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와 폭염에 휴식기를 가졌던 농장토크콘서트가 지난 17일 여주시를 시작으로 하반기 포문을 열었다. 누렇게 익은 벼가 가을바람에 흔들리며 파도처럼 춤추는 모양을 보니 여주에 도착했음을 느낄 수 있다. 40도를 육박하는 폭염에도 기특하게 잘 자란 벼를 보니 고마운 마음부터 생긴다. 이날 행사에는 여주시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조장현, 이하 여주친농연) 회원들을 비롯해 시 관계자와 학교급식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 여주시의 친환경 농업과 학교급식에 대해 진지한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농장토크는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후원으로 여주시친농연·식량닷컴 주관,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회장 김준식, 이하 경기친농연)·여주친농연·친환경무상급식경기도운동본부, 한국친환경농업협회 공동 주최로 여주시 대신면 옥촌리 친환경 체험관에서 열렸다. <글: 이유경 기자/사진: 김영찬 기자>

본격적인 급식토크에 앞서 참가자들은 친환경 쌀을 생산하는 논으로 이동, 수확체험을 했다. 여주시는 올해 처음으로 진상벼로 품종을 통일해 수확을 하게 됐다. 지난 4월 못자리를 내고, 5월 모내기를 거쳐, 9월 한창 추수를 앞두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쌀은 학교급식에 공급된다. 여주시는 고등학교까지 친환경 쌀을 공급하고 있다. 진상벼는 찰진 맛이 일품이고, 식어도 밥맛이 유지된다고 한 생산자가 귀띔해 준다. 어떤 맛일지 내심 궁금해진다.

본격적인 농장토크는 장성자 식량닷컴급식정보센터장의 사회로 시작됐으며 김준식 경기친농연 회장, 유필선 여주시의회 의장, 김효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차장 등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친환경 지원확대, 고교무상급식... 여주시 현안 논의
급식토크는 식량닷컴 정왕룡 공동대표를 좌장으로 △구희현 친환경무상급식경기도운동본부 상임대표 △김상기 경기도친환경학교급식총출하회 회장 △조장현 여주친농연 회장 △유필선 여주시의회 의장 △박원준 여주시학교급식센터 부장 △이명희 점동초등학교 영양교사가 패널로 참석, 여주시 친환경 농업과 학교급식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유필선 의장은 농민수당, 고교 무상급식의 당위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아직은 준비 단계지만 흐름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여주시는 농민이 많은 지역이다. 농민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농민을 우선하는 시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희현 상임대표는 “지방재정 자립도가 열악한 상황에서 중학교 100% 친환경 식재료 사용, 고등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경기도와 중앙정부가 움직이면 가능하다”면서 “중앙정부가 무상급식 예산 중 50%를 부담할 수 있도록 학교급식법 개정 및 예산 확보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광역급식센터 설립에 대해 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민관 협치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장현 회장은 “점점 친농연 회원 수가 줄어서 안타깝다”면서 “회원 수 확대를 위해 판로가 확보되어야 한다. 공공급식의 확대 및 여주시와 경기도의 친환경 농업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준 부장은 “여주시학교급식센터는 경기도 최초로 설립됐고, 현재 관내 초·중·고교와 보육시설까지 친환경 쌀을 공급하는 성과를 이루어냈다”면서 그럼에도 아직까지 센터에 대한 지원이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또한, 센터가 소외계층과 지역아동센터,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급식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토론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명희 영양교사는 “요즘 학교급식에 들어오는 친환경 농산물을 보면 ‘정말 약을 안치고 이렇게 재배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만큼 좋은 품질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벌레에 대한 학생들과 학부모의 반응은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급식비중 인건비와 식품비 분리와 학교급식에 로컬푸드 및 이를 이용한 가공식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시차원에서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김상기 회장은 “올해 폭염으로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들의 몫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이 개선되도록 가격안정기금, 생산안정기금 같은 시스템이 경기도와 도 교육청 차원에서 만들지 않으면 지금의 계약재배는 반쪽자리 계약재배”라고 비판했다. 이어, 학교급식에 다양한 품위의 농산물이 공급되어 버려지는 농산물을 줄이고, 영양(교)사들도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힐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또한, 시·군단위 농장토크콘서트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경기도 차원의 농장토크콘서트를 개최, 이러한 논의가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창구도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급식비 중 식품비와 인건비 분리에 대해 구희현 상임대표 및 한석우 경기친농연 사무처장은 “이제는 교육청이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육청 내부에서 이에 대한 동력이 마련되고 정책 이행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영묵 안양군포의왕공동급식지원센터 센터장은 고교무상급식과 관련 “시·군 단위에서 자체예산으로 고교무상급식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전체 고등학생 중 약 60~70% 정도가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제는 도와 도 교육청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토론시간에는 친환경 농업에 대한 이해와 지원 확대, 관련부서 내 친환경 팀 구성 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또한, 여주시가 진정한 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거듭날 수 있도록 육묘부터 생산, 가공, 유통까지 담당할 수 있는 시스템과 시설을 갖춰 친환경 농가가 마음껏 농사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시가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뜨거운 토론을 마치고 여주시여성위원회가 준비한 비빔밥을 먹으면서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비빔밥에는 친농연 회원들이 생산한 다양한 재료가 정성스럽게 준비됐다. 여기에 햇고구마가 선물로 제공돼 참가자들은 가을의 풍성함을 가득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친환경 농업이 확대되려면 결국 정책과 지원, 그리고 다양한 판로 개척이다. 무엇보다 지역 내 소비자부터 쉽게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접근성 높은 다양한 창구가 필요하다. 여주시 농민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이제는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여주 친환경 농업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발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