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온소연 슬로푸드 공정여행가

어느새 가까워진 강릉으로 떠나는 가족여행
스르르 기차가 미끄러지며 출발한다. 푸른 바다가 떠오르는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동해로 8월의 기차는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새로 개통된 강릉행 KTX를 타니 서울역에서 2시간이 채 안되어 종점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도란도란 수다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강릉이다.
“그 동네는 줄 서서 먹는 햄버거 집이 유명해.”
택시 안에서 기사님에게 강릉 맛집을 물어 보니 강문해수욕장에 간다는 말에 햄버거 집 이름이 툭 튀어 나온다. 환갑을 넘겨 동해에 처음 가는 아버지는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햄버거 집 말고 강릉에서만 먹을 수 있는, 강릉에 오면 꼭 먹어보아야 할 음식으로 재차 물으신다.

지역 맛집은 SNS보다 택시 기사님 추천
“그럼 감자 옹심이를 먹어야지. 동짓날 팥죽에 새알 집어 넣는 것 처럼 감자를 갈아서 끓여 먹는 건데 사근사근한 식감이 맛있어요.”
강릉 순두부는 두부 전골이 맛있는 어느 집, 교동짬뽕은 줄이 어마어마해서 피서철에는 먹기 힘들고, 장칼국수가 유명하지... 

맛있는 이야기들이 술술 이어진다. 장칼국수라는 말에 아버지는 바지락이 들어가냐고 물으신다. 아버지 고향에서는 바지락 칼국수가 유명해서 칼국수하면 으레 바지락이 들어간다.

“장칼국수에는 감자를 통으로 넣는게 아니라 썰어 넣고, 키포인트는 호박이야, 호박!”하며 고추장을 탁 풀어 넣은 칼국수라는 기사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중앙시장에 가면 콧등치기 국수를 먹어야지. 국수를 후루룩 먹으면 콧등을 딱 쳐서 콧등치기 국수라고 해. 올챙이 국수는 말이 국수지 면이 긴 것이 아닌 올챙이 모양 국수에요. 감자전, 메밀전... 강릉에 오면 먹을 것이 많아요.

동해는 백사장이 연결되어 있으니 저녁에는 경포대에 가세요. 공연을 하는데 오늘은 피서객 노래자랑을 해요.” 강릉 토박이 기사님은 신이 나 이야기를 하고, 우리는 귀를 쫑긋 세우고 기사님의 말에 귀 기울인다.  가족들의 설레임을 싣고 택시는 달린다.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여행이라는게 먹는 재미죠. 강릉은 아담해요.” 기사님의 맛있는 이야기로 우리의 가족 여행은 시작됐다. 솔숲과 파도, 맛있는 요리와 함께 지낸 2박 3일의 여정. 아담한 강릉이 내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