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따사로운 5월 12일 토요일 오전 나의 애마 소렌토R을 몰고 부천으로 달렸다.

▲ 홍인식 (주)바이오아그로

어젯밤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시고 잠자리에 들려다가 갑자기 주말농장 개장식에 필요하다는 자료 생각이 났다. 이런 제*ㄹ 부랴부랴 컴퓨터 앞에서 자료를 만들고 출력하다보니 6시 반에 잠들었다.

8시에 일어나 달리는데 바람이 상쾌하다.

몇년 전 재미있게 본 드라마 야인시대의 세트장, 그뒤로 태극기 휘날리며의 종로 거리 세트장으로도 쓰인 곳을 부천시에서 관광 단지로 개방하였다가 시일이 지나 건물이 노후해지니 헐고 주말농장지역으로 만들어 오늘 시민들에게 분양을 한다고 한다.

난 수원시민이다.
그런데 부천의 주말농장으로 간다.

대학에서 농업전공에 오랫동안 농업계 회사에 다니다 작년부터 (주)바이오아그로라는 친환경제재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에서 영업하고 있다.

텃밭 활동도 10년 이상을 했는데 최근에 도시농업이 대세다.
이거야 말로 내 전공이다.

도시농업은 기본적으로 가족을 생각하고 이웃과 함께하며 환경을 배려한다.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도 사양하고 비닐도 안쓰려 한다.

그러면 농사가 힘들다.
이때 친환경제재가 도움이 된다.
그런데 기존의 농가용 제재는 용량이 너무 많고 가격이 비싸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사용법도 간단하며 효과도 좋으면 되지 않겠나.
문제는 농사에 '농'자도 제대로 모르는 도시민들이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크래임을 제기할까 두렵다.

그렇지만 일단 해보자.
도시농업 전용 친환경제재 세트를 만들었다.
오늘 조금 가지고 가서 소개를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도시농업을 대상으로 하면서 텃밭교육과 다양한 행사,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부천의 사회적 기업 ' 에코11' 에도 참여하고 있다.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함게하는 에코11
나도 그 기운이 너무 좋다.

행사시작 바로 전에 겨우 도착했다.
역시 아직은 코리안 타임이 적용된다.
시간이 약간 있다.
에코11의 사무실을 찾고 제품을 내리고 준비를 마쳤다.

행사가 시작되었는데
어라 오늘 행사를 추최하고 부천의 모든 문화행사를 주관하는 부천문화재단 이사장님이 인사말을 하는데 20여년전에 함께 사회운동을 하던 김혜준씨다. 뜨거운 가슴으로 함께하던 시절 이후에 영화평론가로 잘 나가더니 언제 이런 재단의 이사장님이 되신거야.

행사 중간에 반가운 손짓이 오가고 중간에 잠시 시간이 있을 때 지난 시절과 앞으로 계획등을 잠시 들을 기회가 있었다.

부천 문화재단은 부천시 산하의 모든 문화예술활동을 주관하는 단체란다. 박물관, 예술관, 기념관과 여러 문화 예술행사 등, 시민이 주인이고 주체가 되도록 기획하면서 소통과 어울림을 위한 자리를 만든단다. 직원이 130명에 년 예산이 170억이라니, 아이고 높은 분을 몰라뵀구나.

주말 농장 옆에는 커다란 한국만화박물관이 있다.
반대편에는 캠핑장이 있고..

애들과 친구들이 가족과 함께 와서 애들은 만화박물관에 보내고(신간들도 다 들어 온단다 그런데 공짜...ㅎㅎ) 어른 들은 주말농장에서 일하다가 저녁이 되면 캠핑장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한잔 하고 밤에는 별을 보며 이야기 하다가 잠이 들면 .. 으아 환상의 1박2일이다.

주말농장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관광단지였는데 퇴비를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쌩땅인 것 같다. 마사에 돌도 많은데 그래도 낼 모레 비가 온다고 했다. 나누어준 모종으로 다들 열심히 정식을 한다.

정식이 끝나고 사무실로 왔는데 우리 예쁜 에코11 실무자들이 부침게를 만들었다.
와인 병처럼 생긴 예쁜 병에 담긴 막걸리가 나왔는데 젊은 총각들의 사진이 붙어있다.

이름은 비비락주 (비비樂주)
얼핏봐도 원가가 좀 될 것같다.
공급하신 대표 쯤 되실 분에게 물었다.

“병도 조그만하고 유리병으로 되었는데 원가가 좀 비쌀 것 같습니다. 이러면 서울 장수막걸리하고 경쟁이 되겠습니까? 1300원 이상은 되야 할 것 같습니다”

아는 체 좀 하고 한잔 마셨는데
어라 향이 장난이 아니다. 인삼 향도 아니고 구기자 향도 아닌데, 더덕 향인가?
한 잔 더 마시니 머리가 핑 도는 이 느낌은?

대표이사로 보이신 분은 사실 비비정이라는 전주 옆 삼례읍에 있는 마을의 이장님이시란다. 누룩과 찹쌀과 물로만 만든 막걸리 물타기 전의 탁주란다. 아직 공개적인 판매는 안하고 마을 기업에서 마을에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판매하려고 하는 전통주인데 병당 1만원 이상을 받으려고 한다고..

농업계 마케팅만 10년 가까이 한 내가 한 방 먹은 느낌,
리치마켓이구나.

박원순 서울시장님께서 하시던 희망제작소의 컨설팅을 받고 하고 있단다.
그러면 그렇지, 뭔가 있었지.

시농제에는 임실 필봉문화전수단? 이라는 풍물패의 길놀이가 있었고
노리단이라는 조금 생소한 단체가 이상한 우주인 거인 같은 인형들과 발로 움직이는 탈 것과 음악기구가 함께있는 기구를 움직이면서 공연을 했다.

이 패들이 지나가다가 우리 사무실에 들렀다.
좋아 탁주 한잔씩을 주면서 노래 한자락 청했다.

타령이 나오고 내가 아는 진도아리랑이 나왔다.

마지막에
“저산에 딱따구리는 없는 구멍도 잘 찾는데 우리네 서방님은 있는 구멍도 못찾네”에서 우리 예쁜 에코11 아가씨들 넘어졌다.

오후 6시 반이 넘어 마무리하니 술이 다 깼다.
나는 다시 경기도 양주로 출발했다.

10년 가까이 됐는데 당시 브로콜리 개발한다고 한참 만났던 분들이다.
환대할지 모르는 체 할지 모르지만 약속을 해 놓았으니 작목반 회의에 간다.

어두운 밤길에 새로운 만남을 향하여...

2012년 5월 12일 토요일

홍인식
(주)바이오아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