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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푸드여행칼럼]가을은 역시 술 익는 향기…지면 제105호 7면 <식품ㆍ건강> (2018.09.18)
김지연 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장·공정여행가  |  mfood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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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9  21: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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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연 수원시학교급식지원센터장·공정여행가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림선이 떠 있고~’
그 옛날 한창 불러 대던 유행가 가사처럼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다. 이맘때가 되면 필자와 같은 술쟁이들은 슬슬 술 빚는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이리저리 방랑벽이 도지기 시작한다. 가을철 고질병처럼  도지는 방랑벽 탓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양조장을 찾아 나섰다.

물 좋고 산 좋은 충북 괴산 불정면에는 근현대 건축물로 된 ‘목도양조장’이 있다. 이 양조장은 1936년 10월 28일 충청북도 괴산군 괴산면 동부리 623에 설립된 당시 괴산지역 16군데 양조장을 합동으로 한 괴산주조(주)의 양조장으로 출발했고, 1938년 12월 착공해 그 이듬해인 1939년 5월 7일 세워진 건물로 1939년 5월 20일 동아일보 기사에 기록이 남아있다. 괴산주조(주)는 1960년 전후에 해산했고 지금은 당시의 괴산주조주식회사 목도공장이 홀로남아 목도양조장이란 명칭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할아버지, 부모님에 이어 이제는 희끗희끗 흰 머리카락이 내려앉은 손주까지 3대에 걸쳐 90여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는 목도양조장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주류품평회에서 1등까지 한 역사 깊은 술도가이다.

오래 된 술도가의 모습 그대로…
할아버지와 부모님을 이어 3대째 유기옥 대표와 이석일 교수가 운영하고 있는 목도양조장에 들어서면 커다란 양조통이 반갑게 맞아준다. 이곳의 모든 것들은 1930년대에 멈추어 있는 것만 같았다. 누룩을 띄우는 ‘주모실’, 막걸리를 발효시키는 ‘사입실’등 나무현판에 붓글씨로 각 장소의 용처를 알려주고 있고 양조장 벽면 한쪽에는 재즈소리와 함께 양조장 곳곳의 사진을 상영하고 있어 운치를 더한다. 

‘사입실’의  커다랗고 오래 된 항아리와 양조장의 천정 역시 그 옛날 양조장 그대로 술밥을 찔 때 나오는 증기를 배출 할 수 있도록 뚫려있어 그 시절 잘나가던 술도가의 명성을 가늠케 한다.

양조장 맞은편에는 판매와 시음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목도양조장의 목도 맑은 술, 목도 생 막걸리와 유기옥 대표가 직접 만든 술빵을 맛보았는데 바닐라, 과일 풍미에 깔끔하고 부드러운 목 넘김이 인상적인 술로 일제강점기 주류대회 1등을 할만하다.
 
홉 향 가득한 솔티마을
목도양조장을 뒤로하고 충북 제천시 봉양읍 장평리로 향했다. 이 마을의 옛 이름은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라는 뜻의 ‘솔티’이다.

15가구 정도 모여 살며 주로 고추농사를 짓던 솔티마을 주민들은 이제는 고추 농사 대신 홉 농사를 짓는다. 지난해 1,322㎡(400평 남짓) 정도의 땅에 시험 재배한데에 이어 올해는 마을주민들로 작목반을 구성,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게 됐다. 9월 수확을 앞둔 지금 마을 곳곳에는 코코넛 줄기를 따라 하늘로 한껏 자라난 홉 덩굴을 볼 수 있다. 홉 줄기는 수확철 즈음이면 하루에 50cm씩 자라나고 한창 자라면 11m까지 자라지만 보통은 5~6m 길이에서 수확을 한다. 솔티마을에서 재배한 홉으로 맥주를 만드는 ‘뱅크부루어리’홍성태 대표는 이 마을의 이름을 따 맥주 브랜드를 ‘솔티맥주’로 지었다.

홍 대표는 홉을 친환경으로 키운다. 제초제도 쓰지 않고, 지지대도 나무로 만들었으며, 홉이 타고 올라가는 줄도 코코넛 껍질로 만들어 쓴다. 원래 1960년대부터 강원도 지역에서도 20여 년간 홉을 생산했는데 1990년대 들어와 맥주회사들이 가격이 싼 외국산 홉을 들여와 맥주를 생산하기 시작한지 1년 만에 홉 농사가 전멸하다시피 했다. 지금 국내에서 제조되는 맥주는 거의 대부분 수입산 홉을 쓰고 있기에 홍 대표는 홉 농사를 복원해 우리 홉으로 만든 진짜 한국수제맥주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맥주의 주원료는 보리이고 부재료는 홉이다. 보리를 싹 틔워 말린 것을 맥아라 하는데 맥아의 로스팅 정도에 따라 몰트의 맛이 달라지고 또한 맥주의 맛이 달라진다. 여기에 홉의 쓴 맛과 향미에 따라 더 많은 맛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 홍 대표의 홉도 현재 12종 정도 되고 지금도 계속 연구 중이라고 한다.

IT전문가였던 홍 대표는 15년간 직업 특성상 여러 나라에서 생활하며 그 나라의 다양한 맥주를 맛보는 것을 즐기다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적 특징을 가진 맥주를 만들고 싶어 2년간 꼬박 맥주연구에 매달려 지난해 11월 맥주를 출시·판매하게 됐다. 벨기에맥주 제조방식으로 만든 솔티맥주는 다양한 풍미와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우리 홉으로 만드는 맥주이니 만큼 “세계 100대 맥주에 들고 싶다”는 그의 꿈이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한다.

청명한 하늘을 지붕 삼아 아직은 초록이 남아있는 나무 아래 앉아 은은한 음악을 틀어 놓고 술 한잔하는 여유 한 자락쯤은 스스로를 응원하는 선물처럼 남겨 삶이 퍽퍽해질 때 하나씩 꺼내어 음미하고 싶다. 이 땅에 꿈과 희망을 품고 사는 모든 이들에게 이 가을 여유 한 조각씩을 드린다.
   
▲ 80년이 넘은 전통을 가진 목도양조장과 여기서 탄생한 목도맑은술. 목도맑은술은 일제강점기 주류대회에서 1등을 차지했다.
   
▲ 솔티맥주는 맥주를 만드는데 지역에서 생산된 홉을 사용한다. 우리 홉으로 만든 진짜 한국수제맥주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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