.

오리농법은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1m 높이로 철망(울타리)을 쳐야 하는데 외따로 떨어진 산 밑이나 외진 곳에서 농사를 짓다보니 너구리, 야생 고양이, 유기견이 철망을 넘어와 오리를 잡아먹는다. 심지어 까치들도 와서 어린 오리들을 잡아먹기도 한다. AI 때문에 오리를 사기 힘들고 가격도 비싸다. 오리가 부화하자마자 집에서 직접 길러 열흘이 지나면 논에 방사를 한다.
 
오리는 10평당 1마리를 투입한다. 오리농법의 논에 막사를 지어놓고 오리들이 거기서 살게 하면 오리들이 논에 들락날락 거린다. 처음에는 오리 240마리를 길러봤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어서 약 150마리쯤 남으면 폐사 당하고, 비라도 맞으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죽기 일쑤다. 또 오리를 부릴 줄 알아야 된다. 오리가 2,400평의 논에 풀 있는 곳만 가는 것이 아니라서 오리를 길들여서 농사를 지어야 한다. 오리농법은 돈을 생각하면 할 수가 없다.

▲한 회장은 오리농법을 이용해 친환경 벼농사를 짓고 있다. 오리를 관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손으로 하나하나 풀을 뽑는 제초과정
밭농사는 1,000평을 인증받아서 농사를 짓고 있다. 올해 밭농사의 주작물은 수수와 생강이다. 수수는 700평을 심었고, 생강은 300평을 심었다. 친환경 농업을 하다 보니 풀과의 전쟁이다.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이 한 회장을 보고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제초제를 안 뿌리고 손으로 뽑다보니 풀이 자라는 속도가 더 빠르다. 인력을 사서 풀을 뽑아야하는데 하루 인건비가 1인당 10만원씩 하니 이것저것 빼고 나면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생산한 밭작물 농산물은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로 출하한다. 벼농사를 지어 생산한 쌀은 화성한과에 납품을 한다. 화성한과에서는 떡, 한과, 유과, 약과를 무농약인증 쌀로 만들어 판매한다.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은 관행 쌀은 농협에 수매한다.

▲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미협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회장의 작품.

작가이면서 친환경 농업을 하는 한상업 회장
원래 화성에서 태어난 한상업 회장은 화성에서 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교는 발안, 고등학교는 서울에서 다녔다.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부친이 일찍 돌아가시고 장남이라 다시 화성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게 됐다. 슬하에는 남매가 있다. 대학 때 전공이 디자인이였고, 순수미술을 했다. 그림도 그리고 농사도 짓는 한상업 회장은 스스로를 ‘건달’이라고 말한다. 농사에 전력을 다하지 못하고, 그림도 그리고 취미생활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회장은 화성문화원 부원장도 하고, 문화원에서 발행하는 <문화의 뜰> 편집과 콘텐츠 개발도 할 만큼 재능이 있다. 또한 미협활동도 한다. 하지만 천상 농사꾼이다. 한 회장은 농사의 전문성을 강조한다. 건강을 책임져야 하고, 생명 유지의 식품이니까 전문가가 지어야 된단다. 그런 면에서 한 회장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친환경을 하면서 ‘지금까지의 나는 농사꾼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게 됐다. 교육정책에 따라서 농사를 짓다보니 자연과학을 알아야 되고 환경, 우주까지 섭렵해야 된다. 순환의 법칙을 따라서 농사를 지어야 된다”고 말한다. 또한, 친환경을 농업의 주산업으로 키우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편식된 농산물을 먹게 된다. 농민들도 식견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들
화성시는 2005년에 친환경 육성조례안이 제정됐으나 활성화가 되지 못했다. 앞으로 조례안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현재 화성친농연 회원이 60농가 정도가 있는데 좀 더 확대를 하고 싶다. 임기동안 화성시 정책을 친환경 쪽으로 접근하게 하고 싶다. 수도작에는 항공방제가 되다보니 친환경 농가에 어려움이 많은데 그런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고 싶다. 항공방제를 하면 고독성으로 왜가리가 죽을 정도다. 굳이 항공방제가 필요하지 않으니 다른 대안책을 찾아서 화성친농연 회원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화성친농연 구성원들
화성친농연이 출범한지는 2년이 넘었다. 남양반도 쪽 농가는 활성화가 됐지만, 동부 쪽은 친농연 회원이 2~3농가 정도로 활동도 활발하지 못하다. 한 회장은 동부 쪽 회원으로 있다가 회장이 됐다.
화성친농연은 송년문화재도 개최한다. 단호박 재배교육, GCM교육, 새로운 농법 강의 등 교육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분과로는 수도작분과, 과수분과(포도, 배, 사과), 원예분과(단호박, 토마토, 대파, 얼갈이, 근대),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 농업연구회가 있다. 현재 총회원은 57명이다.
 
또 복달임 단합대회와 분과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고, 친농연 회원들의 협동조합도 있다. 협동조합 ‘시우터’가 화성친농연의 효시다. 이재용 前 회장이 포도 작목반을 이끌다가 회장이 됐는데, 화성시에서 생산되는 유명한 송산포도가 바로 화성친농연 회원들이 명품으로 만드는 친환경 인증 포도의 대부분이고, 화성시의 주력 작목이기도 하다.

농사를 지으면서 어려운 점
친환경 농업은 어려움이 많다. 옆 농가에서 제초제를 주겠다고 하면서 농약을 안쳐서 벌레가 생기니까 주변 농민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주변 농가가 제초제를 줘서 때로는 인증 포기 사례도 있다.
농가의 수입도 중요하지만 친환경 농가가 확대되면 환경운동도 필요하다.

먹을거리가 깨끗하고 건강한 것을 먹으면 건강한 삶은 저절로 되니까 토양에 퇴비를 투입하여 농사를 지어야야 된다고 생각한다. 미생물을 키워줘야 되는데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어서 완벽한 해결은 안 되더라도 노력을 해야만 된다. 그래서 GCM농법도 하고 땅을 살리기 위한 각고의 노력도 한다. <김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